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가 지난 9월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대법원은 이제라도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온전한 작업중지권을 보장하는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자료사진 금속노조>

6년을 끈 콘티넨탈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 사건이 9일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 2016년 인근 사업장에서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발생해 동료들을 대피시켰다는 이유로 노동자가 사측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사건으로, 1심과 2심 재판부는 노동자가 낸 징계무효 확인소송에서 사측의 징계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연이어 내렸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중지권 행사 요건이 ‘산재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인데, 당시 누출사고로 인한 위험은 크지 않았다는 이유다.

현재 사건에서 재판부가 쟁점을 잘못 짚고 있다는 학계의 지적이 나왔다. 쟁점은 ‘작업거부권의 요건을 충족했느냐’가 아니라, ‘사용자가 인근 사업장에서 유독물질 유출이 발생한 상황에서 계속 작업을 요구하는 것이 근로계약상 허용되는 정당한 업무명령인가’라는 것이다.

“사용자 안전배려의무 위반하면
노동자는 업무 거부할 권리 있어”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법학)은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쓰면 징계! 안 쓰면 처벌! 진퇴양난 작업중지권’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해 이같이 주장했다. 토론회는 이은주 정의당 의원과 금속노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당장멈춰기획팀’이 공동 주최했다.

권 교수는 “(사건의) 쟁점은 작업거부권 행사를 이유로 한 ‘징계의 정당성’이다. 따라서 쟁점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거부권 요건 충족이 아니라, 사용자가 인근 사업장에서 유독물질 유출이 발생한 상황에서 계속 작업을 요구하는 게 근로계약상 허용되는 정당한 업무명령인가다”라며 “물론 사용자의 업무명령권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사용자가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할 경우 사용자는 민법상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고, 노동자는 사용자에게 불법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이행거절권과 이행청구권에 대해서는 국내 판례가 없지만, 학설은 사용자가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할 경우 노동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 행위 중지 청구와 노무급부거절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 학계는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고 위험한 업무를 시킬 경우, 노동자는 업무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해석한다는 뜻이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판례가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80년 “기업이 위험한 작업 수행을 거부하는 근로자를 차별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월풀 제조 공장에서 두 명의 노동자가 지상 20피트(6미터) 높이의 철망 스크린 위에 떨어진 부품을 회수해 달라는 업무지시를 거부한 1974년 발생한 사건에 대한 판결이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1952년 업무에 따른 통상적인 위험을 넘어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이 있는 업무명령은 거부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한국 정부가 동중국해에 어뢰를 배치하는 상황에서 전기공사의 해저케이블 부설작업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선원들이 이를 거부하자 해고한 사건에 대한 판결이다. 권 교수는 “예상을 넘어서는 생명·신체에 위험이 있는 경우 근로자가 이에 따를 의무가 없음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9일 대법원 선고, 원심 뒤집히나

노사정의 눈과 귀는 9일 대법원 선고에 쏠리고 있다. 지난 2016년 7월26일 세종시 부강산업단지 내 KOC솔루션공장의 타오비스 누출사고 당시 인근 사업장인 콘티넨탈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에서 조합원들을 대피시켰다는 이유로 사측으로부터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은 조남덕 금속노조 콘티넨탈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지회장의 징계 효력을 다투는 소송이다. 조남덕 지회장은 정직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 재판부는 작업중지권 행사 요건인 ‘급박한 위험’이 아니라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사후적으로 확인된 황화수소 검출 결과 및 피해자들의 의료기록 등으로 볼 때 누출사고로 인한 위험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지회는 △사고지점에서 콘티넨탈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까지의 거리가 200미터가 채 되지 않았고 △당시 일터였던 공장은 외부 공기를 내부로 주입하는 시스템을 쓰고 있었으며 △알지 못하는 화학물질이 유출돼 매캐한 냄새가 났고 △소방당국과 군경이 방제복과 방독면을 착용하고 출동했으며 △근로감독관이 대피를 권고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원심은 노동자들이 작업을 중지하기 전에 ‘객관적인 상황’을 파악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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