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개혁, 부정부패 추방, 노동3권 보장 등을 외치며 지난해 총파업에 돌입했던 공무원노조. 하지만 공무원노조는 총파업 뒤 정부와 각 지자체들로부터 상상할 수 없는 탄압을 받고 있다. 탄압은 현재진행형이고, 일부 지부의 경우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다.

내년 1월 특별법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지자체와 공무원노조 간의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김영길 위원장이 석방되면서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공무원노조. 현장조직 복원, 미조직 지부 및 공무원들의 조직화, 여기에 징계자 원상복귀와 특별법 대응에서 공직사회개혁까지 중앙은 중앙대로 지역은 지역대로 공무원노조가 해야 할 일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매일노동뉴스>가 전국 16개 광역 시·도별로 공무원노조의 현장을 찾아간다. 공무원노조의 현실, 고민, 그리고 꿈은 무엇인가. 첫번째로 찾아간 지역은 지난 총파업으로 가장 심한 탄압을 받았던 강원도였다. <편집자 주>




“획기적인 결과다. 김기열 원주시장이 (공무원노조에) 무릎을 꿇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지난 6일 오전 7시. 이규삼 공무원노조 원주시지부장은 지부 관계자 2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지부 관계자들 가운데 일부는 여전히 시의 태도에 대해 의심하는 눈치지만, 고통스럽게 진행된 지난 투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에 대해 일제히 환호하는 분위기다.


지난 7개월. 원주시의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은 '악랄'하다고 할 정도였다는 게 노조의 시각. 전 직원의 노조활동 금지를 시작으로 △부서 내 조합활동을 위한 시설사용 금지 △청사 내 설치된 공무원노조관련 홍보물 및 게시물 제거 △사무실 내 투쟁조끼 착용 및 비치 금지 △공무원노조 관련 행사 및 활동금지까지.

공무원노조 원주시지부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바로 지난 1월18일 발생한 노조사무실 폐쇄였다. 원주시는 이날 노조 사무실의 집기 및 장비를 모두 들어냈다. 원주시지부 홈페이지도 폐쇄했다.

원주시청은 지난달 경찰력을 동원해 시청을 항의방문한 공무원노조 조합원과 관계자 127명을 연행하는 등 초강수로 일관했으며, 이후 노조가 걸어놓은 플래카드를 몰래 철거하거나, 시청 주차장에 설치된 공무원노조 원주시지부 천막사무실까지 강제로 철거했다. 원주시지부는 이렇게 무너졌고 결국 거리로 쫓겨났다.

그리고 이어진 공무원노조의 반격. 지난 6월21일부터 전국에서 공무원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원주로 몰려들었다. 전국단위로 릴레이집회를 개최했으며 시청 앞에서 밤샘 노숙투쟁을 전개했다. 7개월의 투쟁 끝에 지난 5일 김기열 원주시장은 “공무원노조가 요구하는 사무실 문제는 노조 요구대로 노조에게 제공한다”고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이밖에 시와 노조는 △단체협약 이행(조합비 원천징수 부분 제외) △노조탄압 중단 △징계자 소청 및 소송 적극 지원 △지부의 집회 및 시위, 선전전 중단 등에도 합의했다.


한때 ‘전쟁터’를 방불케 할 만큼, 시청을 출입하는 시민들에게 극심한 혐오감과 불편을 안겨 주었던 전국 각 지역에서 몰려든 경찰들과 용역업체 직원들도 이제는 원주시청에서 모조리 빠져나갔다. 원주시청은 일단 다시 평온을 되찾은 것이다.

원주시청은 지난 7일 오전 10시께 기자회견을 통해 합의사항을 발표했으며, 원주시지부도 이날 오후 2시께 기자회견을 통해 원주시의 의견에 대한 전폭적 수용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태 해결은 원주시청이 공무원노조의 요구는 일단 수용했지만, 공무원노조의 실체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니고 있다. 실제 원주시청쪽의 기자회견문에는 "소위 전공노 강원지역본부 및 중앙본부의 릴레이시위를 계획하고 있어", "시민들에게 막대한 불편을 끼쳐 드리게 될 것이므로"라는 표현을 통해 원주시가 마지 못해 공무원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원주시지부도 이같은 지점은 우려하고 있다. 이규삼 원주시지부장은 “합의된 사항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더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태는 일단락 됐지만, 앙금까지 가신 것은 아니다. 원주시는 지난해 공무원노조 총파업 뒤 전체 직원의 1/3에 해당하는 395명의 공무원을 대량 징계했다. 소청심사 결과에 따라 자칫 새로운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이로 인해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원주시가 좀더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시민들 또한 양쪽의 원만한 합의가 ‘일시적인 쇼’가 아니길 기대하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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