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고용노동부가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은 노동단체를 현장감사하겠다고 예고했다. 노동계는 월권으로 보는 터라 노정 간 충돌이 우려된다.

5일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실시한 ‘고용노동 분야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 사업’ 1차 전수점검을 최근 종료하고 6일부터 2차 현장감사에 들어간다. 노동부는 노조 회계자료 비치·보존 점검과 별도로 노동단체 지원사업 등 고용노동 분야 17개 사업(1천244개 민간단체, 2천342억원 규모)을 대상으로 집중점검을 하고 있다. 지원 대상 선정 적법성과 회계처리 투명성, 보조금의 목적 외 사용 및 횡령 등 부정집행 여부를 샅샅이 살펴본다는 취지다. 노동부는 현장감사를 위해 본부와 지방고용노동청, 산하기관에 별도의 특별감사반을 편성했다.

정부 보조금 사업은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운영이나 지역맞춤형 일자리창출사업, 고용차별 사례 상담처럼 애초 정부가 해야 할 사업을 민간단체에 위탁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3년간 양대 노총과 소속 조직에 지원한 보조금은 58억6천100만원이지만 한국경총을 비롯한 4개 경제단체가 받은 보조금은 595억6천만원으로 10배 이상 많다.

노동단체 및 노사관계 비영리법인 지원 사업으로 이번에 현장감사를 받는 곳은 노조와 단체 28곳이다. 현장감사에서는 보조금 관련 서류를 확인하고 문답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노동부는 밝혔다. 그런데 공통 사전준비서류 목록에 보조사업비 통장이나 보조금 사업 회계지출 증빙서류뿐만 아니라 근로계약서 등 노무관리 서류, 임금대장, 심지어 대표자 및 법인 임원의 가족관계확인서 등도 포함돼 있어 ‘월권’ 논란이 일고 있다.

2년 전 보조금 사업 지출내역에 증빙서류 일부가 누락됐다는 이유로 현장감사 예고를 받은 A노조는 “이미 보조금 정산은 전산시스템을 통해 완료된 것인데 이제 와서 다시 들춰 본다고 하니 괴롭힘으로 느껴진다”며 “증빙서류를 보관하고 있지만 현장감사에서 그 외 다른 서류를 요구하면 당혹스러울 듯하다”고 전했다.

A노조는 감사 요구 범위가 보조금 사업 증빙 외 노조 회계까지 확대될 경우 거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사업에 참여한 모든 단체는 노조도 예외 없이 집행내역을 기획재정부가 운영하는 ‘e나라도움’에 제출하고 검증받는다. 이미 검증 절차가 끝난 보조금 사업을 이유로 노동부가 노조 회계장부나 운영상황까지 들여다볼 의도를 보이면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B노조도 “현재 사무실 리모델링 중이어서 현장감사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증빙을 위해 제출한 서류는 보관 중이어서 이를 다시 확인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전수점검 과정에서 부적정 집행이 확인되면 관련 법령에 따라 부정수급액을 반환하도록 조치하고 부정청구가 확인되면 대상 단체에 최대 5배 제재부가금을 부과하고 수사기관에 고발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노동부는 각 지방청별로 지난달 노동조합의 서류보존 비치의무 이행 점검에 응하지 않거나 부실한 자료를 제출한 207곳에 시정기간을 부여하고 추가 자료제출 회신을 취합 중이다. 시정기간이 끝나면 회계장부 점검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노조를 대상으로 현장실사를 할 예정이다. 노동부는 시정지시 미이행시 과태료 500만원, 현장실사를 거부·방해할 경우 질서위반행위규제법 57조를 근거로 추가 과태료 500만원도 부과한다는 방침까지 밝힌 상태다.

노동부가 과도하게 행정개입을 한다고 보는 양대 노총은 과태료부과처분취소 소송 및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으로 맞설 계획이다. 또 노조 자주성을 침해한 혐의로 이정식 노동부 장관을 고발하고 국제노동기구(ILO) 제소 등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예고해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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