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철도노조는 새 집행부가 임기를 시작한 지 두 달여 만인 지난달 확대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올해 투쟁 계획을 확정했다. 확대쟁의대책위는 파업 돌입과 철회 같은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회의기구다. 노조는 KTX-SRT 통합과 지난해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철도산업발전기본법 개정안 폐기를 요구하며 지난 8~15일 준법투쟁을 했다. 15일에는 조합원 4천명이 모인 총력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노조는 9월께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노조가 파업하면 2019년 이후 4년 만의 파업이 된다.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 의원까지 나선 ‘철도 민영화’ 공세에 노정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최명호(50·사진) 철도노조 위원장을 만났다. 최 위원장은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 철도노동자의 책무”라는 점을 강조했다.

올해 3월 임기를 시작한 최 위원장은 1993년에 입사한 30년 경력의 철도 승무원이다.

“SR과 경쟁? 철도공사에 기생”

- 국토교통부는 추석 전까지 SRT를 경전선·전라선·동해선에 투입하겠다고 한다.
“SRT를 확대한다는 것은 결국 철도 분할을 공고히 하겠다는 것으로 민영화로 가는 단계다. SRT에는 현재 투입할 열차가 없다. 32편성 중 22편성을 철도공사가 임대해 주고 있다. 수서행고속철도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SR에서 새롭게 발주한 고속열차는 2027년에나 나온다. 당장에 투입할 차가 없다. 그래서 정부가 내놓은 방안이 경부선 열차를 떼겠다는 것, 검수 주기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검수주기를 축소한다는 건 안전을 무시하겠다는 거다. 국토부가 나서서 안전을 무시하고, 흑자노선인 경부선의 차량을 떼서 시민 불편을 초래한다는 게 말이 되나. SRT 32편성 중 10편성 정도는 주기적으로 기지로 들어가니 검수주기를 축소한다는 건데 국토부의 무리수라고 본다.”

- 노조의 대안은.
“KTX를 투입하라는 거다. 좌석이나 열차도 여유가 있다. 전라·경상도민의 교통 편의를 위한다고 하면서 당장 투입 가능한 KTX를 외면하는 정부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

- 노조는 꾸준히 SRT를 반대해 왔다.
“KTX는 흑자가 난다. 그 흑자로 산간지방을 다니는 새마을이나 무궁화 열차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교차보전한다. SR은 수서행고속철도만 운전해 돈을 번다. 철도공공성을 확대하려면 고속철도를 통합하는 게 옳다.”

- 정부는 철도의 경쟁체제를 강조한다.
“2013년에 주식회사 SR이 설립되고 당시 23일간 파업을 했다. 노조는 수서발 KTX를 철도공사에서 분리하는 것은 민영화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 때 이미 철도민영화를 계획했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 민영화를 도입하려 하니 노조가 파업을 통해 민영화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한발 양보한 게 자회사 형태로 추진한 거다. 철도공사에 SR 지분을 41% 주고 말이다.

SRT를 도입한 지 10년 됐지만 경쟁체제라는 건 말이 안 된다. 공사는 열차를 비싸게 구입해 싼값에 SR에 임대해 준다. 노조는 배임 혐의로 철도공사 사장 등 이사진을 고발한 상태다. SRT 시설유지보수도 공사가 하고, 차량정비업무도 공사가 한다. 일부 구간을 제외하곤 기존 철도공사의 선로를 활용한 거다. 이게 무슨 경쟁체제인가. 말 그대로 기생이다. 철도노선에 SR은 빨대만 꽂은 거다.”

“SR에 3천600억원 부당특혜”

- 이달에 SR 투자자들이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측된다.
“59%의 SR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한국철도공사에 지분을 매각하기로 돼 있다. 계약 당시 민간에 매각할 수 없도록 해 놨다. 철도공사가 100% 지분을 가지면 경영권을 공사가 가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고속철도를 통합하는 게 맞다. 그런데 국토부와 기획재정부가 국유재산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까지 SR에 직접 투자를 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경쟁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최대 3천600억원의 혈세를 투입하니 노조가 부당특혜라고 비판하는 것이다.”

- 의미 없는 경쟁체제를 유지하려는 정부의 속내는 무엇일까.
“재벌이 더 이상 확장할 사업 영역이 없지 않나. 그걸 잘 알기 때문에 노조도 20년 동안 민영화에 저항해 싸워 왔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공기관 중복기능을 통합하라는 등의 이야기를 했는데, SR과 철도공사로 고속철도를 분리 운영해 발생하는 중복비용이 연간 400억원이다.

다른 공공기관은 적자니, 방만경영이니 그렇게 공격하면서 존립 근거도 제대로 없는 SR에 대해서만 부당특혜를 주는 것인가.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민영화 금지법과 촉진법 동시 추진, 민주당 뭐 하나”

-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철도산업발전기본법(철도산업법) 개정안도 ‘민영화 촉진법’이라고 비판했다.
“철도산업법 개정안이 지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에 상정돼 있다. 민주당에서 정확하게 당론을 정해 거부해야 하는데 강하게 거부하지 못하고 있다. 27일까지 소위가 열리니 문제 제기를 하려고 한다. 해당 법안은 철도산업법 38조 단서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이다. ‘철도 시설유지보수 업무는 철도공사에 위탁한다’는 내용을 없애자는 거다. 이걸 삭제하면 유지보수업무는 분할되는 거고 국토부가 마음대로 용역회사에 업무를 외주화할 수 있게 된다.

노조가 2003년에 싸워서 얻어 낸 철도산업법과 이 단서조항은 민영화를 막기 위해 정부, 노사, 전문가들이 모여서 합의하에 만든 것이다. 운영과 유지·보수업무가 분리되면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기 때문에 열차 운영과 유지·보수 업무는 일원화해야 한다고 정부와 노사 간 합의에 의해 만든 조항인데, 이를 없애려고 하는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민영화 금지법(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인데, 같은당 조응천 의원은 민영화 촉진법을 발의했다. 민주당이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철도 공공성을 훼손하고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강하게 나서서 막지 않으면 심판받을 수밖에 없다.”

“안전인력 1천870명 충원해야”

- 최근 정부가 4조2교대제를 문제 삼기도 했다.
“오봉역에서 노동자가 사망한 뒤 국토부 장관이 사고의 책임을 현장에 전가하고 있다. 기존의 3조2교대제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현재 4조2교대제로 90%까지 전환이 완료된 상황이다. 이것도 인력충원 없이 만들어 냈다. 근무체계를 우선적으로 바꾸자는 요구가 높아 기존 근무조의 인력을 재편성해 전환해 나가고 있다. 노조는 3천명 이상의 인력을 요구했다. 공사에서 외부에 연구용역한 결과에 따르면 4조2교대 정착을 위해 인력 1천870명 충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 요구도 기재부와 국토부에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 철도 안전과 공공성에 대한 국민지지가 필요할 것 같다.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철도는 기후위기 시대에 공공교통의 주요한 대안이 될수 있다.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북한을 지나 만주·중국·시베리아까지 가는 대륙철도가 생겨날 것이다. 철도산업은 발전이 무궁무진하고 친환경적이다. 철도에 대한 투자는 당연히 필요하고, 그러한 철도의 공공성을 지켜 내는 게 우리의 책무다. 기후위기 시대에 공공철도를 확대하고 철도노동자의 삶과 직결된 고속철도 통합을 이뤄 내겠다. 철도 민영화를 저지하면서 국민이 편하고 안전한 철도를 강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테니 지지를 부탁드린다. 그래야만 윤석열 정부의 잘못된 민영화 정책을 막아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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