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건설노조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13일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 총회에서 부결됐다. 이에 따라 이날로 파업돌입 75일째를 맞는 포항건설노조의 파업은 더욱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포항건설노조는 이날 오후 2시 포항 근로자복지회관에서 조합원 2,056명이 참여한 가운데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투표조합원의 64.5%인 1,325명이 반대해 부결됐다. 찬성은 715명, 무효는 17명이다.<사진>


잠정합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포항건설노조는 이날 오후 6시께 임시대의원대회를 소집해 이후 대책 및 투쟁방향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에 앞서 포항건설노사는 지난 10일 △평균 5.2% 임금인상(기계전기 하루 일당 5천원 인상) △주40시간 근무 △조합원 차별금지 등에 대해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 잠정합의안 부결 ‘왜’ = 이번 잠정합의안은 지난달 12일 전문건설업체들이 제시한 최종안을 사실상 문구만 수정한 ‘개악안’이라며 지난 10일 잠정합의 직후부터 노조내부에서 수용을 거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그러나 노조 집행부는 장기화된 파업으로 조합원 피로도가 증가해 더이상 파업을 지속할 경우 최악의 경우 노조가 와해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잠정합의안을 수용하고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를 부친 것.

이번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이유에 대해 노조안팎에서는 이번 잠정합의안 내용이 담고 있는 ‘인사원칙’ ‘평화조항’ ‘교섭대표선정’ 등 노조존립을 위협하는 단체협약안 내용을 비롯해 고 하중근 조합원 사인에 대한 진상규명 문제, 손배가압류 및 구속·수배자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은 점을 꼽고 있다.

실제로 잠정합의안 전체조합원 찬반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12일 일부 분회장들이 노조에 투표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하기도 했으며 예정대로 진행할 경우 부결운동을 펼치겠다는 의견을 노조에 전달했다.

포항건설노조 관계자는 “개악된 잠정합의안을 가지고 현장으로 돌아갔을 경우 조합원들의 패배감은 극에 달할 것이고 현장에서 노조활동을 재개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을 분회장들이 피력했다”고 말했다.

◇ 이후 포항건설노조 파업은 = 잠정합의안이 부결되자 포항건설노조는 이날 오후 6시 이번 잠정합의안을 수용한 임원 사퇴를 안건으로 한 임시대의원대회를 시급히 개최했다. 이번 잠정합의안은 그동안 장기화된 파업을 더이상 지속하기 어렵다는 온건파의 주장이 수용된 것이어서 이후 이날 임원사퇴가 결정되면 강고한 투쟁을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노조 내 강경파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 집행부인 최규만 위원장 직무대행(노조 사무국장)은 포스코본사 점거농성으로 이지경 포항건설노조 위원장 등 대부분이 집행부가 구속된 뒤 2선 집행부를 맡은 지갑렬 직무대행(노조 부위원장)에 이은 3선 집행부다. 따라서 새로 집행부가 구성될 경우 4선 집행부가 꾸려지게 되는데 과연 노조의 투쟁에 힘이 실릴지는 미지수다.

포항건설노조 관계자는 “지난 1일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이후 포스코와 전문건설업체들은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혈안이 돼 있었고 교섭과정에서도 인사원칙, 평화조항, 교섭대표 선정 등 3가지 개악안에 대한 입장을 고수했다”면서 “4선 집행부가 구성된 이후 교섭이 재개되더라도 해결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부결을 예상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가결을 기대했었다”면서 “이후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원청인 포스코건설 관계자 역시 “대책회의를 해봐야겠지만 이미 공사가 상당히 늦어져 전문건설업체들과 계약을 해지하는 등 공사재개를 위한 방법 등을 강구해야 하지 않겠냐”는 입장을 표명했다.

75일간의 파업을 벌여왔던 포항건설노조가 이번 잠정합의안 부결로 인해 향후 파업을 어떻게 이끌어갈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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