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통해 사내대출에 개입한 행위에 대해 2심도 단체교섭권 침해가 아니라고 봤다. 법원이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98호를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4-1부(재판장 이승련)는 지난 6일 한국노총 공공부문노조협의회(공공노련·공공연맹·금융노조)가 기재부를 상대로 낸 경영평가편람 수정처분 취소소송에서 1심의 각하 결정을 유지했다. 기재부의 경영평가편람 수정처분이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아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1심 판단이 옳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재부는 2021년 7월 ‘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을 개정해 공공기관 사내대출과 지원범위를 축소했다. 이후 경영평가 기준에 ‘사내대출 등 기관별 복리후생 제도 개선 및 과도한 복리후생 항목 존재 여부’를 추가하도록 2021년도 경영평가편람을 수정했다.

쟁점은 기재부의 경영평가가 공공기관 운영에 구속력을 갖는지였다. 1심 재판부는 구속력을 인정하면서도 “개별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비권력적 사실행위로서 행정지도의 일종”이라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한발 더 나아갔다. 재판부는 “경영평가편람은 경영평가의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으로서 행정기관 내부의 관리·감독작용에 해당할 뿐”이라며 “공공기관과 노조 간 단체협약 체결을 강제하거나 단체협약 내용을 직접 변경시키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ILO 협약을 언급하면서도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가 노정교섭 관련 권고 의견을 채택한 것만으로 1심 판단을 뒤집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한공노협 주장을 기각했다.

한공노협 관계자는 “정부가 경영평가로 공공기관 개별 노사관계를 침해한다는 노동계 주장에 대해 법원은 십수 년간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않고 각하 처리하고 있다”며 “사실관계를 따지기 시작하면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한공노협은 상고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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