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과로사방지법 공청회. <정기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장시간 노동 방지 법안, 이른바 ‘주 4.5일 근무제 확산법’을 두고 학계와 재계가 갈등했다. 재계는 모델이 된 일본법이 실효성이 없고, 기존법률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야당과 학계는 장시간 노동 국가인 우리나라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다만 기업이 근로시간 단축시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에는 대기업에 지원이 쏠릴 수 있다며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재계 “일본 2014년 도입, 유의미한 변화 없어
… 기존법으로 충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5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과로사 예방 관련 법률안 입법공청회를 열었다. 환노위 이수진 의원이 지난 3월 발의한 과로사 예방 및 근로시간 단축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주로 논의됐다.

민주당이 주 4.5일 근무제를 확산시키자며 발의한 법안이다. 기업이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필요한 비용을 최대 전액까지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노동부가 3년마다 과로사와 과로성 질환 예방대책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노동부 산하에 과로사 등 예방대책 추진협의회를 둬 노사는 물론 과로성 질환자나 유가족·전문가가 참여를 보장하도록 했다.

이번 공청회는 정부의 ‘주 69시간제’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을 겨냥해 민주당 ‘주 4.5일 근무제 확산’으로 맞불을 놓는 성격이 강하다. 지난달 고용노동부가 ‘근로시간 제도개편 대국민 설문조사’를 발표하며 제조업과 건설업 등에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히자, 민주당은 이들 업종에 주 69시간을 도입하려는 의도라며 ‘주 4.5일 근무제’ 추진을 재차 강조했다.

재계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법안은 2014년 일본에서 제정된 ‘과로사 등 방지대책 추진법’과 유사한데, 일본에서 법 시행이 과로사 감소를 불러오지 못했다는 이유다. 2020년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에 따르면 뇌·심장질환 산업재해 청구건수는 2014년 763건에서 2019년 936건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산재 승인건수는 277건에서 216건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재계는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법안 취지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과 전승태 경총 안전보건본부 산업안전팀장은 과로사를 업무상 질병에 포함해 법적 보호를 하는 만큼 이들 법을 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학계 “과로사 인식개선에 도움
현행법, 비정형 노동자 보호 못해”

학계는 일본법이 효과가 크지 않다는 주장은 인정하면서도, 인식을 개선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는 “과로사에 대한 정의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를 명시했다는 점에서 입법 의의가 크다”며 “과로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법으로 인식을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기존법의 테두리에 포함되지 않는 노동자들이 많아지고 있어 새로운 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5명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고, 법으로 포괄할 수 없는 비정형 노동자가 늘어나 기존 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5명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고, 특별연장근로를 점진적으로 철폐하는 안과 함께라면 법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재계와 학계는 기업의 근로시간 단축시 국가와 지자체가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을 반대하는 데에서는 의견이 일치했다. 이주희 교수는 “지불능력이 충분한 대기업은 단체교섭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실시할 수 있는데, 지원금이 많은 대기업이 또 지원금을 받을까 두렵다”고 했다. 이명로 본부장도 “대기업은 인력운영상 여유가 있고, 중소기업은 빠듯한 인력으로 촉박한 납기를 준수해야 해 여지가 없다”고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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