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진교 녹색정의당 의원이 14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녹색정의당 원내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회 미디어자료관 갈무리>

더불어민주당의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제안이 녹색정의당 내부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배진교 녹색정의당 의원은 녹색당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이 민주당의 제안에 대한 논의를 막고 있다며 원내대표직 사퇴를 발표했다. 민주당과 함께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인데, 녹색정의당은 이번주 주말에 전국위원회를 열어 민주당과의 선거연합 여부를 결정한다.

배진교 의원 “내부 반대 의견 이해 안 돼”

배진교 의원은 14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내대표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배 의원은 “이번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 심판 선거고, 저는 이를 위해 야권의 강력한 연합정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며 “녹색정의당은 진보 대표정당으로서 이러한 민심의 요구에 응답해야 하는데 녹색당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녹색정의당 대표단의 일원으로서 현 상황에 대한 한계와 책임을 통감하고, 더 이상 강력한 연합정치 추진도 원내대표직 수행도 어렵다고 판단해 사임한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당 관계자는 “배진교 의원이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에 찬성인 줄은 알았지만, 지금 이러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의 공식 입장이 결정된 뒤에 행동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배 의원은 오는 총선에서 남동구을 지역구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 의원은 이 지역구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남동구청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윤관석 당시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윤관석 의원 당선에 기여하기도 했다. 현재 윤 의원은 ‘민주당 돈봉투 의혹 사건’으로 탈당 후 구속된 상황이다.

정의당 내 의견그룹들 진통

녹색정의당은 15일 오전 상무위에 이어 17일 또는 18일 전국위원회에서 민주당과의 선거연합 여부를 논의한다. 15일 오후에는 광역시도위원장회의를 열어 의견을 조율한다.

전국위원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정의당 의견그룹들은 전환을 제외하고는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전환은 확실한 공조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다. 전환 소속인 양경규 의원은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해 왔다. 전환 관계자는 “절대로 할 수 없다는 입장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당내 다른 의견그룹인 함께서울과 비상은 고민 중이다. 어떤 선택이 진보정당의 생존에 도움이 될지 판단하고 있다. 함께서울 관계자는 “원칙을 지켜 온 정의당이 이를 지키지 못한 상황이라면 이번 선거에서 몇 석이 당선된다고 해도 영향력은 물론 진보정치의 다음이 없을 수 있다는 두려움과, 여기서 당장 죽느니 차후 생존을 고민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고민이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진교·강은미 의원과 이정미 전 대표가 활동하는 비상 관계자는 “지역에서는 민주당과 손을 합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사안을 쉽게 판단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비상 관계자는 “15일 광역시도당위원장 회의에서 여러 의견을 들어 가며 의견을 형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녹색당, 기존 방침 번복 어려워
지난 총선서 배제된 경험도 작용

녹색당으로서는 선거연합정당 참여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녹색당은 존재 가치와 명분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원칙하에 연합정치를 통해 원내 진출을 달성하겠다는 기본원칙을 세웠다. 정의당을 플랫폼 정당으로 활용하기로 한 이유도 거대 양당이 기후정치를 외면한 가운데 정의당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녹색당의 총선 방침은 “기후정치 세력화와 거대 양당체제 타파를 위한 원내진입을 목적으로 기후·녹색운동 및 진보정당과 강력한 선거연합을 추진”하는 것이다. 그 시작이 정의당과의 선거연합정당 설립이다.

이 때문에 녹색당 내부에서는 민주당의 선거연합 제안 직후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녹색당 총선대책위원회는 민주당이 지난 8일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을 제안한 다음날인 9일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 참여 제안을 규탄하며, 민주당이 즉각 위성정당 준비를 중단하길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녹색정의당을 향해서는 “녹색당과 함께 기후정치를 실현하고자 했던 원칙과 가치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녹색당은 민주당에 대한 불신의 역사도 있다. 지난 총선에서 당내 갈등과 고민 끝에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 합류를 결정했지만, 민주당이 녹색당을 일방적으로 배제하면서 입장이 난처해진 전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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