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수력원자력 한울본부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홈페이지>

공공기관의 청원경찰이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적은 업무인 ‘감시적 근로자’로 승인받았더라도 실질적인 근무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또 근무형태가 바뀌기 전의 포괄임금제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소송이 제기된 지 무려 10년6개월 만의 대법원 결론이다.

‘감시적 근로자’ 승인 후 취소에 수당 갈등

1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한국수력원자력 전·현직 청원경찰 A씨 등 59명이 한수원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지난 8일 원심 판결 중 연장근로수당과 퇴직금 부분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한수원 원자력본부에서 청원경찰로 재직한 A씨 등은 2013년 11월까지 3조2교대로 근무했다. 첫날 주간근무(오전 8시~오후 6시), 이틀째 야간근무(오후 6시~다음날 오전 8시)를 하고 셋째 날 하루 쉬는 형태였다. 그런데 한수원은 청원경찰이 ‘감시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고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갈등이 불거졌다.

고용노동부는 한수원이 청원경찰에 대한 감시적 근로자 인가를 신청하자 2007년 12월 승인했다. 이에 한수원은 연장근로수당을 50% 가산하지 않고 기준임금에 포함시켜 월급을 지급했다. 그런데 노동부는 2012년 3월 청원경찰이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적은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아니라며 인가를 취소했다. 반면에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감시적 근로자 인가 당시에는 청원경찰의 업무 부담이 현재만큼 과중하지 않았다”며 ‘승인철회’로 변경했다. 2012년 3월 이전까지는 청원경찰에게 근로기준법상 감시·단속적 근로자 관련 규정이 적용된다는 의미다.

‘감시적 노동 여부·포괄임금제 효력’ 엇갈린 하급심

그러자 A씨 등은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라며 2013년 8월 소송을 냈다. 이들은 인가 철회의 효력을 소급해 2010년 9월부터 교대제 형태가 바뀐 2013년 12월까지의 연장근로수당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수원은 인가가 유효한 2012년 3월까지는 감시적 근로자에 해당해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또 기준임금에 1주 연장근로시간(16시간)이 포함돼 있는 포괄임금이라 추가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재판에서는 △청원경찰이 인가 전까지 감시적 근로자였는지 여부 △포괄임금약정의 유효 여부 등이 쟁점으로 다퉈졌다. 1심은 인가 효력이 유지됐던 2012년 3월까지는 감시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연장근로수당 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노조원이 아닌 청원경찰들은 단체협약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봤다.

다만 1심은 포괄임금제가 무효라고 해석했다. 주 16시간의 연장근로 대가를 포함하는 임금에 대해 합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인가가 철회된 2012년 3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기본성과급·자체성과급·급식보조비·교통보조비·난방보조비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퇴직금 역시 연장근로수당과 휴일근로수당을 반영해 산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법원 “강도 높은 순찰 요구, 수당 지급해야”

2심은 ‘감시적 근로자’ 해당 여부를 부정했다. 청원경찰이 지속적인 탐지와 24시간 경계근무, 상시순찰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포괄임금제 쟁점도 1심과 판단을 달리했다. 2013년 11월 이전의 포괄임금제는 유효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인용 금액이 1심의 15억원에서 5억원으로 낮아졌다. 재판부는 청원경찰이 3조2교대로 반복 근무해 근로시간을 산정하는 것이 곤란하고 임금 총액이 2.2~6.4% 인상돼 포괄임금약정을 체결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해석했다.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자 사건은 대법원으로 향했다. 대법원은 약 6년간 심리한 끝에 “포괄임금제는 무효”라며 원심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실제 월평균 연장근로시간이 월 48시간을 훨씬 초과하는데도 기준임금에 포함된 연장근로수당은 월 48시간분에 불과하고 가산율도 적용되지 않았다”며 “근로기준법에 따라 산정되는 연장근로수당에 미달하므로 그에 해당하는 포괄임금약정 부분은 무효”라고 판시했다.

특히 ‘감시적 근로자’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수원은 청원경찰이 2010년 말까지 실질적인 감시적 근로자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국가 중요시설이자 방사성물질을 다루는 위험시설인 원자력본부에서 일하는 청원경찰들에게 강도 높은 상시 순찰·경계업무와 훈련이 요구되는 점은 2010년 말 이전에도 마찬가지였다”며 “피고(한수원)가 2005년께 노동관서에 감시적 근로 승인을 신청했으나 불승인처분을 받은 사실을 볼 때 2010년 말을 기준으로 근무 내용이나 강도가 유의미하게 달라졌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조계는 감시·단속 업무를 악용해 임금 지급을 회피하려는 공공기관에 제동을 걸었다고 평가했다. 청원경찰들을 대리한 변영철 변호사(법무법인 민심)는 “감시·단속적 근로로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도 실질적으로 감시·단속적 근로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연장근로수당 지급의무가 면책될 수 없다는 법리를 최초로 승인한 사례”라며 “원심은 3조2교대에서 4조3교대로 변경된 2013년 12월 이전 기간의 연장근로수당 청구에 대해서는 포괄임금협약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이를 기각했지만, 대법원은 포괄임금협약의 유효성을 부정해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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