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경보산업 홈페이지 갈무리

안전모 없이 보수작업을 하다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숨진 아파트 설비과장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공동주택 관리업체 대표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6번째 선고다. 공동주택 관리업체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유죄가 선고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 구형량이 징역 1년(법인 벌금 1억5천만원)에 그쳐 선고형량이 낮아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까지 선고 중 징역형이 나온 사건은 한국제강(2호 선고) 1건에 불과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이석재 부장판사)은 12일 오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아파트 관리업체 ‘국제경보산업’ 대표 정아무개(62)씨와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전 관리소장 배아무개(63)씨에게 징역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국제경보산업 법인에는 벌금 3천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의 의무위반으로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만큼 중대산업재해 방지를 위해 결과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며 “피고인들이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사고 후 안전규칙을 정비한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밝혔다.

국제경보산업 소속 아파트 설비과장인 A씨는 지난해 4월15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1층 현관에서 사다리에 올라 천장 누수방지 작업을 하다가 1.5미터 높이에서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국제경보산업은 2009년부터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 위탁계약을 체결해 왔다.

현장소장 배씨는 A씨에게 천장 누수를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천장은 높이 3.2미터로, 사다리를 타고 약 1.5미터 높이에 올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추락 위험이 있었다. 하지만 배씨는 A씨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채 사다리에 오르는 것을 봤는데도 안전모 착용을 지시하지 않았다.

대표 정씨는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정씨가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 마련 △안전보건 관련 종사자 의견 청취 절차 마련 및 개선 이행 점검 △안전보건 관리책임자 업무수행 평가 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배씨가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정씨에게 전달받지 못해 개선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4조에서 정한 내용이다.

검찰은 경영책임자인 정씨가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하지 않았다고 봤다. 검찰은 “안전모 착용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피고인측은 “안전보건 확모의무를 위한 체계 구축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며 선처를 요구했다.

1988년 설립된 국제경보산업은 상시근로자 250명을 사용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됐다. 법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50명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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