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노인빈곤율과 인구감소로 인한 노동력 공급 부족 대응책을 두고 정부와 노동계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노동계는 정년연장을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정부는 직무성과급을 적용한 재고용 방식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한국노총이 정년연장 국민동의청원을 시작하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초고령사회 계속고용 연구회 가동을 본격화하면서 정년연장·계속고용 문제가 주요 노동현안으로 부각하고 있다.

경사노위, 사회적 대화 기구 맞나?
한국노총에 ‘대화하자’면서 비난만

▲ 자료사진 강예슬 기자

20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노총은 하루빨리 경사노위에 복귀해 계속고용에 대한 논의를 해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사회적 대화 기구이자 대화 중재자인 경사노위가 대화 당사자를 비난하는 입장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경사노위는 보도자료에서 정년연장 문제에 대한 한국노총의 입장을 반박하는 내용을 주로 담았다. 지난달 27일 경사노위 단독으로 출범시킨 ‘초고령사회 계속고용 연구회’와 관련해서는 “정부는 노동계가 참여한 가운데 노사정 사회적 논의를 요청했으나 한국노총의 불참으로 무산됐(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베이비붐 세대 비중이 커 급속한 고령화에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대안을 제시한 점도 눈에 띈다. 경사노위는 “고령층이 계속 일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나, 노동계 주장처럼 단순히 법으로 정년을 연장할 경우 취업을 원하는 청년들에겐 큰 장벽과 절망이 될 수 있다”며 “기업은 임금의 연공적 성격이 강하고 해고 제한 등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는 상황에서 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사노위의 이 같은 입장은 한국노총이 정년연장·계속고용 문제와 관련해 정부와 대화를 중단한 배경이기도 하다. 정부는 지난 1월 발표한 고령자 고용촉진 기본계획에서 재고용 방식의 연장, 오래 일할 여건 조성을 위한 직무성과급제 확대 등을 정책방향으로 제시했다. 사회적 대화에서 계속고용과 임금체계 개편을 묶어서 논의해 올해 안으로 계속고용 로드맵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정부는 ‘직무성과급 연동 재고용’ 추진 … 총선 앞둔 국회는 몸 사리기

한국노총은 임금체계 개편을 전제로 한 재고용이라는 정부 방침에 들러리 서지 않겠다며 경사노위 대화를 거부했다. 한국노총 입장에서 보면 계약해지 후 재고용, 직무성과급이 정년연장·계속고용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못 박고 있는 정부야말로 사회적 대화의 걸림돌인 셈이다.

한국노총과 경사노위의 대립 의제로 떠오른 정년연장·계속고용이 사회적 의제로 확장할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당장 국회 차원의 논의부터 가시밭길이다. 당초 한국노총은 국회의원 법안 발의 형태로 법정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려 했으나 여의찮아 국민동의청원으로 방향을 틀었다. 정년연장을 청년 일자리 박탈이라고 여기는 시선이 국회의원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국민동의청원은 무난하게 성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노총이 조직을 가동하지 않았는데도 이날 현재 1만명가량 서명에 동참했다. 청원은 5만명이 동의하면 관련 국회 상임위원회로 회부된다.

한국노총은 청원 성사를 발판 삼아 국회 차원에서 정년연장 논의를 촉발한다는 복안이다. 총선을 통해 정치권의 약속을 받아낸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년연장은 노사 간에도 쟁점이 많고 사회적으로도 민감한 주제여서 논의가 촉발하면 뜨거울 것”이라며 “당장 국회에서 입법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년연장 논의를 불붙이겠다는 목표에서 이번 국민동의청원을 성사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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