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보수정권에서 전교조는 ‘노조적대 정책’의 최전선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과 보수단체는 ‘전교조 죽이기’에 나섰고, 박근혜 정부는 사상 초유의 법외노조 통보로 전교조를 옥좼다.

이번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지난 3월 현 정부 외교정책을 비판한 전교조 성명에 ‘정당한 노조활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공문을 보내는 등 ‘노조 아님’을 통보했던 이전 정부의 모습을 되풀이하는 듯하다. 지난달에는 국정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전교조 강원지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전희영(48·사진) 전교조 위원장은 “(전교조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가 여전히 존재한다”면서도 “탄압의 칼날을, 그것도 고강도의 탄압을 시작한 윤석열 정부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교육희망회관에서 전 위원장을 만났다. 전교조는 또 한번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 지난해 12월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 임기 때 학기마다 전국을 순회했다. 선생님들은 ‘이제 학교는 가르치는 공간이 아니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했다. 교사에게 마음껏 수업할 수 있는 권리를 찾아 주는 전교조로 거듭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법외노조 때 조합원수가 하락세였는데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현장밀착형 노조로 거듭나기 위해 청년조직실을 만드는 등의 사업을 했다. 이 상승세를 이어 나가고 싶었다.”

- 교육권 문제가 그렇게 심각한가.
“요즘 학교에서 가장 큰 이슈는 아동학대 신고 문제다. 학대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문제지만 교사들이 해 왔던 생활지도나 수업·교육활동이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지는 건 문제가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9명의 교사가 아동학대 신고에 따른 두려움을 경험했다. 강원도 학교를 방문하니 아동학대 신고에 대비해 스스로를 지키려고 바디캠을 단 교사도 있었다. 수학여행을 안 간다는 학생에게 가자고 제안했다가 교육활동 강요로 신고당한 사례도 있다. 신고 뒤에 업무에서 배제돼 경찰조사까지 완료되려면 최대 1~2년이 걸려 교사는 수업을 할 수 없다.

행정업무와 관련한 교육권 확보도 중요하다. 교사가 행정업무·환경관리·시설관리까지 하는데 코로나19를 거치며 일이 폭증했다. 교사 ‘스스로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고민하게 된 지경이다. 보수단체에게 수업이 실시간으로 감시당하고 신고당하는 문제도 계속 발생한다. ‘선생님들의 교육할 권리’를 찾는 게 전교조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다.”

“교육권 잃은 학교 현장, 바디캠 단 교사가 현실”
“저임금, 행정업무, 입시교육에 떠나는 청년 교사”

- 젊은 교원의 이탈 문제를 진단하자면.
“최근 1년간 경력 5년 미만 교사 600여명이 떠났다. 이전에 비해 두 배 증가한 수치다. 이제 교사는 인기 있는 직업이 아니다. 직업적 안정성이 희박해졌고, 초봉은 최저임금과 비슷하다. 연금은 기대할 수 없고 행정업무는 증가했다. 각종 악성민원이 폭증해도 교사 혼자 감당해야 하는 체계라 자부심을 느끼기 힘들다. 청년 교사 이탈 문제와 관련해 임금인상, 연금 개선을 이야기하고 있다. 교원의 퇴직수당은 민간노동자의 39% 수준밖에 안 된다. 임금·퇴직금·업무량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입시경쟁 교육도 문제다. 교육이 바뀌지 않으면 청년교사가 떠날 수밖에 없다. 교사들이 창의적으로 수업내용을 결정할 수 없다. 차등성과급이나 각종 교원평가가 시작되면서 학교에서 공동체·협력적인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서 모든 문제를 교사 개인이 감내하게 되는데 이것도 청년 교사들이 떠나는 하나의 이유라고 본다.”

- 임금인상에 목소리를 내는 교사는 다소 낯설다.
“올해로 접어들며 물가인상에 따라 어려움을 체감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직수당·담임수당·보직수당 등 각종 교사 수당은 20년째 동결이다. 물가는 2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이 높은데 이제는 좀 바뀌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또 공무원·교원 임금이 최저임금이나 민간임금과 연동되고, 기준이 되기 때문에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도 있다.”

- (6월께 시작될) 보수위원회 참여 요구도 같은 맥락인가.
“전체 공무원 중 40%가 교원인데 우리 임금을 논의하는 자리에 교원대표가 한 명도 없는 건 심각한 문제다. 공무원, 교원, 공공기관 공무직 모두 영향을 받는 만큼 논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보수위원회 구성도 재편하고, 현재 자문기구 성격을 바꿔 법제화하고 임금을 결정할수 있는 위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 교육에 투자하는 기회로 삼아야”

-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올해 공립학교 교원 정원을 3천여명 줄였다.
“학령인구가 감소한 건 맞지만 현 정부는 교사의 노동강도를 높이기 위한 핑계로 쓴다. 최근 몇 년간 학교는 360여개, 학급은 4천600개 늘었다. 담임교사 4천600명이 더 필요하다. 교원 정원을 줄이면서 노동강도는 늘었다. 있는 사람들을 쥐어짜겠다는 거다.

저출생·인구 문제가 심각한데 전교조는 이를 교육 문제로 본다. ‘이런 (살기 어려운) 나라에서 이 정도의 (높은) 교육비 지출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라는 거다. 교육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수십조 원을 쏟아 부어도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고 본다. 교육 여건을 바꿔 내고, 교육에 투자할 때다.

교사 정원 감축은 지역소멸 문제로 이어진다. 교사가 줄어드니 3개 학급을 1개로 묶어 과밀학급이 생겨난다. 지역에는 학교가 없어지고 교사 1명당 학생수는 늘어나니 수업의 질은 나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지역 정치인들은 교사 정원 감축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본다. 교육부에 항의방문을 할 정도다.”

- 학급당 학생수 상한제에 대해서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는데.
“학급당 학생수 상한제는 교육의 질을 담보하는 핵심 문제다. 40명을 지도하는 것과 20명을 지도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학생수가 줄어야 개개인에 맞춘 맞춤형 교육이 가능해진다. 영재교육 진흥법 시행령에 따르면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로 유지하도록 돼 있다. 학급당 학생수 20명 정도가 교육의 질을 담보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본다.”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노조탄압 기조, 전교조가 다음 타자일까”

- 유보통합·늘봄학교 등 윤석열 정부 교육 정책을 평가한다면.
“유아에게 질 높은 공교육을 제공하는 측면에서 유보통합에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빼놓고 기관 간 통합만 이야기하는 현재의 유보통합은 적절하지 않다. 늘봄학교 정책은 학교가 교육이라는 본래 기능을 상실하고 돌봄기관으로 강조되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측면에서 문제다. 돌봄이 사회적 문제인 만큼 지역사회와 연계된 돌봄체계를 구축하고, 학교라는 공간을 제공하되 학교의 기능 자체를 교육이 아닌 돌봄으로 전환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 윤석열 정부 교원 노사관계 전망은.
“지난 3월 정부 외교정책에 노조가 입장을 발표한 것을 두고 고용노동부가 ‘정당한 노조활동으로 볼 수 없다’며 ‘법령 범위 내 노조활동을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이런 일은 없었다. 민주노총·건설노조 탄압과 일맥상통한다.

강원지부 압수수색도 마찬가지다. 압수수색 시작 전에 조선일보가 해당 사실을 먼저 보도하고, 무리하게 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압수물품이 <전태일평전>과 심리학 책이다. 전국 모든 도서관에 있는 책을 들고 일종의 ‘쇼’를 하는 윤석열 정부의 전교조 죽이기는 어처구니가 없다.

전교조 하기 너무 힘들다.(웃음) 국가교육위원회 역시 교사노조연맹과 번갈아 가며 교육위원을 맡기로 합의했는데 위원회측에서 결정 이유에 대한 증거를 보내라고 전교조에 요구하고 있다. (전교조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가 여전히 존재한다. 교육부와 관련한 각종 위원회도 이전보다 참여를 타진하는 연락이 줄었다. 일정부분 배제당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압수수색, 노조활동 아님 통보 등으로 보아 다음 탄압의 타자는 우리가 되지 않을까. 정부가 노조탄압 기조를 가져가는 한 전교조도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노조탄압 칼날을, 고강도의 탄압을 아주 빨리 꺼냈다. (역풍이 불면) 임기를 채 못 채우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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