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개혁, 부정부패 추방, 노동3권 보장 등을 외치며 지난해 총파업에 돌입했던 공무원노조. 하지만 공무원노조는 총파업 뒤 정부와 각 지자체들로부터 상상할 수 없는 탄압을 받고 있다. 탄압은 현재진행형이고, 일부 지부의 경우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다.

내년 1월 특별법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지자체와 공무원노조 간의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김영길 위원장이 석방되면서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공무원노조. 현장조직 복원, 미조직 지부 및 공무원들의 조직화, 여기에 징계자 원상복귀와 특별법 대응에서 공직사회개혁까지 중앙은 중앙대로 지역은 지역대로 공무원노조가 해야 할 일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매일노동뉴스>가 전국 16개 광역 시·도별로 공무원노조의 현장을 찾아간다. 공무원노조의 현실, 고민, 그리고 꿈은 무엇인가. 첫번째로 찾아간 지역은 지난 총파업으로 가장 심한 탄압을 받았던 강원도였다. <편집자 주>




“현 정부를 용서할 수 없다.” 강양희 공무원노조 강원본부장(48)은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총파업은 정당하다고 봅니다. 정부가 당시 공무원노조와 대화를 조금이라도 더 했더라면 그런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강원본부는 총파업을 앞두고 타 본부와 달리, 노동문제에 박식한 외부강사들을 초청해 조합원 교육을 실시, 총파업의 의미와 정당성을 설명했고 자신감 속에서 총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 외로 심각했다. 징계자 수만 무려 717명. 전국 최고 수준이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진행되는 소청심사. 강양희 본부장은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현 정부를 용서할 수 없다"

“희생자들의 가족과 친인척에게 정신적, 경제적 부담감을 준 데 대해 본부장으로서 상당히 죄송할 따름입니다.” 인터뷰 하루 전인 5일 열린 ‘노조탄압 분쇄, 원주시장 퇴진을 위한 강원지역본부 결의대회’와 원주시청 앞에서 진행된 밤샘 노숙투쟁을 다녀온 뒤라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강양희 본부장은 파업 희생자 가족들에게 사과와 위로의 말부터 전했다.

- 강원도는 넓다. 각 지부를 순회하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작년 총파업 뒤 강원본부 각 지부를 비롯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느라 지쳐 있는 상태다. 하지만 한 사람이라도 회복해야 하는 것 아닌가. 서로 의지하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 특히 강원본부는 산하 각 지부별로 총파업 뒤 해당 지자체와 갈등이 매우 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강원지역 시장과 군수들이 상당히 보수적이다. 현재 각 지부에서 발생하는 조합비 원천징수 문제, 노조 사무실 폐쇄 문제 등도 행자부의 지침이 내려오면 타 지역의 경우 각 자치단체에서 알아서 하는 데 유독 강원도는 행자부의 지침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강원지역 시장과 군수들이 대부분 행자부 관료 출신들이라는 점도 문제다. 결국 이 사람들은 여태껏 과거의 권위주의적 사고방식을 벗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 강 본부장은 지난 5월12일 출소한 뒤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석방 뒤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또다시 구속될 것을 각오하고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힌 바도 있고.

"노조활동 한 것을 지금까지 후회 한 적 없다. 앞으로도 강원본부나 공무원노조 깃발이 내려지지 않는 이상 구속을 각오한 노조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25년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공직사회의 비리와 부정부패를 지켜보고 ‘잘못 살았다’는 생각을 했다."

"시대 흐름 못 읽는 지자체장들이 문제"

- 강원본부의 상황은 어떠한가. 각 지부도 어렵지만, 지난 6월4일 강원본부는 김진선 강원도지사에게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최종통보 했는데.

“강원본부는 지난 6월4일 도와 면담을 통해 징계대상자 전원에 대한 원상복귀를 요구했지만 도지사의 거부로 결국 대화는 무산됐다. 지금이라도 도지사가 마음의 문을 열고 징계자에 대한 관심을 베풀기만 한다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본다.

- 문제 해결 방법은 없나.

“도지사의 변화가 중요한데 시대의 흐름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 작년 총파업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공무원노조 전체가 탄압을 받았지만, 강원본부는 유독 사상 유례없는 징계를 당했다.

“임원들은 구속을 각오하고 총파업에 참여했다. 파업 전에 강원본부는 외부강사들을 통해 조합원 교육을 많이 실시했고, 이 때문에 총파업에 대한 의식이 타 본부보다 높았다. 하지만 지금으로 봐서는 해직자가 타 본부보다 많으니 본부장으로서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 가족, 친인척들에게 정신적·경제적 부담을 준 데 대해 본부장으로서 상당히 죄송할 따름이다. 하지만 지난 총파업은 정당하다고 보고 있다. 그때 당시 정부가 노조와 대화를 조금이라도 더 했다면 이런 불상사는 없었을 것이다. 노동부, 행자부 모두 용서할 수 없다.”

- 어제 원주집회 때 보니까 일부 시민들은 왜 공무원들이 또다시 거리로 나왔느냐고 불만인 것 같던데, 총파업 뒤 공무원노조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이 여전히 부정적인 것 같다.

“국민들을 대상으로 공무원노조를 홍보하는 게 아직 약하다. 총파업 때도 그랬고. 하지만 국민들은 세금만 낼 뿐 이게 어디에 사용되는지 관심이 없다. 시민혈세가 낭비되는데 관심조차 없다. 시민들이 공무원노조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공무원노조의 공직사회 개혁 부정부패 척결을 외치는 거리선전전을 통해 시민들이 각 지자체장들의 문제점을 인식하기 시작하고 있다. 음료수를 가져다 주는 시민도 있고, 고생한다는 시민들도 있다.”

- 총파업 뒤 진행된 소청심사가 강원본부의 올해 사업에 차질을 빚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나.

“강원도의 경우 지난해 파업으로 인해 징계를 당한 사람의 수만 717명이다. 현재 소청심사가 350명 정도 진행됐으며 다음주부터 다시 시작된다. 장기적으로 소청이 진행되다 보니 아마 9월쯤 끝날 것 같은데, 이 상황에서 강원본부는 소청이 빨리 끝나야 유리한지 늦게 끝나야 유리한지를 고민하고 있을 뿐,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시민들 생각 바뀌어 있어"

- 총파업 뒤 현장 복원은 어느 정도인가.

“총파업 뒤 각 시·군에서 회복투 투쟁 및 조직복원사업을 통해 약 80% 정도 원상복귀가 됐다고 우리는 보고 있다. 특히 내가 출소한 뒤 지부 순회, 회복투 순회를 전개해 직원들과 1대1로 많은 대화를 하면서 평직원들의 조합복귀율도 높아지는 등 많이 회복됐다.

- 최근 김영길 위원장까지 석방돼 공무원노조가 다시 전열을 가다듬게 됐다. 우선 특별법 문제가 현안인데.

“중앙에서는 총파업 뒤 많은 집행부가 구속되면서 이후 투쟁에 대해 움츠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와 큰 싸움을 안 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은 내년에 특별법을 받을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에 대해 정부와 한판 승부를 해야 한다. 강원본부는 두 달 안에 법안을 수용할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를 놓고 조합원과 토론을 거친 뒤 그 결과를 중앙에 건의할 계획이다."

- 본부장 개인적 소견은.

“개인적으로는 특별법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노조활동을 하는 게 낫다고 본다.”


"특별법, '한판 승부' 불가피"

- 총액인건비제, 변형된 주5일제 등 공무원사회에 위기가 하나 둘이 아니다.

“공무원사회를 구조조정하려는 정부의 움직임 가운데 하나인 총액인건비제의 문제점에 대해 강원본부는 거리 선전전, 1인 시위,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있다. 주5일제도 무인민원발급기를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이미 강원본부는 당직근무를 보강했을 뿐, 토요민원근무를 별도로 안하고 있다. 마찰이나 갈등은 아직 없다. 사실, 당직을 보강할 필요도 없다.”

- 내년 3월에 임기가 끝나는데.

“사고지부나 조직화되지 못한 지역의 조직화다. 미조직화 된 곳의 경우 총파업 이전에는 열심히 활동을 했는데 총파업 뒤 시·군의 교묘한 노조탄압으로 뿔뿔이 흩어져버렸다.”

- 강원본부 소속 8천여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남은 임기 동안 공약사항을 최대한 이행하고 깨끗한 공무원노조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임기를 잘 마칠 수 있도록 조합원 여러분들이 많이 도와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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