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건설노사가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지난 7월1일 포항건설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지 72일만이다.

포항건설노조와 포항전문건설기계업체, 포항전문건설전기업체는 지난 10일 오후 막판 교섭을 통해 △평균 5.2% 임금인상(기계전기 하루 일당 5천원 인상) △주40시간 근무 등 노사간 주요 쟁점사항에 대해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지난달 12일 교섭중단 이후 한 달여만에 재개된 이날 교섭은 노조가 지난 9일 교섭을 요청, 전문건설업체가 이를 수용하면서 이뤄졌다. 노사는 지난 9일과 10일 교섭재개 여부에 대해 의견조율을 가진 뒤 10일 오후 늦게 교섭을 재개했다.


올해 임단협에서 주요 쟁점이었던 주5일제 실시 및 토요유급화와 관련, 노사는 단체협약에 주40시간 근무를 명시하고 토요일에는 오후 3시까지 근무하면 하루 일당을 지급하고 오후 5시까지 근무하면 하루 일당의 1.5배를 지급하기로 했다.

또 재하청금지 조항에 대해서는, 회사는 어떠한 형태의 불법, 재하청을 무효로 하고 불법 재하청을 받은 자와 그 소속 노동자는 모두 회사가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시공참여자제도는 정부가 정하는 법에 따르기로 했다.

그 외에도 ‘회사는 작업자 채용시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차별하지 않는다’는 인사원칙과 ‘노사교섭대표는 노사가 각기 선정한다’는 교섭대표 선정 조항에 합의했다.

덧붙여 ‘협약의 유효기간 중 노사쌍방은 셧다운(Shut Down·원래 가동되던 공장을 멈추고 일정 기간동안 실시하는 신·개축 공사) 현장 등에서 추가공수 요구 등 어느 일방의 부당한 요구가 있을 시 그 일방에 대해 노사 양쪽이 책임진다’는 평화의무 조항에도 합의했다. 이는 셧다운 공사기간 중 노동자들이 추가 공수(임금)를 요구하거나 회사쪽이 추가 근로를 요구해 분쟁이 생긴 경우, 그 부당한 요구를 한 노사 일방의 교섭대표가 이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잠정합의안이 도출됨에 따라 포항건설노조는 11일 오후 조합원 보고대회를 갖고 각 분회별로 교섭내용을 보고 했으며 이날 오후 4시 투쟁본부 회의를 열어 조합원 찬반투표 등 향후 일정을 논의했다.

노조 관계자는 “전기, 기계쪽 잠정합의안이 도출됐지만, 토목분회와 보온분회의 잠정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합원 찬반투표를 지금 할지, 이들 분회의 교섭이 마무리된 뒤에 할 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목분회와 보온분회는 11일 오후 4시와 6시 각각 교섭이 예정돼 있다.

포항건설노조 잠정합의 배경
조직력 약화와 ‘노조와해’ 막기 위한 차선책
파업 돌입 72일만에 포항건설 노사가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정확히 말해서 지난달 12일 전문건설업체쪽이 제시한 최종안을 노조가 사실상 수용한 것이다.


당시 포항건설노조는 회사쪽이 제시한 최종안이 기존 단체협약을 후퇴시켰다면서 강하게 반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번 잠정합의안에 포함된 인사원칙 조항은 기존 단체협약에서 보장하고 있는 조합원 우선채용을 포기하는 내용으로 비조합원이 현장에서 근무해도 노조에서 아무런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었다.


또 평화의무 조항도 기존 단협에 명시되지 않았던 셧다운 현장에서 추가공수 등을 요구할 경우 노조쪽에 책임을 물기로 돼 있다. 당시 노조는 셧다운 현장은 다른 현장보다 위험하기 때문에 그만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교섭대표 선정 조항 역시 기존 단협에는 ‘사용주의 단체교섭 대표를 전년 1년간 총 연인원 최고 순위 1순위에서 10위까지 업체대표를 구성, 노조와 합의하에 교섭대표를 선정하도록 돼 있으나 이를 전문건설업체쪽에 위임했다.


그럼에도 노조가 이같은 회사쪽 제시안을 수용한 배경에는 장기화된 파업으로 인해 조직력이 약화되고 최악의 경우 노조와해까지 불거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 6일 하중근씨 장례이후 조직내부에서 강고한 투쟁을 배치해 돌파구를 찾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더 이상 파업을 지속하는 것이 무리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며 “노조를 살리기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일 파업 돌입 직후 이지경 노조위원장 등 현 집행부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데 이어 포스코본사 점거농성과 함께 분회장을 비롯해 대부분 집행부가 구속됐다. 이어 2선 지도부인 지갑렬 직무대행(노조 부위원장)마저 구속되고 최규만 노조사무국장을 직무대행으로 하는 3선지도부가 구성됐지만 이들에게도 체포영장이 발부돼 강경투쟁으로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말이다.


장기간의 파업 끝에 잠정합의안이 도출됐지만 아직 포항건설노조의 파업이 끝난 것은 아니다.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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