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티넨탈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 기업노조가 금속노조 활동을 제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회사와 체결한 것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정한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노사관계를 악화하는 데 악용되고 있는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노정희)는 지난달 31일 회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공정대표의무위반시정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상고를 기각했다고 3일 밝혔다. 이 회사는 2012년 8월 설립한 기업노조가 금속노조 콘티넨탈지회보다 조합원이 적을 때는 개별교섭을 했다. 2014년 두 노조 간 조합원수가 역전하자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은 뒤 교섭대표노조인 기업노조와만 협상했다.

2014년 단체교섭에서 회사와 기업노조는 회사 분할·합병·양도, 재해발생 대책과 근골격계질환 예방 대책 등을 정할 때 기업노조에만 합의·협의·입회 권한을 부여했다. 고용과 산업안전 논의에서 지회를 배제한 것이다. 당시 단체협약에서 양측은 기업노조 창립기념일은 유급휴일로 보장하지만 콘티넨탈지회 창립기념일은 제외하기로 했다. 회사는 금속노조가 제기한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신청을 노동위원회가 받아들이자 판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1심(2016년 6월)과 2심(2017년 1월) 재판부는 물론 대법원도 금속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교섭대표노조가 가지는 대표권은 단체협약 체결과 관련된 단협의 구체적 이행 과정에만 미치는 것이고 이와 무관하게 노사관계 전반에까지 당연히 미친다고 볼 수는 없다"며 "합리적인 이유 없이 교섭대표노조에만 합의·협의 등의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다른 노조인 피고 보조참가인(지회)을 차별한 것이어서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단협에서 교섭대표노조의 창립기념일만 유급휴일로 정한 것도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탁선호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복수노조를 활용한 회사측의 불법행위로 자주적 노조는 약화했고 법원의 사후 판결은 무너진 현장의 힘을 복원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소수노조의 노조활동을 사실상 박탈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보완·개선이 아니라 폐지하는 게 정답"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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