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 파업 이틀째인 18일, 밖에선 ‘항공대란’의 주범으로 몰린 조종사들을 비난하느라 시끄러웠지만 정작 노조원들은 영종도 집결지에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며 비교적 평온한 하루를 보냈다. 집결지에 모인 노조원들은 323명, 외국에서 귀국을 서두르고 있는 조합원들을 합하면 파업대오는 앞으로 조금 더 늘어날 전망이다.


노조원들은 18일 오전 한울노동문제연구소 하종강 소장을 초청해 강연을 들었다. 정평난 강사의 입심에 오전 9시 조금 넘어 시작된 강연이 12시까지 이어졌지만 노조원들은 지루한 줄도 모르고 열심히 귀 기울였다. 한 조합원은 “파업을 하고는 있지만 노조나 노동운동을 모르는 조합원이 대부분”이라며 “조종사도 노동자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갖는 파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에는 항공지식을 겨루는 조종사들의 ‘도전! 골든벨’이 진행됐고, 저녁에는 영화상영도 있었다.

노조원들의 단결과 파업에 대한 확신은 현재 아주 높아 보였다. 한 노조간부는 “분위기도 아주 좋고 노조원들의 결의도 아주 높은 상태”라며 “처음부터 장기파업을 생각하고 준비했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동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결지에서 교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돌발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파업 첫날인 17일, 회사의 한 팀장이 임신 중인 여성조종사에게 전화로 폭언을 퍼부은 것이다. 이 조합원은 유산의 위협을 느껴 병원에 입원했고, 노조는 파업할 권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 보고 진단서와 경위서가 작성되는 대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이틀 동안 노조 집결지에는 많은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다녀갔지만 조선일보 기자는 정문에서 출입이 가로막혔다. 파업에 대한 언론보도에 불만이 많은 노조, 그렇다고 모든 언론을 다 막을 수는 없고 상징적으로 조선일보만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집결지는 조합이 파업을 이어가고 투쟁의 결의를 높일 수 있는 요새다. 영종도의 외진 수련원이기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다. 조합원들은 이 안에서 신문도 텔레비전도 볼 수 없다. 밖에서 얼마나 자신들에 대한 비난이 거센지 보지 않고 듣지 않는 것이 속편할 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이번 파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여론의 흐름을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는 점은 한계다. 파업 승리를 위해서는 여론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탐색전 끝, 교섭장에서 명분 찾아야
아시아나조종사노조의 파업사태는 앞으로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 파업 중 교섭은 하루 만에 중단됐고 파업의 여파로 항공기 운항은 무더기 결항 사태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교섭을 재개하는 것이다. 파업 장기화는 사쪽이나 노조 모두에게 본질적으로 유리할 것이 없다. 노조는 “노조 요구안을 사쪽이 높이든 낮추든 만나서 서로의 의사를 타진하는 것이 지금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밝히며, 강력하게 사쪽과의 교섭을 촉구했다.


그러나 사쪽은 뚜렷한 이유 없이 기대를 걸었던 18일 교섭을 요구하지 않았다. 이유가 있다면 “노조가 전혀 양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보도 교섭과정에서 주고받는 것이라면 사쪽의 태도는 노조로부터 “항공대란의 원인을 노조에게 전가하고, 국민여론으로 노조를 압박하기 위한 전술”이라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노조는 비행안전을 위한 조종사의 휴식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노조요구안의 정당성과 노조원들의 단결을 무기로 삼고 있고, 사쪽은 ‘귀족노조’, ‘항공대란’이라는 비난여론을 무기로 삼는 듯 하다. 그러나 항공기 무더기 결항의 장기화는 그 책임의 화살을 노조 뿐만 아니라 사쪽으로 돌릴 것이 뻔하다. 이때쯤이면 정치권에 대한 중재요구도 빗발칠 것이다. 이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은 모험이다. 이틀 동안 고심한 파업 중 교섭전략을 들고 이제 협상 테이블을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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