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2016년 인근 사업장에서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발생해 동료들을 대피시켰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노동자가 대법원에 신속한 판결을 촉구했다. 6년째 계류 중이다. 산재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의 범위와 노동자의 작업중지권 행사 여부가 핵심쟁점이다.

금속노조는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심과 2심 재판부는 산재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에 대해 협소하게 판단했을 뿐만 아니라 작업중지권 사용을 제한하는 판단을 내렸다”며 “대법원은 이제라도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온전한 작업중지권을 보장하는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은 2016년 7월2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날 오전 7시56분께 세종시 부강산업단지 내 KOC솔루션공장에서 화학물질 타오비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본부는 지역주민들에게 반경 50미터 거리까지 대피하라고 방송했다. 타오비스에 장기간 또는 반복 노출되면 장기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30명이 구토, 어지럼증 등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당시 콘티넨탈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 사측은 소방본부에 문의한 결과 해당 회사의 경우 대피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는 답을 받고 대피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조남덕 금속노조 콘티넨탈지회장은 그날 오전 9시께 누출사고 소식을 듣고 소방본부·고용노동부와 통화한 뒤 오전 10시30분께 작업장을 이탈하면서 노조 조합원 20여명에게 대피할 것을 지시했다. 사측은 같은해 11월 징계위원회를 열고 지회장에게 작업장 무단이탈 등을 이유로 정직 3개월 징계처분을 내렸다. 조 지회장은 사측을 상대로 정직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2018년 5월 “회사 직원들의 생명·신체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만한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는데도 대피 필요성에 대한 별다른 검토를 하지 않은 채 섣불리 작업을 중단하고 공장을 이탈했다”며 “산재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도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사건은 2018년부터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노조는 “1심과 2심에 판결에 따르면 어느 사업장에서도. 어느 노동자도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노동자가 점쟁이도 아닌데 미래에 있을 사고의 결과를 알아서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으면 작업중지를 행사하지 말고, 중대해재해가 발생하면 작업중지를 하라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판결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이 보편적 권리로 행사될 수 있도록 법원이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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