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개혁, 부정부패 추방, 노동3권 보장 등을 외치며 지난해 총파업에 돌입했던 공무원노조. 하지만 공무원노조는 총파업 뒤 정부와 각 지자체들로부터 상상할 수 없는 탄압을 받고 있다. 탄압은 현재진행형이고, 일부 지부의 경우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다.

내년 1월 특별법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지자체와 공무원노조 간의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김영길 위원장이 석방되면서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공무원노조. 현장조직 복원, 미조직 지부 및 공무원들의 조직화, 여기에 징계자 원상복귀와 특별법 대응에서 공직사회개혁까지 중앙은 중앙대로 지역은 지역대로 공무원노조가 해야 할 일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매일노동뉴스>가 전국 16개 광역 시·도별로 공무원노조의 현장을 찾아간다. 공무원노조의 현실, 고민, 그리고 꿈은 무엇인가. 첫번째로 찾아간 지역은 지난 총파업으로 가장 심한 탄압을 받았던 강원도였다. <편집자 주>



류종수 춘천시장의 주위를 보면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존재가 있다. 이들은 결혼식장이든 장례식장이든 음식점이든 할 것 없이 류 시장의 주위를 끝까지 그림자처럼 붙어 다닌다. ‘그림자’의 주인공은 바로 공무원노조 춘천시지부 소속 조합원들. 내년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류종수 춘천시장의 사전선거운동을 감시하기 위해서다. “한 조에 4명씩 총 4개조로 편성해 시장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사전선거운동 의혹과 관련) 춘천시선관위로부터 지적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유치원생들을 상대로 시정체험코스를 만들었습니다. 유치원을 대상으로 시정을 홍보하는 것부터가 무리지요.” 박재규 신임지부장의 말이다.


그러나 비단 사전선거운동 때문만일까. “지난해 노조 총파업 뒤 노조가 와해되면서 이벤트성 사업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대부분 사전에 담당부서와 검토 없이 즉흥적으로 진행되는 전시행정입니다. 지역언론도 시장의 독단적·졸속적 시정운영에 대해 비판적입니다.”

공무원노조 춘천시지부는 지난해 총파업으로 인해 노조 임원을 포함 모두 18명이 직장을 잃었다. 그리고 춘천시지부는 15일부터 최근 제3대 지부장으로 당선된 박재규 신임위원장을 중심으로 새 집행부를 공식적으로 출범시킨다.

“일단 조직복원 사업이 중요하겠지요. 조합원의 생각이 바뀌는 것도 급선무입니다. 회복투 위주의 투쟁사업보다는 일상사업 속에서 조합원의 결속을 높이는 사업을 추진할 생각입니다. 각 부서별로 부당한 관행을 타파하는 투쟁부터 시작할 생각입니다.” 

파면된 조합원 박금희씨
“내 자식도 노동자로 생활할 텐데…이런 생활 물려줄 수 없다”
박금희씨는 밝은 표정이면서도 인터뷰는 피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총파업과 관련해 지역언론과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이미 찍혔던(?) 터이기 때문이다.


춘천시지부 도매시장 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하다 파면된 박금희(39·여·7급)씨. 박씨는 지난해 파업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파면’ 처분을 받았다.


“2기 춘천지부의 임원이었다는 이유 때문이었죠. 그렇다고 그냥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내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매일 지부로 출근합니다.”


박씨는 현재 1남1녀를 두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한 조합원의 권유로 자연스럽게 시작했다고 했다. 특별한 고민도 없었다고 했다. 노동조합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 가입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스스로 판단했다.


그런 박씨도 총파업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이 징계가 심해질 것이라고 하더군요. 탄압도 받을 테고 힘이 들겠구나, 뭐 그런 생각은 당연히 했지요. 그러나 전 각오를 했어요. 공무원생활을 못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박씨가 총파업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중앙에서 정책을 결정했는데 조합원들이 따르지 않으면 노조라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무원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이같은 진통은 공무원노조가 맞이해야 할 일련의 과정,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모님의 납득을 받아내기는 어렵다. '좋은 직장 때려치운' 딸인 셈이니까. 물론 박씨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자식들도 커갈 것이고. 자식들도 노동자로 살아갈 것이고. 이런 생활을 후대에게 물려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저런 이유 대면 노조활동 못한다." 박씨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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