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고은 기자

“딱 하루 차이인데 긴장도 있는 하루가 쉬는 날로 바뀌니까 훨씬 릴랙스되는 시간이 늘고 편안하게 느껴요.”(세브란스병원 간호사 A씨)

“예전에는 워크, 워크, 워크로 끝이 없었는데 이젠 워라밸이 뭔지 알게 됐어요.”(세브란스병원 간호사 B씨)

지난해 세브란스병원에서 노사 합의로 시행한 ‘주 4일제’ 시범사업 결과 간호사들의 육체적·정신적 소진 정도가 줄어들고 이직 의향도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업무 소진에 따른 사직으로 인력난에 시달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데 노동시간 단축이 실질적 효과가 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세브란스병원노조와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는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에서 ‘주 4일제 시범사업 연구결과 중간보고회’를 열었다. 조사 결과 ‘간호사 1년 이내 이직·퇴직 의향’과 관련해 참여자의 경우 17.4%에서 10%로 7.4%포인트 줄어들었다.

세브란스병원 노사는 지난해 8월1일 임금협약 관련 부속사항을 통해 ‘주 4일제 시범운영’에 대해 합의했다. 당시 노사는 신촌 2개 병동과 강남 1개 병동을 대상으로 병동당 5명 이내로 운영하기로 했다. 같은해 11월 시범운영(안)을 확정한 뒤 올해 1월1일부터 시행했다. 일하는시민연구소는 지난해 12월 28일~31일 1차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올해 5월 9일~16일 2차 설문조사를 했다. 주 4일제 시행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기 위해서다.

육체적·정신적 건강, 워라밸 측면에서 모두 긍정적인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주 4일제 참여자들의 경우 행복도(10점 만점)는 5.3점에서 7.1점으로 1.8점 상승했고, 일과 삶 균형도 2.5점(3.7점→4.6점), 여가시간이 충분하다는 인식의 경우 26.6점(35.2점→61.8점)이 올랐다. 비참여자의 경우에는 각각 0.3점, 0.5점, 3.2점 소폭 상승해 큰 변화가 없었다.

참여자들의 여가활동 시간을 시행 이전과 이후로 비교했을 때 1시간8분이 늘어나는 효과를 보였다. 개인 자기개발활동 시간도 평일 23분, 휴일 44분이 각각 늘어났다.

소진과 관련해서도 참여자들은 ‘육체적으로 지쳐 있다’(-18점) ‘정신적으로 지쳐 있다’(-17.5점) ‘집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9.5점)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7월부터 주 4일제 시범사업에 참여한 7년차 간호사 공문선씨는 “주 5일 일할 때 주말은 출근을 준비하기 위한 날로 소비했는데 주 4일 근무를 하면서 생존 단계에서 벗어나 자아실현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노동환경 개선은 환자 안전과도 직결된다. 조사 결과 주 4일제 참여자들은 의료서비스 질이 향상된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사고·안전사고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응답은 시행 전후로 16.5%포인트가 감소했다.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의료·상담·서비스 질은 향상되고 있다’는 응답은 10.9%포인트 증가했다.

효과가 입증된 만큼 다른 병원사업장 뿐만 아니라 타 산업으로까지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승윤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표준근로시간’이 없는 플랫폼 노동자나 자영업자에게 어떻게 (주 4일제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며 “쉬는 날 자영업자의 매출을 늘릴 수 있는 여행바우처 같은 방식의 제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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