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노·사·공익 간 힘겨운 줄다리기 속에 결정되는 최저임금. 그러나 지난해 8월말 현재 당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는 125만명(전체 노동자의 8.8%)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되는 등 법정 최저임금제도가 저임금 및 임금격차 해소라는 본연의 목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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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는 4회에 걸쳐 최저임금, 그 한계선에 선 노동자들의 실태를 파악하면서 ‘근로빈곤 탈출’ 기제로서 최저임금의 역할과 최근 도입방침이 확정된 근로소득보전제도(EITC) 및 기초생활보장제와의 연관성들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우리나라와 같이 법정 최저임금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OECD 회원국 30개국 가운데 미국, 프랑스, 일본 등 17곳이다. 독일, 스웨덴 등은 국가가 단체협약의 효력확장 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영국은 99년 4월부터 전국 최저임금제를 실시하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소장이 이들 나라와 우리와의 최저임금 수준을 비교하기 위해 풀타임 중위임금(full-time median earnimgs) 대비 최저임금 비율을 따져본 바에 따르면, 2002년을 기준으로 프랑스가 62.1%로 가장 높고 다음이 호주(58.4%), 벨기에(56.8%), 뉴질랜드(52.9%) 등의 순이며 우리나라(38.0%)는 스페인(29.6%), 일본(32.3%), 미국(33.9%) 다음으로 낮았다.
한국노동연구원 정진호 연구위원도 비슷한 결과를 내놨다. 2003년 현재 OECD 13개국과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는 40.9%로 비교대상국 평균 45.3% 및 중위값(영국) 44.7%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다.
또한 김 소장은 최저임금제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조건을 개선함과 동시에 임금소득 불평등 해소, 소득분배 구조개선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전체 노동자 평균 임금인상률보다 높아야 하는데, 지난 10여 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90년부터 2004년까지 시간당 정액급여 인상률은 평균값이 11.5%, 중위값이 11.2%인데, 시간당 최저임금 인상률은 각각 11.4%, 10.0%였다.
정진호 연구위원 역시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은 전반적으로 99년까지 낮아지다가 이후 다시 높아지고 있지만 2004년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정액급여 대비 약 35% 추정)은 최저임금제도 도입 초기(88년 정액급여 대비 36.1%)에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정 연구위원은 2003년 현재 1인당 국민소득에 대비한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은 우리나라가 47.0%로 비교대상국 평균값 48.0%, 중위값(영국) 51.8%에 비해 약간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최근 우리나라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은 전반적으로 비교대상 국가들에 비해 그다지 크게 낮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위원은 “그렇다고 이것이 근로빈곤계층을 위한 국가의 소득지원정책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그다지 부족하지 않음을 시사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올라가면 일자리 상실 초래?
노동계 등이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할 때 제기되는 반론 중 하나는 고용감소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유선 소장은 “전통적인 신고전파 모델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취업중인 노동자에게는 임금인상을 의미하지만 다른 노동자에게는 일자리 상실을 초래한다”며 “그러나 이는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어서 최저임금이 반드시 고용감소를 초래하는 것은 아니고, 설령 고용감소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반드시 사회적 손실을 아니”라고 주장했다.
즉,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기업은 생산성 증대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처하므로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는 줄어들고, 최저임금이 평균임금보다 크게 낮은 수준에서 정해지기 때문에 특정 계층 노동자만 영향을 받게 되며, 설사 특정 계층(미숙련 10대)의 고용감소를 초래하더라도 줄어든 일자리를 다른 노동자(가족 부양의무를 진 성인)가 대신한다면 사회적으로는 오히려 이득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소장은 “최저임금지수(상용직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가 높을수록 임금소득 분산과 저임금 발생률이 낮다”며 “이는 최저임금이 임금소득 불평등과 저임금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정책수단임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정진호 연구위원 역시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이 높지 않다면 최저임금의 고용에 대한 부정적 효과는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최저임금은 근로자간 임금격차를 완화시킨다”고 주장했다.
소득재분배효과에선 의견 엇갈려
하지만 최저임금의 소득재분배 효과에 대해서는 ‘그다지 크지 않다’와 ‘매우 크다’까지 견해가 엇갈린다. 김 소장은 “이는 예컨대 임금노동자가 한 명도 없는 가구가 있는가 하면 2~3명인 가구가 있고, 아버지는 고소득자인데 학교를 갓 졸업한 아들은 최저임금밖에 못 받는 가구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영국과 미국의 사례를 실증분석해 본 결과 최저임금의 소득재분배 효과는 그 대상을 노동자 가구로 한정할 때 분명히 나타나지만 전 가구로 대상을 확대하면 분명치 않다고 밝혔다. 또한 전 가구로 대상을 확대하는 경우에도 나라와 시점에 따라 소득재분배 효과가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정진호 연구위원은 2003년 한국노동패널조사를 활용, 최저임금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따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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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에서 보듯 전체 가구를 분석대상으로 할 경우, 최저임금 수혜자 비율은 소득수준이 낮다고 해서 반드시 높지는 않았다. 최하위 소득계층인 1/10분위의 최저임금 수혜자 비율은 2.4%로 2/10 분위 및 3/10분위의 6.1%, 5.5%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그런데 주목해 볼 것은 1/10분위의 ‘생산가능인구에 대비한’ 임금근로자 비율이 12.3%로 다른 소득계층과 비교할 때 최하위라는 점이다. 정 연구위원은 “이는 최저임금제도가 소득분배를 개선시키는데 무딘 정책수단(blunt instrument)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체 가구가 아닌 임금근로자 가구로 분석대상을 한정하면 최저임금의 소득분배효과는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최저임금 수헤자 비율도 소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거의 일률적으로 감소하고 있었다. 1/10분위의 최저임금 수혜자 비율은 10%로 다른 소득계층과 비교할 때 최상위였다.
정 연구위원은 “전체가구보다 임금근로자가구에서 최저임금의 소득분배효과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해서 최저임금제가 근로빈곤계층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정책수단임을 시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비임금근로자가구의 근로빈곤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장에 의한 빈곤 또는 소득불평등을 개선하는데 국가의 재정정책은 어느 정도 기여를 하고 있을까? 정 연구위원이 통계청의 2000년 ‘가구소비실태조사’를 이용,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재정정책에 의한 소득불평등 감소효과는 4.3%로 낮게 나타났다.<표 2 참조> 이는 90년대 중반에 추정된 OECD 주요국의 평균치(37.9%)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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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유형별로 보면, 비취업가구의 재정정책효과는 10.2%로 임금근로자가구의 3.5%에 비해 높은데, 비임금근로자가구에서 재정정책 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정 연구위원은 “그동안 소득세의 일률적인 공제제도 조정으로 가구 특성에 따른 필요경비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해 소득세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미흡하고, 특히 공제제도의 확대는 면세점 미만 근로빈곤계층의 가처분 소득을 거의 증가시키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실제 98년 67.6%이던 근로소득세 납부자 비율은 99년 58.8%, 2000년 53.4%, 2001년 55.8%, 2002년 51.5%로 감소세다.
근로빈곤 해결 위해 다른 정책수단 필요
김유선 소장은 “임금노동자가 대상인 최저임금제를 통해 전 가구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출발부터 무리가 있다”며 “임금소득보조제, 부의 소득세제, 사회보장제도 등 다른 정책수단을 병행 실시함으로써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영미계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주요 선진국에서는 저임금근로자를 위한 최저임금제도 이외에 근로빈곤가구를 위한 근로소득보전세제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11월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정과제 회의에서 올 상반기 중 ‘근로소득보전세제(EITC·Earned Income Tax Credit)’ 도입여부를 검토키로 했다. ‘일을 통한 빈곤 탈출 정책‘의 하나로 거론되는 EITC는, 소득에 따른 공제액을 설정하고 해당 노동자가 낸 세금이 공제액보다 많을 때는 공제액만큼을 차감한 금액만 납부하도록 하고 반대로 공제액보다 세금이 적을 경우에는 오히려 그 차액을 현금으로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예를 들어 연간 노동소득이 1,500만원인 사람의 EITC 공제액이 2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납부해야 할 세금이 300만원인 경우에는 공제액 200만원을 뺀 100만원만 내면 된다. 반면 같은 소득이더라도 10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하는 사람이라면 전액 감면받는 한편 공제액과의 차액인 100만원을 추가로 국가로부터 받게 된다.
액면 그대로 보자면, EITC는 사회보장 제도에서도 사각지대로 남을 수밖에 없는 근로빈곤층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고 근로능력이 있는 빈곤계층이 ‘노동’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 등에서 유용한 제도로 보이지만 진보진영 내에서는 찬반논란이 팽팽하다.<상자기사 참조>
정진호 연구위원은 “비록 근로소득보전세제가 근로유인제고 및 소득분배개선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를 도입, 실시하는데 특히 조세 및 재정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보건사회연구원 박능후 연구위원에 따르면, 구체적인 설계방식에 따라 재정소요액의 차이가 있지만 임금근로자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기본모형의 경우 연간 약 2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EITC도입에 따른 재원 문제를 포함, 윤홍식 전북대 교수는 저소득 계층간 소득불평등 확대, 공공부조 위축 가능성, 고용불안정성 증대 등의 우려를 제기하고 있어 제도 도입과정에서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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