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청년노동자들이 30일 오전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노동시간 개편안과 관련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에 공개토론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이정식 장관님, 노동시간 개편 토론회에 오세요.”

30일 정오께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인근 굴국밥 식당.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청년조합원들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뜻하지 않게 맞닥뜨렸다. 공교롭게도 양대 노총 청년조합원들은 이날 오전 서울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시간 제도 개편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이 장관에게 요구한 터였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점심식사를 위해 굴국밥 식당을 찾았는데 그곳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이 장관과 조우한 것이다.

반색한 청년조합원들은 이 장관에게 “조금 전 기자회견을 했는데 장관님과 만날 인연이었나 보다”며 공개토론회에 참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장관은 확답하지 않았다.

이날 청년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개최한 이유는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 의견수렴을 하고 있는 노동부가 이른바 MZ 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나 사업자단체같이 입맛에 맞는 쪽만 골라 만나고 있다는 문제인식 때문이다. 지난 24일에는 정부정책을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청년유니온을 만나기로 했지만 한 차례 취소한 끝에 비공개로 만나 논란이 됐다.

특히 의견수렴을 한다면서 정작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쏙 빼놓고 만나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민주노총 청년 조합원들은 지난 15일 서울노동청에서 열린 ‘근로시간 기록·관리 우수사업장 간담회’ 장소에서 기습시위를 열고 “청년팔이를 중단하고 주 69시간제를 폐기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서 이 장관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일정을 잡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양대 노총 청년조합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청년의 분노와 걱정을 제대로 들을 생각이 있기나 한 것인지 의심된다”며 “청년노동자를 앞세워 청년과 소통을 충분히 하는 척 쇼하지 말고 기만적인 청년팔이를 즉각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다음달 6일 오후 서울노동청 앞에서 개최하는 토론회에 참석해 청년노동자의 목소리를 직접 경청하라고 주문했다.

토론회에는 양대 노총에 소속되지 않은 청년 및 청년단체와 함께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이 장관이 참여하지 않으면 청년 목소리를 들을 생각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며 “불참하면 청년 노동자의 노동현실을 꺼내 놓는 집담회로 성격을 바꿔 진행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