‘가계 빚’을 이야기할 때 카드 빚을 떼어놓을 수 없다. 채권추심 노동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카드대란 때 미성년자들까지 한도가 수천 만원인 카드를 발급받아 신용불량자가 됐잖아요. 그런데 그 미성년자들의 빚이 어디로 간 줄 아세요. 대부분 부모나 친척이 떠안았어요. 이제 그 부모들마저 구조조정으로 회사에서 쫓겨나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은 매달 적자가 나도 가게 문을 못 닫고 있죠. 가계 안에서 빚 폭탄돌리기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한국신용정보가 지난달 1일 발표한 ‘가계신용동향’을 보면,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 부도율은 2007년 말 3.53%에서 지난해 말 3.86%로 높아졌다. 가계대출 부도율은 일정 시점에서 1년 전 기준 대출 보유자 가운데 이후 1년 동안 채무 불이행자로 등록된 대출 보유자 비율을 말한다. 신용등급 하위 계층인 7·8등급의 부도율은 각각 6.46%, 15.24%에 이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가계의 빚은 688조원으로, 5년 동안 53.9%(241조원) 불어났다. 반면에 지난해 월 평균 가계소득은 336만9천원으로, 5년 전에 견줘 27.3%(72만3천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업 부실의 경우 정부가 은행을 통한 워크아웃으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 하지만 가계 부실의 경우 마땅한 방법이 없다.

윤용수 미래신용정보노조 위원장은 “가계에 실업부조처럼 직접적인 지원을 하는 사회안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부실 가계를 책임질 방법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신용카드마저 잃게 되면 구매력이 완전히 무너져 내수 진작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2009년 3월30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