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10곳 중 3곳은 주기적 작업환경측정·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같은 사업주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개최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기업도 27%나 됐다.

한국노총 단위노조 439곳 대상 실태조사

한국노총은 2일 사용자 의무 준수에 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17일부터 27일까지 11일간 가맹 단위노조 439곳을 대상으로 사용자가 법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를 조사했다. 취업규칙 열람권이 제대로 보장받고 있는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작성·비치했는지 등을 파악했다.

근로계약서 교부·노동조건 명시 같은 기초적인 의무는 90% 이상 사업장이 잘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이라는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런데 취업규칙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장소에 비치하고 있는 사업장은 77% 수준이었다. 취업규칙을 작성·변경할 때 노동자의 의견청취와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있다는 답변도 13.9%로 적지 않았다.

직장내 괴롭힘 대응조치는 부실했다. 직장내 괴롭힘을 신고한 노동자와 피해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불리한 처우를 한 사실이 있는지 물었더니 16.4%가 있다고 답했다. 직장내 괴롭힘 신고·피해를 주장한다는 이유로 불이익한 처우를 했다면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한다. 21% 사업장은 휴업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 관련 의무 미이행 실태는 더 심각했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분기별로 개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고 있는지를 확인했더니 27.3%가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100명 이상 사업장은 안전보건관리규정을 작성해야 한다. 조사 사업장 중 100명 이상인 316곳을 살펴봤더니 18.7%(59곳)가 지키지 않았다.

3년마다 해야 하는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를 하지 않는 사업장은 35.3%, 주기적으로 결과를 공개해야 하는 작업환경측정을 이행하지 않는 비율은 31.7%로 조사됐다. 1년마다 하는 위험성평가는 24.1%가 하지 않고 있다. 위험성평가는 윤석열 정부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서 자율 예방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정책이다. 산업안전보건법령 관련 요지를 게시·비치하고 있지 않은 사업장은 22.8%로 확인됐다.

50명 미만 사업장 미이행률 심각
“사용자단체 지원금과 사용자 의무 준수 여부 조사해야”

사업장 규모별로 살펴봤더니 50명 미만 사업장의 미이행률이 높았다. 조사 대상 중 해당 규모 사업장은 60곳이다. 이중 산업안전보건위를 분기별로 개최하는지 묻는 질문에 50%가 개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는 58.3%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작업환경 측정을 주기적으로 실시한 뒤 결과를 공개하는지에 대해서는 59.3%가 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한국노총은 “적지 않은 사용자들이 산업안전보건 관련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비교적 산업안전보건 관련 규정을 인지하고 있는 노조 있는 사업장을 대상으로만 설문조사한 결과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미조직 사업장의 사업주 의무 미이행률은 더욱 높을 것이라는 뜻이다.

한국노총은 노조 회계장부 비치 점검을 하는 고용노동부에 맞대응하는 성격으로 실태조사를 했다. 현장에 비치해야 할 것는 노조 재정뿐만 아니라 취업규칙·안전보건 관련 자료 등 사용자가 지켜야 하는 서류도 있다는 의미에서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정부는 노조 회계에 대해 월권적이고 위법한 개입행위를 무리하게 진행할 것이 아니라 사용자단체에 대한 지원금과 사용자 준수 의무를 철저히 감독해야 할 것”이라며 “그래야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공정한 ‘법과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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