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학노련 KPX케미칼노조가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과 2017년 7월1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우레탄 소재 생산업체인 KPX케미칼 경영진의 노조 차별 행위에 대법원이 결국 ‘면죄부’를 줬다. 노조탄압 의혹이 불거진 지 8년이 지났지만, 사법부의 최종 판단은 ‘무죄’로 끝났다. 거액의 컨설팅 비용을 주고 노조를 탄압한 ‘유성기업’과 유사하지만, 처벌은 엇갈렸다.

파업한 1노조 배제, 2노조만 성과급 지급

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양준영 KPX그룹 회장(당시 부회장)과 김문영 전 KPX케미칼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2019년 2월 검찰이 기소한 지 4년10개월 만이다.

‘복수노조’로 구성된 KPX케미칼에서 발생한 노조 차별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측이 그해 8월 법무법인 아이앤에스(I&S)와 거액의 노무관리 자문계약을 체결하며 부당노동행위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사측은 법무법인에 성공보수금 등 약 6억4천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는 화학노련 KPX케미칼노조(1노조)에 ‘호봉제 폐지·성과급 지급기준 변경·임금동결·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단체협약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1노조가 임금 삭감을 반대하며 회사 제안을 수용하지 않아 교섭이 결렬됐고, 그해 12월부터 2016년 3월까지 파업에 돌입했다. 이후에도 호봉제 폐지에 관해서는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자 회사에 KPX케미칼제일노조(2노조)가 들어섰다. 사측은 2016년 하반기부터 각 노조와 개별교섭에 들어갔다. 1노조는 회사 제시안에 반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지만, 2노조는 사측 제안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2노조는 경영성과급 310%(통상임금 기준)와 취업규칙개선격려금 100%를 지급하겠다는 추가조건을 수용해 2016년 12월 합의했다. 사측은 성과급 지급기준을 2016년도에 소급 적용하면서까지 2노조에 성과급을 지원했다.

반면 1노조 조합원들에게는 경영성과급 190%만 차등 지급했다. ‘노조 차별’ 행위는 검찰에 포착됐다. 검찰은 “1노조와 2노조를 차별적으로 취급함으로써 1노조 소속 근로자들에게 집행부에 대한 불만을 야기해 노조를 탈퇴할 마음을 먹게 하거나 1노조가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도록 영향을 미쳤다”며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벌금형 뒤집고 무죄 “반노조 의사 증명 없어”

1심은 양 회장과 김 전 사장의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인정해 각각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행은) 1노조의 단결력·조직력·협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라며 “단결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배제·시정함으로써 정상적인 노사관계를 회복하려는 노조법 취지를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회사가 시장 여건 변동에 대응해 유연성 있는 임금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과정에서 벌어진 일 △노동자 90%가 새 취업규칙에 동의한 점 △회사 최종 협약안이 1노조 조합원에게 불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을 이유로 형량을 대폭 감경했다.

하지만 2심은 혐의 자체를 무죄로 판단했다. 피고인들은 법리오해와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재판부는 “단체교섭 결과 노조원 간 근로조건에 차이가 발생한 것과 회사가 2노조원과 비조합원에게 취업규칙개선격려금 등의 금픔을 지급한 행위는 사용자의 중립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거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경영진이 반노조적 의도나 지배·개입 의사가 존재했는지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의 증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사측의 단체교섭 태도가 불성실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부당노동행위에 관한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반 등의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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