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민 충청남도노동권익센터 정책기획팀장

지난달 28일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제4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2023~2027년)’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2023년의 공식 업무가 끝나는 날을 하루 앞둔 발표였다.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은 정부의 외국인·이주민 정책의 원칙과 방향, 중장기 전략체계를 담는 ‘최상위 범정부 종합계획’이다.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외국인처우법)에 따라 법무부 장관이 5년마다 수립하고,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기본계획에 대한 연도별 시행계획을 세우고 이행하도록 돼 있다.

2008년 1차 기본계획을 수립한 이래,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3차 계획이 적용됐다. 전술한 관련 법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적용될 4차 기본계획은 2023년 이전에 계획(안) 수립을 완료하고, 2023년부터는 기본계획에 대한 부처별·지자체별·연도별 시행계획에 따른 실천과제들이 이행돼야 했다. 그런데 법무부는 2023년 한 해의 끝자락인 12월27일에야 ‘27회 외국인정책위원회’를 ‘서면회의’로 개최하고, 기본계획을 심의·확정했다. 게으르고 뒤늦었다. 지난 1년간 정부의 이주민 정책은 제대로 된 기본원칙과 방향에 대한 합의도 없이 중구난방으로 추진돼 온 셈이다.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서 이번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처음으로 국민참여단을 구성해 토론회와 공청회를 개최하고 관계부처 간 논의를 반영해 세부과제를 수립했다고 밝혔다. 뒤늦은 계획 수립에는 민주적 숙의 과정으로 계획 수립의 내실을 기하고자 했던 사정이 있었던 걸까? 발표된 기본계획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4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은 ‘국민과 이민자가 함께 도약하는 미래지향적 글로벌 선도국가’를 비전으로, 5대 정책 목표는 △(경제) 이민을 활용한 경제와 지역 발전 촉진 △(안전) 안전하고 질서있는 사회 구현 △(통합) 국민과 이민자가 함께하는 사회통합 △(인권) 이민자의 인권가치를 존중하는 사회 실현 △(협력·인프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이민행정 기반 구축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150개의 세부 과제를 선정했다. 특히 우수 외국인 연구자·유학생 등 글로벌 인재 확보와 숙련인력, 농어업 분야 등 인력공급, 불법체류 대응, 국경관리를 위한 협업 등을 부처 간 협력과제로 강조하고 있다.

보도자료에 담긴 기본계획의 이런저런 좋은 문장들을 뜯어보고 합하면, 결국 경제를 위해 외국인 ‘인력’을 확대 ‘공급’하되, ‘불법체류자’들은 쫒아내며, 이주민 지원 인프라는 시장화하겠다는 진의가 읽힌다.

법무부는 기본계획의 중점과제로 ‘우리 경제에 필요한 이민자 유치와 육성’을 제시하고 외국인 숙련 인력과 단순노무 인력을 확대하겠다면서도 ‘불법체류 반감 5개년 계획’을 통해 미등록 이주민 규모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불법체류 대응 체계, 체류 외국인 범죄 등에 대한 합동 단속 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의 기본계획에는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인력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이주민들만이 존재하고, 원하는 곳에서 일과 삶을 이어 갈 이주와 정주의 권리를 가진 ‘인간’으로서 이주민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민자의 인권가치를 존중하는 사회실현’이라는 정책 목표가 무색하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이야기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국면 이후 미국과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미등록 이주민들에게도 시민권을 확대 적용하고,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해 온 흐름과는 길을 전혀 달리하고 있다. ‘국민과 이민자가 함께하는 사회통합’을 목표로 제시하면서, 정책과제로는 사회통합프로그램의 ‘점진적 유료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주민을 위한 한국어 교육, 문화 교육의 기본 인프라조차도 시장화하겠다는 의미다. 2024년 고용허가제를 통해 역대 최대 규모인 16만5천명의 이주노동자를 ‘도입’하겠다면서, 이주노동자들을 지원하는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우리의 ‘동료시민’인 이주민의 일과 삶에 대한 진지한 고려를 기본계획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뒤늦고 게으른, 게다가 잔혹하기까지 한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충청남도노동권익센터 정책기획팀장 (recherche@cnnodo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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