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건설노조 파업이 10일 현재 장장 72일째를 넘어서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일 하중근씨 장례를 계기로 조직을 정비하는 등 해법 모색에 나섰던 노조는 아직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빠른 시일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최악의 상황인 '노조와해'까지 우려되고 있다.

장기화된 파업으로 조직력 약화

8월말을 기점으로 현장으로 복귀하는 조합원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현장복귀자는 350명 정도로 노조의 파업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지난 6일 하중근씨 장례식에 참여한 포항건설노조 조합원은 1,000여명이 채 되지 않았다. 평상시 노조 파업 집회에 참여한 조합원 수를 2,500여명으로 추산하더라도 이미 50% 정도가 불참하고 있다는 말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 7일에는 ‘조합원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조직을 건설하는 사람들’이라는 익명의 성명서가 언론사에 뿌려졌다. 성명서에는 노조 집행부에 대한 비난과 또 새로운 노조를 구성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포항건설노조는 성명서를 발표한 이들은 13명의 반장급 조합원들로 이전부터 사측에 포섭된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반장들과 함께 움직이는 조합원들을 포함하면 300명 정도가 이번 파업에서 이탈했다고 볼 수 있다.

또 이번 파업기간동안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던 조합원들은 270여명에 달하며, 현재도 10여명이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해 있다. 구속된 조합원들 및 간부도 60여명을 넘어섰다. 특히 포스코본사 점거농성으로 이지경 노조 위원장이 구속된 이후 직무대행이었던 지갑렬 부위원장의 구속, 또 현재 직무대행인 최규만 사무국장은 수배상태에 있는 등 대부분 노조간부가 구속 및 수배상태에 놓여 있는 점 등 노조의 지도력이 와해 직전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투쟁이냐, 교섭을 통한 마무리냐

노조의 조직력이 이처럼 위축된 상황에서 노조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투쟁을 통해 사쪽을 압박하거나 교섭을 통해서 이번 파업을 마무리하는 것 외에는 남아있지 않다. 이에 노조는 하중근씨 장례가 끝난 직후인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투쟁본부 회의를 개최해 장시간 향후 투쟁방향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강경파로 분류되는 일부 노조간부들은 ‘끝장투쟁’을 벌일 것을 주장했으나 온건파로 표명되는 일부 노조 간부들은 지난달 12일 도출됐던 최종안을 가지고 교섭을 재개하자는 의견을 제시해 노조 내 공방이 치열하게 계속돼왔다.

결국 노조는 전문건설업체에 교섭 재개를 요청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9일과 10일 전문건설업체 관계자들과 만나 교섭재개 여부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전문건설업체는 지난달 12일 ‘잠정합의안’에 대해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해 부결될 경우 교섭을 재개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교섭 재개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노조의 교섭요청에 대해 전문건설업체들이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경우 사태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

노조 관계자는 “교섭을 통해 파업이 마무리될 수 있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회사가 강경한 입장을 취해 결국 노조가 와해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직면한다면 노사 모두 공멸하더라도 강도 높은 투쟁을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의 다른 관계자는 “우리의 실력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계속 파업을 이어갔다간 실제로 노조가 와해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면서 “전문건설업체의 주장대로 (지난달 12일 도출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파업지속여부를 묻는 방안 등 여러 방면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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