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비정규 법안의 국회 통과 마지노선’을 밝히겠다는 한국노총이 기자회견을 불과 4시간 앞두고 이를 취소했다. 좀 더 시간을 갖고 고민을 이어나가기로 한 것. 한국노총의 이같은 판단은 지난 28일 오후 8시부터 자정을 넘겨가며 이뤄졌던 민주노총 지도부와의 면담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날 오전 “민주노총 비대위 지도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오늘 오후 1시로 예정됐던 긴급기자회견 일정을 30일로 하루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노총은 “민주노총 지도부가 한국노총의 뜻과 진심을 이해하겠으나 공조 유지의 중요성과 시기의 민감성을 감안해 기자회견 연기를 요청해 왔다”며 “한국노총은 이를 받아들이면서 민주노총 지도부에게 현 시점에서 비정규 권리입법 입법의 연내 처리를 위한 방안을 이날 오전까지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지난 28일 양대노총 지도부 면담에는 전재환 비상대책위원장과 배강욱 집행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와 이용득 위원장과 백헌기 사무총장 등 한국노총 지도부 등 핵심간부 10여명이 참석해 4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전재환 비대위원장은 “한국노총의 입장을 알겠으나 차별시정 부분을 제외하면 독소적 내용이 너무 많아 우려가 크다”며 “한국노총 안이 노동계 양보안이 되고 통과 안은 더 후퇴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전하며 신중한 검토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용득 위원장은 “노동계가 원안만을 고집하면 국회가 입법을 하더라도 현재 논의되는 안보다 훨씬 후퇴된 안이 입법화 될 가능성이 크며 결국 노동계가 반대한다면 연내 입법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며 “한국노총의 최종안이 절대 또 다른 협상안이 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면담에서는 양대노총의 합의는 아니지만 민주노총의 의견을 참작해 한국노총이 당초 만들었던 최종안이 일부 다시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이 작성한 최종안은 기간제와 파견제 두 가지 법을 포함하여 세부적으로는 △기간제의 사유제한과 최장기한, 기간초과 후 근로관계 △파견근로의 대상업무 및 최장기간, 위법파견 시 근로관계 △차별금지 및 차별시정 절차 △특수고용 노동자 권리 보장 등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한국노총의 결정에 따라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중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이에 대한 입장 정리에 들어간 상황이며 민주노총 관계자는 한국노총이 기자회견을 연기한 것에 대해 “산별대표자회의 결정사항인데도 어려운 결정을 했다”며 “양노총 공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한 “민주노총은 비정규권리보장 연내입법화라는 목표에 대해서는 한국노총과 다르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양노총 간 비정규권리보장 연내입법화를 위한 방식에서 의견차이가 있을 있다고 본다”며 “한국노총이 제안한 부분에 대해 그 의미의 긍정성은 이해하지만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 4월 상황이 노동계와 충분히 협의하지 않은 비정규법안을 저지하는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노동계 입장을 충분히 전달한 만큼 권리보장 입법쟁취가 목표”라며 “이를 위한 가장 큰 수단은 대중행동과 총파업”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이 요구한 비정규 권리입법 연내처리를 위한 방안을 ‘총파업’이라는 것을 재차 확인한 셈이다.

이 관계자는 “한국노총 방식으로 (절충안이) 천명되는 순간, 이는 노동계 안이 되고, 타결도 되지 않으면서 오히려 후퇴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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