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개혁, 부정부패 추방, 노동3권 보장 등을 외치며 지난해 총파업에 돌입했던 공무원노조. 하지만 공무원노조는 총파업 뒤 정부와 각 지자체들로부터 상상할 수 없는 탄압을 받고 있다. 탄압은 현재진행형이고, 일부 지부의 경우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다.

내년 1월 특별법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지자체와 공무원노조 간의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김영길 위원장이 석방되면서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공무원노조. 현장조직 복원, 미조직 지부 및 공무원들의 조직화, 여기에 징계자 원상복귀와 특별법 대응에서 공직사회개혁까지 중앙은 중앙대로 지역은 지역대로 공무원노조가 해야 할 일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매일노동뉴스>가 전국 16개 광역 시·도별로 공무원노조의 현장을 찾아간다. 공무원노조의 현실, 고민, 그리고 꿈은 무엇인가. 첫번째로 찾아간 지역은 지난 총파업으로 가장 심한 탄압을 받았던 강원도였다. <편집자 주>




노동조합이 파업에 나서면 '후유증'이 남기 마련이지만, 공무원노조의 경우는 특히 심하다. 그리고 공무원노조 강원본부는 특히 더 했다. 강원본부는 지난해 총파업으로 인해 717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파면 61명, 해임 24명, 감봉 244명, 정직 332명. 견책 56명. 이 숫자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징계자 717명…소청심사도 형식적

그동안 강원본부는 소청투쟁을 중심으로 한 ‘희생자 원상회복 투쟁’을 진행해 왔다. 다른 주요 사업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니지만 워낙 많은 수의 징계자들이 발생해, 본부는 올 상반기 내내 도의 ‘공무원노조 죽이기’를 저지하는 데 전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강원도는 당초 하루에 130명에 달하는 인원을 심사하려 하는 등 형식적이고 졸속적으로 소청심사를 진행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노조는 도청 앞 시위 등으로 징계자들이 충분히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투쟁을 전개해, 1주일에 1번씩 1회 20명으로 조정하는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강양희 본부장의 말이다.

실제 강원도는 지난 3월21일 강릉과 춘천 소속 공무원 132명을, 22일에는 동해와 삼척 소속 136명을, 4월2일과 3일에는 원주시 공무원 256명에 대해 소청을 진행하려 했다. 지금까지 희생자의 절반가량인 약 350여명이 소청심사를 받았다. 3주 정도 중단된 소청심사는 이르면 이번주부터 다시 시작될 예정. 억울하게 징계를 당한 조합원들에게 충분한 소명기회를 주기 위해 장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소청은 이르면 9월께 끝날 것으로 강원본부는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소청이 끝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소청을 해도 징계자가 다수 발생할 경우 이들은 징계 수위와 상관없이 행정소송에 돌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어, 희생자 원상회복투쟁은 생각보다 훨씬 장기화 될 가능성도 보이고 있다.

"가장 보수적인 곳에서 개혁의 싹을 틔운다"

게다가 강원도는 자타가 공인하는 '보수적인' 곳. 강원본부는 지금 김진선 강원도지사와 힘겨운 싸움을 전개 중이다. 강원본부는 지난달 4일 김진선 도지사와 마지막 면담 뒤 "김 도지사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고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본부는 현재 △희생자 전원 원상회복 △시·군 노조사무실 원상회복 △조합비 원천징수 허용 △공무원노조 담당부서 명칭 통일 △강원본부 사무실 마련 등 5가지 사항을 도에 요구하고 있으나 도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강원본부는 ‘투쟁만이 공무원노조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도지사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결론 아래, 소청 및 소송 투쟁, (지자체장의 사전선거운동 등을 감시하는) 그림자투쟁, 도지사 정책평가, 대시민 선전전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도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도가 노조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는 게 노조의 시각. 강원본부는 도지사와 면담 전인 지난 3월부터 강원도를 비롯한 도내 18개 시·군을 상대로 단체장, 부단체장, 각 국장 등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에 대한 행정정보공개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도민의 혈세가 정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감시하겠다는 것이다.

강원본부가 요구한 정보공개 청구내용은 2002년 7월1일부터 2005년 3월31일까지 도지사를 비롯해 각 시장·군수, 부지사, 부시장, 과·실·소장 등에 편성된 각종 업무추진비 관련 회계장부 및 관련 지출 증빙서류 사본 등.

하지만 단체장들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도를 비롯해 전체 시·군이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공개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강원본부의 ‘공직사회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사업’은 ‘희생자 원상회복 사업’과 함께 놓칠 수 없는 2005년도의 주요한 사업 가운데 하나다.

"부패추방은 우리의 임무"

강원본부는 도의 부패 정도를 ‘심각하다’고 표현하고 있다. 강원도청 고위 공무원들의 비리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고, 연이은 비리사건에 강원도 공무원들의 명예는 이미 실추된 상태. 도민들의 눈길 역시 곱지 않다. 비리혐의 단체장들도 수두룩하다. 김대웅 삼척시 부시장은 김일동 삼척시장이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뒤 시장권한대행을 맡고 있지만 그 역시 도시계획도로 개설 공사와 관련한 의혹을 받고 있어 공무원노조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김진동 동해시장 마찬가지. 김 시장은 취임 뒤 지난 3년 동안 수억원에 이르는 업무추진비를 자기 돈처럼 사용하고 시민의 공공재산과 관용차량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등 어려운 시 살림에 막대한 손실을 끼쳐 왔다는 공무원노조의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이같은 비리혐의 단체장과 고위직 공무원들 때문에 강원도 하위직(실무직) 공무원들의 문제의식은 높고, 공직사회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관심도는 어느 지역보다 높다는 게 노조의 평가다. 강원본부는 특히 ‘지역 주민들의 관심 또한 높기 때문에’ 비상식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는 단체장과는 한번 싸울만 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강원본부는 최근 공무원노조를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던 김기열 원주시장과의 싸움을 승리로 이끌기도 했다. 노조사무실 개설 등 공무원노조가 요구하는 사항에 대해 김 시장이 수용의사를 밝힌 것. 7개월에 걸친 투쟁이었다. 최근 원주시지부의 문제가 잘 해결돼 한시름을 놓은 강원본부는 투쟁의 성과를 바탕으로 현재 추진 중인 사업들을 더욱 힘있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강원본부는 현재 도내 18개 시·군 가운데 춘천, 원주, 강릉, 동해, 삼척, 태백, 속초, 양구, 화천, 정선, 영월, 철원, 고성 등 13개 시·군 지부가 가입해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양양, 인제, 평창, 홍천, 횡성 등 5개 지부는 가입은 돼 있으나 사고지부이거나 미조직 상태다.

조직복원률 80%…100%도 시간문제

"총파업 이전에는 사고지부와 미조직화 지부 모두 열심히 활동을 했는데 총파업에 돌입하기 한 달 전부터 시·군에서 교묘하게 노조를 탄압하는 바람에 뿔뿔이 흩어져 버렸습니다.” 이에 따라 강원본부는 각 지역별로 부본부장의 책임 하에 담당팀제를 구성해 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각 시·군에 들어가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그곳에 머물면서 직원들 사이로 파고 들어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복원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연대사업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이는 ‘강원본부의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강원본부는 이미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예산 등 지방자치단체의 예산감시활동을 전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자체 판공비 △사회복지예산 집행에 대한 적절성 △지방의회의 결산검사 성실도 모니터링 등을 중점적으로 캔다는 방침이다.

강원본부는 또 민주노총 강원본부, 전농강원도연맹, 강원여농, 강원지역대학총학생회연합, 반미여성회 강원본부 등 13개 단체가 속해있는 강원민중연대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북녘어린이 영양빵공장 후원사업을 위해 폐카트리지 수거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평택미군기지확장 저지투쟁을 위해 평택지킴이 모집사업도 전개하고 있는 등 다양한 연대활동을 적극 펼쳐나가고 있다.

강원본부는 "조직복원률이 80% 정도"라고 밝혔다. 총파업 직전에는 조합원 수가 9천여명에 육박했으나 지금은 7천여명. 하지만 "100% 복원은 시간문제"라는 게 강원본부의 전망. 강원본부는 그렇게 다시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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