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자 상품을 판매한 은행노동자들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불완전 판매’ 의혹을 제기하며 이러한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금융노동자에 대한 과도한 민원 등이 우려되면서 금융노조는 근로조건감찰단 운영 같은 ‘스스로 보호’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금융노동자들은 이번 사태 배경으로 은행들의 과도한 핵심성과지표(KPI) 설정, 고위험 상품에 대한 금융당국의 예방시스템 부재를 꼽으며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30일 KB국민은행을 마지막으로 5대 시중은행 모두 홍콩H지수 ELS 상품 판매를 중단한 상황이다. 홍콩H지수가 2021년 1만2천포인트까지 올랐다 현재 6천포인트 아래로 떨어지면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졌다. 내년 상반기 만기(3년)가 도래하는 물량 규모는 8조4천100억원이다. 손실액은 4조7천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손실 위기에 놓인 투자자들 민원으로 은행 현장은 아수라장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올 여름부터 시작된 민원에 정신과 진료를 받거나 휴직을 계획하는 직원이 한둘이 아니다”라며 “KPI 항목에 투자 상품이 포함돼 있으니 직원들은 ELS 상품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현장 직원들에게 화살을 돌렸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9일 기자들과 만나 “은행들이 고위험 상품을 고령자에게까지 무리하게 판매한 게 적절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불완전 판매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금융노조(위원장 박홍배)는 반발했다. 금융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현 사태의 원인은 단순한 시장의 변동성 때문만은 아니다”며 “당기순이익 순위 경쟁에 목매는 금융사 CEO들과 그러한 경영이 불러온 사람 잡는 KPI, 금융당국의 예방시스템 부재가 합작한 참사”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의 예방이 부재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노조는 “이 원장은 고위험 상품 판매에 대한 규제, 감독, 리스크 예방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라며 “사태가 불거지자 자기 면피를 위해 은행들의 불완전 판매 이슈만 부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LS 상품 판매가 비이자 이익을 늘려준다는 점에서 “은행들에 ‘이자 장사’ ‘완전경쟁 필요’를 주장하며 비이자 수익 경쟁을 부추긴 사람이 할 말은 아니다”고도 꼬집었다.

이제라도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금융노조는 “각 은행과 감독당국은 비이자 이익을 포함한 과도한 KPI 목표 배정과 투자 상품 프로모션을 중단하고 은행 간 당기순이익 과당경쟁을 멈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은행 직원들에 대한 보호 대책 필요성도 강조됐다. 금융노조는 이와 관련해 은행연합회에 노사공동TF 등을 제안할 방침이다. 노조는 “직원 인권·고충상담 핫라인 개설과 근로조건감찰단 활동을 통해 조합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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