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이주노동자들이 갈 곳을 잃었다. 예산 전액삭감으로 새해 전국의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가 폐쇄됐지만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지방관서에 공무직을 배치하겠다던 고용노동부는 돌연 지방자치단체에 지원사업을 떠넘겼다. 지자체 역시 민간단체에 기댈 수밖에 없어 기존 센터와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마저도 예산 문제로 당장 시행될 가능성이 낮아 이주노동자 지원 공백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직접운영한다며 폐쇄하더니 또 민간위탁

전국의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거점 9곳이 올해 1월1일부로 폐쇄됐다. 소지역센터 35곳은 외국인노동자 지원 업무를 중단했기 때문에 곧 폐쇄될 가능성이 크다. 노동부가 외국인노동자 지원 효율성을 높이겠다며 올해부터 관련 예산(지난해 기준 71억800만원) 지원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노동부가 내놓은 대책은 지자체 지원사업이다. 노동부는 이달 9일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2024년 외국인노동자 지역정착 지원사업 운영 공모’를 공고했다. 수행사업은 외국인 근로자(E-9, H-2)의 지역정착을 위한 상담과 교육 등으로, 지원기간은 최대 3년이다. 국회에서 관련 예산 18억원이 신규 편성돼 노동부와 지자체가 비용을 반반 부담한다.

상담과 행정을 연계하겠다며 지방관서에 공무직을 배치하겠다는 첫 대책은 뒤로 밀렸다. 노동부 관계자는 “자치단체 공모 지역이 정리되면 후속 조치로 준비하고 있다”며 “공무직 62명 채용 예산은 확보돼 있다”고 말했다.

교육 지원을 담당하기로 했던 한국산업인력공단은 민간위탁 기관을 찾고 있는 중이다.

쪼그라든 지원 범위·기간
“지자체 사업도 연말이나 시작할 듯”

기존 센터와 민간위탁이라는 방식은 같으면서 오히려 사업 범위는 더 좁아졌다는 지적이다. 지원대상이 기존 이주민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축소하고, 지원기간 한도가 없었던 기존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와는 달리 3년으로 제한됐다. 류지호 의정부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팀장은 “노동부가 책임지겠다며 20년간 활동해 온 센터들을 폐쇄할 땐 언제고 또다시 민간위탁을 들고나오니 황당하다”며 “예산 규모가 줄어든 건 물론 지원 대상과 기한을 한정해 지원사업은 더 좁아진 셈”이라고 비판했다.

지자체 사업에 지원하려는 소지역센터들은 적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류 팀장은 “소지역센터는 애초에 거점센터 역할까지 하고 싶지 않아 했다”며 “사업이 확대되면 사람도 더 고용해야 하는데 인건비가 사업비의 50% 이하로 한정된 상황에서 지원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특히 예산이 문제가 된다. 지자체 예산안이 8~9월 결정돼 지자체 의회 심의를 받는 과정을 고려하면 7~8월쯤 공모 사업을 진행하는 게 통상적이라는 지적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추경을 받을 수 있는지도 단언할 수 없고 받는다 해도 도를 거쳐 시군까지 내려가면 올해 말이나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노동부가 성급하게 사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외국인 지원 정책은 후퇴시키면서 외국인력 확대에만 급급하다는 비판 목소리가 크다. 정영섭 이주노조 활동가는 “센터는 이주노동자의 휴식처 같은 곳이다. 센터 폐지로 이용자들의 허탈감이 크다”며 “외국인력 확대 정책으로 이주노동자들은 늘고 있는데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장인숙 한국노총 정책1본부 부본부장은 “정부는 현 정책을 폐기하고 기존 센터를 재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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