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HD현대의 건설기계 계열사 HD현대건설기계에서 굴착기 부품 용접작업 등을 한 하청노동자들이 법원에서 불법파견을 인정받았다. 소송을 제기한 지 약 3년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41민사부(재판장 정회일 부장판사)는 15일 HD현대건설기계 사내하청업체 서진이엔지에서 일하다 해고된 27명이 원청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소송을 제기한 이들은 2017년 4월 HD현대중공업 건설장비 사업부가 인적분할돼 설립된 HD현대건설기계 사내하청업체 서진이엔지에서 굴착기용 붐(Boom)·암(Arm) 같은 건설기계용 부품을 생산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사건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진이엔지는 2020년 7월 생산물량 감소 등을 이유로 갑작스럽게 폐업과 전 직원 해고를 통보했다. 서진이엔지 노동자들은 HD현대건설기계가 직접 업무지시를 내리고 근태관리 등을 했다며 원청이 직접고용해 고용승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본지 2020년 8월24일자 2면 “현대건설기계 불법파견 정황, 노동부 조사 착수” 기사 참조>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는 고용승계와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2020년 7월30일부터 현대중공업 정문 앞 천막농성을 이어 왔다.

고용노동부는 이미 HD현대건설기계의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사항을 확인하고 직접고용 시정지시를 내린 바 있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은 2020년 12월28일 현대건설기계에 서진이엔지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라고 시정지시했다. 원청이 이를 이행하지 않자 노동자들이 2021년 3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는 이날 오전 선고 이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 결과에 환영 입장을 밝히며 판결에 따라 원청이 즉각 직접고용할 것을 촉구했다. 지회는 “HD현대건설기계는 서진이엔지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하며 법원 판단을 받아 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이번 판결로 HD현대건설기계의 불법파견 범죄가 입증된 만큼 즉각 하청노동자를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재판부가 노동자 손을 들어주면서 파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하청 대표에 대한 형사 재판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022년 6월 원·하청 대표와 법인을 파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지회는 “민사 재판부 판결이 나온 이상 형사 재판부가 시간을 끌 명분이 없다”며 “불법파견 범죄 피해자들의 고통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조속히 선고기일을 확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울산지법 형사8단독은 지난해 8월25일 변론을 종결한 뒤 같은해 11월10일 예정된 선고기일을 연기한 바 있다.

어고은 기자
어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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