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침과 가이드라인으로 공공부문 노사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획재정부와 이를 저지하려는 공공부문 노동계의 법정 공방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인다. 노동계는 지침으로 노사관계에 개입하는 정부 행위에 제동을 걸기 위해 행정소송과 헌법소원 등 법률 대응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26일 금융노조에 따르면 한국노총 공공부문노조협의회(공공노련·공공연맹·금융노조)가 기재부를 상대로 낸 경영평가편람 수정처분 취소 소송 2심 재판의 변론이 최근 개시됐다.

사건은 2021년 12월로 거슬러 간다. 같은달 한공노협은 기재부를 상대로 경영평가편람 수정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을 고쳐서 공공기관 복지제도 가운데 하나인 사내대출 제도 금리를 올리고, 이행하지 않으면 경영평가에서 감점하겠다는 기재부 행위를 중지시켜 달라는 취지에서다. 한공노협은 단체교섭으로 정한 사내대출 제도를 기재부가 경영평가 감점 방식으로 무력화하면서 노사 교섭에 개입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법원은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4월21일 한공노협이 낸 경영평가편람 수정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경영평가의 구속력을 인정하면서도 “(경영평가편람 수정처분은) 공공기관의 경영효율화를 위해 일반적 기준을 제시해 그 준수를 권고하는 비권력적 사실행위”라고 판시했다. 경영평가편람 수정은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한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얘기다.

한공노협은 지난 5월2일 즉시 항소했다. 경영평가는 기관장 임기를 좌우할 만큼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행정처분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20일 1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김재범 노조 사무총장은 “국제노동기구(ILO)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에 관한 협약 98호에 따라 공공부문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보장해야 하고, 정부의 재정적 권력행사는 협약 위반 행위로 보고 있다”며 “사내대출 부문 지침뿐만 아니라 공공부문 노사관계를 좌우지하는 기재부의 여러 지침을 대상으로 문제 제기를 지속해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한공노협은 기재부 지침의 위헌성을 지적하며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같은해 8월에는 ILO 결사의자유위원회에 한국 정부를 협약 위반으로 제소했다. 이들은 법리를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공기관 노동자가 직접 노동조건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정교섭을 제도화하는 법률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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