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21일 오전 고용노동부 직원들이 회계서류 비치·보존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노동조합에 대한 현장 조사를 위해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 들어가려고 하자 이를 거부하고 있다. 한상진 대변인이 민주노총 의견서를 들고 있다. <정기훈 기자>

노조 회계장부 내지를 보겠다는 정부 방침을 두고 불거진 노정 갈등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회계장부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노조에 과태료를 부과한 고용노동부는 장부 확인 현장조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또 한 차례 과태료 부과에 나선다. 양대 노총은 “잘못된 행정처분”이라며 법원에서 노동부 잘못을 따지겠다는 계획이다.

23일 양대 노총에 따르면 이들은 회계장부 내지 확인을 위한 현장조사 거부에 따른 노동부 과태료 부과 조치에 응하지 않고 이의제기와 행정소송을 한다.

노동부는 지난 21일 양대 노총과 금속노조·언론노조 등 총연맹과 산별노조 8곳을 대상으로 회계장부 내지 확인을 위한 현장조사를 시도했다. 노동계는 회계장부 확인은 노조 자주성 침해에 해당하고 법률 근거 없는 행정행위라며 거부했다. 같은 날 오후 노동부는 현장조사를 거부한 8개 노조에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즉각 발표했다.

▲ 한국노총 관계자들이 노동부 근로감독관들에게 조사거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기훈 기자>
▲ 한국노총 관계자들이 노동부 근로감독관들에게 조사거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기훈 기자>

노동계는 이의제기를 거쳐 행정소송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노동부가 현장조사 거부를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하면, 회계장부 문제로 정부가 부과하는 과태료 사건은 2개 방향으로 전개된다. 지난 7일 노동부는 회계장부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양대 노총에 각각 1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노동계는 납부하지 않고 이의제기 절차에 들어갔다.

노동부는 1차 과태료 부과 사건에 대한 이의제기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또다시 두 번째 과태료를 부과한 셈이다. 이 때문에 양대 노총은 21일 시작한 현장조사가 과태료를 덧붙여 부과하려는 속셈에서 진행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심재호 한국노총 사업지원본부장은 21일 오후 회계장부 내지를 확인하기 위해 한국노총 사무총국을 찾은 근로감독관들에게 “과태료를 계속 부과해 돈으로 총연맹을 압박해 보겠다는 치졸한 계획을 세우고 찾아온 것 아니냐”며 “노동부가 과태료 부과라는 칼자루를 쥐고 계속 휘둘러 보려 한다면, 계속 그리하라”고 말했다. 김유정 금속노조 법률원장은 “노동부는 이미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사무소에 비치해 3년간 보존해야 한다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14조를 위반했다는 판단을 내리고 과태료를 부과한 상황”이라며 “과태료를 부과했는데 다시 위반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것은 절차 자체에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21일 현장조사를 한 노조(총연맹 포함) 8곳을 비롯해 다음달 3일까지 노조 42곳의 현장조사를 마무리한다. 조사에 응하지 않는 노조는 질서위반 의심 현장에 대한 행정관청 조사 근거를 담고 있는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위반으로 판단해 과태료를 부과한다. 양대 노총은 과태료 부과에 따른 법률 대응을 준비한다. 두 번째 과태료 처분 사유가 1차 과태료 부과 사유였던 회계장부 미제출이라는 점에서 사법부가 병합심리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제정남ㆍ어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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