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노사가 처음으로 '산별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25일 자정 산별총파업 하루 만에 극적인 타결에 성공한 노사는 “노사자율타결로 올 산별교섭을 마무리했을 뿐 아니라 사용자단체 구성 등을 합의함에 따라 앞으로 본격적인 병원 산별노사 관계가 시작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렇다면, 지난 3여 년간의 진통 끝에 나온 보건의료 산별협약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사용자단체 구성 합의 등 산별협약 면모 갖춰

지난 25일 잠정합의로 ‘가조인식’을 마친 보건의료 산별협약에는 △산별기본협약 △보건의료협약 △고용협약 △임금협약 △노동과정협약 등 5대 협약 24개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올해 산별교섭에 앞서 보건의료노조는 “내용적 측면에서 많은 욕심을 내기보다는 산별 5대협약의 뼈대를 구성하는데 가장 무게를 두고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노조의 의중대로 올 산별협약에서 가장 진일보한 부분은 ‘산별기본협약’.

보건의료 노사는 지난 2004년 산별합의에서 미진했던 협약의 적용범위와 유효기간, 사용자단체 구성 등을 놓고 장시간 논의 끝에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번 산별협약에 따르면, 일단 사용자는 2006년말까지 대표성 있는 사용자단체를 구성하고 2007년부터는 ‘보건의료 사용자단체’ 명의로 교섭에 응해야 한다. 또한 노사공동실무위원회를 꾸려 매월 1회 회의를 개최하고 산별 교섭대상과 안건, 방식 등을 논의하게 된다.

또한 지난 2004년 ‘10장2조’ 논란을 불러일으킨 협약의 적용범위에 있어서도 “산별협약을 우선 적용하되 지부의 기합의 사항과 지부 단체협약이 상회하는 경우 이에 따른다”는 단서조항을 삽입한 점도 눈에 띤다. 노조는 산별협약 우선적용 조항이 서울대병원노조 탈퇴 등 조직적 이탈사태로까지 확대되자, 이에 대한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써, 단서조항 삽입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보건의료협약에서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조항이 보다 구체화됐다는 점도 손에 꼽을 수 있다. 지난 2004년 보건의료 노사는 ‘환자의 알권리 등 환자권리장전 노사공동선포 및 실천, 다인병실 법적기준확보, 노사정 특별위원회 운영’ 등에 합의한 바 있다. 올해 산별교섭에서는 이러한 바탕 위해 내용적 측면에서 훨씬 구체화됐다. ‘노사정 특별위원회’의 의제를 건강보험제도 개선, 보건의료 예산 확대 등으로 명시한 점과 ‘재난사고 발생 시 긴급 의료지원활동 지원’ 등 사회적 기여를 위해 산별노사가 ‘공동사업’을 펼치기로 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특성별 임금편차는 여전히 ‘논란’…고용협약 ‘미진’

올해 보건의료 산별교섭에서 가장 큰 진통을 겪은 부문은 임금협약. 노사는 타결 막판까지도 임금인상 폭 뿐 아니라 적용 및 타결방식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이러한 진통 끝에 사립대병원 4.5%, 중소병원 3.5%, 지방의료원 5.54%(특성협의 결과), 국공립병원(국립대병원, 대한적십자사, 원자력의학원,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지부 자율합의라는 특성별 임금인상방식을 택했다.

임금격차 해소가 주효한 산별교섭 테이블에서 특성별 임금편차를 인정한 부분과 국공립병원의 지부 자율합의는 앞으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건의료노조는 “각 병원에 따라 지불능력과 규모별 편차가 심각하게 존재하는 조건에서 특성별편차는 불가피하다”며 “장기적으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의료제도적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공립병원의 지부별 합의에 대해서도 “정부의 공무원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명시할 수 없었던 것 뿐, 산별교섭 테이블에서 이를 미룬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당초 노조가 주장했던 정규직 고용보장 요구도 이번 합의에서는 빠졌다. 사용자들이 법보다 미진한 내용의 입장을 고수하자 아예 삭제한 것. 비정규직 처우개선 및 고용보장 요구도 지난 2004년 합의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지난 2004년 최초로 산업별 최저임금을 합의하는 성과를 남겼음에도 올해는 노사 간 이견이 팽팽하자 아예 삭제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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