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대기업 총수로는 처음으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측이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계획을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삼표그룹은 지난해 1월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이틀 만에 경기 양주 채석장에서 사고가 일어나 ‘1호 사고’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정 회장은 불출석, 김앤장·광장 7명 변호
변호인 “헌법적 판단 필요한 상황”

정 회장측은 의정부지법 형사3단독(정서현 판사) 심리로 24일 열린 정 회장 등 임직원 7명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은 입법 당시에도 위헌성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있었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의사를 밝혔다. 정 회장은 올해 3월31일 중대재해처벌법(산업재해치사)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종신 삼표산업 대표이사와 양주사업소 안전담당 임원 등 6명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은 정식 재판이 아닌데도 정 회장측은 이례적으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의사를 밝혔다. 정 회장과 이 대표는 출석 의무가 없어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대신 정 회장을 변호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4명과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3명 등 7명의 변호인이 출석했다.

정 회장측은 재판 말미에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가능성을 언급했다.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위헌 여부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헌법재판소법(42조)에 따르면 법원이 법률의 위헌 여부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한 때에는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은 위헌 여부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정지된다. 법원이 정 회장측 신청을 받아들여 헌재에 제청하면 재판은 위헌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멈춘다.

변호인은 “아주 성급한 얘기지만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 창원지법에서 진행 중인 두성산업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입법되고 준비기간을 거쳐 시행되는 사이에 위헌성 논란이 일었다”며 “여전히 헌법적인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두성산업 ‘닮은꼴’ 전략, 11월1일 결정
정 회장 ‘경영책임자’ 지위도 공방 예상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법 청사 전경. <홍준표 기자>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법 청사 전경. <홍준표 기자>

삼표그룹의 법정대응은 두성산업의 전략과 닮았다. 지난해 2월 독성물질이 함유된 세척제에 노동자 16명이 급성중독을 일으켜 기소된 두성산업 대표이사측은 그해 10월 창원지법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두성산업측은 중대재해처벌법이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다음달 1일 1심 선고와 함께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인용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정 회장측 변호인은 재판 직후 <매일노동뉴스>에 “두성산업 사건의 결정 여부와 무관하게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 회장의 법적 지위를 두고도 향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은 정 회장을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법 2조9호가목)’으로 보고 기소했다. 검찰은 △30년간 채석 산업에 종사한 전문가로 채석 작업 방식을 최종적으로 결정한 점 △사고현장 위험성을 사전에 인식한 점 △안전보건업무를 구체적으로 보고받아 실질적인 결정권을 행사한 점 등을 토대로 정 회장을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로 판단했다. 이를 전제로 정 회장이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 마련(시행령 4조3호)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에 대비한 매뉴얼 마련(시행령 4조8호)를 위반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검찰에 구체적으로 적용한 시행령 조항을 특정해 달라고 요구했고 검찰은 정식 공판 전까지 하겠다고 답했다. 변호인은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과 (정 회장이) 무엇을 알면서도 하지 않은 것인지에 대해서도 추후 다투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재해조사의견서를 작성한 산업안전보건공단 직원 등을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다. 재판부는 12월22일 한 차례 더 준비기일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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