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 3월 화재로 대전2공장이 전소됐고 1공장도 생산을 중단했다. 화재로 발생한 유휴인력 860여명을 국내외 사업장에 전환배치한 뒤 남은 인력은 유급휴업을 유지했다. 그런데 사측은 법정 휴업수당 지급 기준을 지키기 어렵다며 기준에 미달하는 금액 지급을 승인해 달라는 취지로 휴업수당 감액신청을 노동위원회에 냈다. 공장재건계획이 불투명하고 무기한 휴업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이어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한국타이어 사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 21일 <매일노동뉴스>는 중노위 판정문을 입수해 기각 사유를 살펴봤다.

사측 “불가항력적 화재로 귀책사유 없어”
중노위 “사용자 관리 소홀로 화재 가능성”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 뒤 전환배치 뒤에도 유급휴업을 유지한 인력은 250명(6월 기준)이다. 이들에게 유급휴업에 따른 법정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데 회사 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올해 6월 충남지노위에 휴업수당을 평균임금의 40%로 지급할 수 있게 승인해 달라고 신청했다.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는 당시 감액을 해야 할 타당한 근거가 없는데도 직원들의 생존권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며 반발했다.

근로기준법 46조에 따르면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 근로자에게 휴업기간 동안 ‘평균임금의 70%’ 이상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해 ‘노동위원회 승인’을 받으면 법적 기준에 못 미치는 휴업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휴업이 사용자의 귀책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휴업이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 계속이 불가능해 휴업기간 동안 법정 기준에 못 미치는 휴업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적정한지 여부였다.

중노위는 화재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는 등 회사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휴업이 아니어서 수당 지급 의무가 없다는 사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중노위는 “화재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이상 사용자의 관리·지배하에 있는 전기시설 등의 오작동이나 관리 소홀로 인한 화재 발생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한국타이어 소방시설 자체 점검 결과 대전공장에서 최근 3년간 다수의 소방시설 불량 문제가 지적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사측 “무기한 휴업 필요, 회사 운영에 부담”
중노위 “급여감액시 인건비 절감 17억원에 불과”

회사 운영에 부담이 돼 기준 미달의 휴업수당 지급 승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점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노위는 “유휴인력은 120~135명(9월 기준) 수준이고 6개월간 평균임금 40%로 휴업수당을 지급할 경우 인건비 절감액은 약 17억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2023년 1분기~2분기 매출액·영업이익·당기순이익 등을 고려했을 때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의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 매출액은 2조1천40억원, 영업이익은 1천909억원, 당기순이익은 958억원이었는데 2분기는 각각 2조2천634억원, 2천482억원, 1천415억원으로 실적이 오히려 개선됐기 때문이다. 대전1공장의 경우 9월1일부터 재가동하면서 운영상황이 더 호전될 것이라는 점도 감안했다.

또한 중노위는 “평균임금의 40%로 휴업수당을 지급할 경우 근로자들의 가족 부양 등 생계에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며 “화재 이후 임원진의 보수 한도가 20억원 증가했는데 임원 보수 삭감이나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등의 자구노력도 없었다”고 밝혔다.

휴업수당 감액신청은 노동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지만 대전공장 화재에 따른 노동자들의 고통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타이어지회 관계자는 “전환배치 이후 직무 변경에 따른 임금 저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사측은 대전2공장 재건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이달 말로 예정된 휴업 기간도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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