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정의당이 다시 신발끈을 조이고 있다. 지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든 정의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거쳐 이정미(56·사진) 대표 체제를 출범했다. 이 대표의 어깨는 무겁다. 안으로는 정의당을 다시 일으켜 세워 혁신과 재창당, 그리고 총선 승리라는 임무가 놓여 있다. 밖으로는 5년 만에 다시 들어선 보수정부의 거대한 퇴행에 맞서야 하는 진보정당의 숙명이 있다. 이뿐인가. 이태원 참사와 노동개혁, 경제위기 등으로 벼랑 끝에 몰린 노동자·서민의 곁을 지켜야 한다. ‘이정미호 정의당’은 안팎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3일 오전 국회 정의당 대표실에서 이정미 대표를 만났다. 20대 국회의원(비례)과 2017~2019년 당대표를 역임한 이 대표는 3년 만에 다시 당의 전면에 나섰다.

“평소 시험준비 안 했는데 성적 나쁠 수밖에”

- 정의당이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원인을 뭐라고 보나.
“시험결과가 나쁜 것은 평소 시험준비를 잘 안 해서다. 정의당은 지난 2~3년 내적 부침이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당이 큰 시험을 앞두고 국민 앞에 이전과 달라진 우리 사회 변화상과 비전을 마음에서 와닿게 제시하는 목소리가 약했다. 역대 최악의 대선이라고들 했다. 상대후보가 대통령 되면 큰일 난다는 적대적 구도 안에서, 정의당은 그런 대결구도를 뛰어넘는 대안적 모습으로 비치지 않았다. 결국 양당 사이 적대적 대결구도로 표심이 빨려 들어갔다.”

- 양당 구도를 모르는 게 아니었을 텐데, 정의당은 왜 준비를 하지 못했다고 보나.
“정의당은 지난 대선에서 우리 사회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이슈들을 던졌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저 당을 통해 들어야 한다는 신뢰감이 국민에게 잘 형성되지 않았던 것 같다. 지난 총선부터 당내 어려움이 닥치고 당이 취약해진 상태에서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안 했다고 본다. 지선 역시 대선과 너무 딱 붙어있었다. 대선 때 제기된 문제를 극복할 시간 없이 선거를 치렀다.”

지방선거 뒤 정의당은 지도부 전원 사퇴에 이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들어섰다. 상대적으로 관리형·안정형이라는 평가를 받는 비대위로 쇄신 의지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사퇴 권고 당원총투표가 이뤄지는 등 전면 혁신을 요구하는 당원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정미 대표 역시 당대표 선거에서 “언제까지 이정미냐”며 혁신과 거리가 멀다는 상대편 후보들의 비판을 들어야 했다.

- 이정미 대표체제는 무엇이 다른가.
“제가 본 정의당 혁신은 두 가지다. 그동안 잃어버린 현장성을 다시 강화해 내야 한다. 정의당이 이전 진보정당으로서 대안적 참신함을 많이 느끼지 못하면서 기득권화돼 있다는 비판이 있다. 이 두 가지를 극복하는 게 저한테는 중요한 혁신의 과제다. 현장성을 회복하고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은 하루아침에 안 된다. 당원들이 결국 이정미를 선택한 것은 뚝심 있게 두 가지를 할 거라는 믿음을 줬기 때문이다.”

현장성 회복과 기득권화 극복 ‘혁신의 과제’

- 현장성 회복과 기득권화 극복이라는 혁신을 어떻게 만들겠다는 것인가.
“현장성이라 함은, 제가 당직자에게 자주 하는 말이지만, 정의당도 이제 야성을 회복해야 한다, 삶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사람들 곁으로 같이 가자는 것이다. 기득권화돼 있다는 비판은 새겨 듣겠다. 우리가 진보정치 미래를 위해 정의당이 가진 자그마한, 정의당 내부 세력들의 자그마한 권력을 과감히 내려놓고 진보정치 대의를 위해 어떻게 나갈지 고민해야 한다.

이런 혁신의 상 속에서 노동세력을 중심으로 한 제3지대의 다양한 진보세력을 규합하면서, 그 속에서 재창당을 일궈 내는 게 실질적 정의당 혁신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혁신은 멋진 포장지로 거대한 슬로건과 이념을 내세워서 되는 게 아니다. 결국 당이 변화했다는 결과로 가져오는 것이다. 내 임기 중 두 가지 과제를 부여잡고 결과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어떤 현장성을 말하는가.
“정의당 사람들이 다시 정의당답다고 본 게 대우조선해양 투쟁에 결합했을 때다. 정의당이 가진 강점은 그래도 진보정당이면서 원내의석을 가진 것이다. 한편에서 협상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협상력도 현장에서 힘이 뒷받침해야 가능하다. 그동안 이 두 가지가 잘 결합되지 않았던 듯하다. 이번에 대우조선해양 투쟁은 현장에 가서 힘을 끌어올려 그것으로 협상을 시도했고,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뙤약볕 아래 목숨 건 투쟁을 일단 해결할 수 있었던 것, 이것이 앞으로도 정의당이 계속 보여줄 현장성 사례다.”

- 결선투표 다음날 바로 이태원 참사가 터지면서 취임식도 열지 못한 채 지금까지 두 달가량을 쉼 없이 달려왔다. 그동안 어떤 활동에 주력해 왔나.
“정의당 힘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태원 참사, 화물연대 파업, 노란봉투법 세 가지가 정신없이 돌아간 상황이었다. 이태원 참사 뒤에 국가애도기간이 지정됐다. 초반부터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판단했다. 국가애도기간에는 아무 말 말고 애도와 추모만 하란 건가. 정부는 책임회피를 위한 모든 수단을 다 쓰는 상황인데 우리는 이 기간 애도만 할 수는 없었다.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라고 봤다.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 뭔가. 그런 목소리도 못 내면 애도도 추모도 없다. 원내정당 중 가장 먼저 윤석열 대통령 사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윤희근 경찰청장 파면, 국정조사 실시 3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의당이 치고 나가니 더불어민주당도 다음날부터 따라와 대정부 투쟁이 시작됐다.”

예산안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연계하다니…

- 화물연대 파업·노란봉투법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화물연대 파업과 노란봉투법 입법 문제에서도, 민주당은 노동문제를 그 자체로 바라보기보다는 국민의힘과 싸울 때 가져다 쓰는 도구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이 문제도 결국 근본적으로 해결할 주체는 정의당밖에 없다고 봤다. 화물연대는 국토교통위원회 심상정 의원, 노란봉투법은 환경노동위원회 강은미(전반기)·이은주(후반기) 의원 투톱을 세워 싸우는 과정이었다.”

- 당 내부 수습을 위한 활동은 어떻게 했나.
“당을 이끌어야 하는 사람으로서 인선을 완료하고 당체제를 정비하고 지역을 다녔다. 새벽별 보고 나와 새벽별 보고 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 지역의 경우 취임 직후 권역별 활동가 기본교육을 잡았고, 전체 6개 권역 순회를 마쳤다. 당이 어려워진 이유 중 하나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함께 머리를 맞대 지혜를 짜고 용기를 북돋워야 하는데, 코로나19로 당원들을 거의 못 만났다는 것이다. 이번에 권역별 순회를 하며 당원들을 많이 만났다. 당원들 눈빛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지난 19일 간신히 출발했다.
“민주당에 불만이 있다. 국정조사 합의를 예산안과 연계한 것이다. 누가 봐도 예산안 처리가 끝나고 나서 국정조사 45일을 했어야지, 예산안 끝내고 국정조사를 시작하자? 이런 말도 안 되는 셈법이 어딨나. 그런 걸 덜컥 받았다. 물론 예산안 처리가 우선이라고 타협할 수 있지만, 예산안을 빠른 시일 내 처리하고 그때부터 국정조사 45일, 이랬어야지.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지연작전에 말리는 합의를 하고 왔는지 이해가 안 된다.”

- 정의당은 윤석열 대통령 사과, 이상민 장관·윤희근 청장 파면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지만 사실상 대통령이 거부했다.
“국정조사와 이상민 장관 파면은 하나의 세트라고 본다. 국정조사 합의 뒤 한동안 예산안을 처리하고 국정조사하도록 분위기를 그렇게 몰고 왔다. 해임건의안을 낼 거면 일찍 내고 싸웠어야 했다고 본다. 국민의힘에 시간을 벌어 주다가 막판에 해임건의안을 툭 꺼냈다. 민주당 안에서 협상 스텝이 꼬였다.”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책임자 처벌·진실규명은 기본값, 재발방지가 목표

- 대통령실과 여당은 “진실규명부터 하자”며 이런 요구에 선을 긋고 있다.
“(진실규명부터 하자는) 대통령 이야기는 국민이 이태원 참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외면하고 본질을 회피하는 것이다. 진실규명 후 책임자 처벌이 아니라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 뒤 재발방지책이다. 이상민 장관 옷 하나 벗기는 게 궁극적 목표가 아니다. 왜 우리 사회에서 이런 참사가 반복되고, 있을 수 없는 일이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졌나.

사고라는 것은 우연적 상황에서 우리 일상에서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우연적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이렇게 큰 참사로 나지 않게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짜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재난사고에 대비한 안전인력은 충분한지, 안전관리시스템이 갖춰져 있는지 근본적으로 검토하고 합심해서 같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책임자가 책임지고 진실을 규명하는 것은 기본값이다.”

- 국정조사에 임하는 정의당 입장과 계획은.
“청문회 국면에서 어떤 파장이 일지 걱정이다. 현장조사와 자료제출과 달리 청문회는 증인이 나와야 하는데, 안 나오면 맹탕이 될 수 있다. 얼마 전 유가족협의회와 면담했을 때 국정조사에 유가족 목소리가 청문회에서 충분히 이야기될 수 있도록, 국민에게 유가족이 왜 싸우는지 아픈 심정을 듣고 공감하겠다고 약속했다. 유가족이 싸운다고 죽은 자식을 살리지 못하지만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는 의지를 갖고 싸우는 것이다. 김용균 노동자 어머니 김미숙님도 용균이 같은 노동자가 나오면 안 된다고 싸우는 것이다. 부모 심정은 다 같다. 사회적 공감대가 청문회를 통해 충분히 만들어져야 한다. 청문회에서 정부가 협조하지 않으면 국정조사 연장을 요구해서 정부가 협조할 의지를 갖도록 압박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과정 자체만으로 대통령에게 더 이상 ‘이상민 감싸기’를 그만두도록 하게 해야 한다.”

이정미 대표는 당선 뒤 발표한 ‘7대 계획’에서 노란봉투법, SPC 문제 해결,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을 즉시 해결 과제로 지목했다. 정의당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청 계단에서 노란봉투법 제정을 촉구하는 농성에 돌입했다. 날마다 의원들이 돌아가며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지난 22일부터는 국회 정문 앞에서 20일 넘게 단식농성을 했던 손해배상 소송 사업장 노동자들이 정의당 농성장으로 결합했다.

노동중심성 무너진 것 아냐, ‘캠프정당’ 한계 탓

- 정의당은 비대위를 거치면서 “노동중심성”을 부쩍 강조했다. 정의당과 노동이 거리가 멀어진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노동과 멀어졌다는 지적은 억울하다. 지난해 초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강은미 의원이 23일간 단식했다. 당시 김용균 노동자, 이한빛 피디 유가족들도 같이 단식하면서 힘을 보탰다. 완전히 만족하지 못하지만 중대재해 기업을 처벌할 수 있는 법의 첫 단추를 꿰었다. 류호정 의원의 드레스 코드에 문제를 제기하지만 타투 노동자 삶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였다. 노동중심성이 상실됐다? 크게 동의하지 않는다. 노동자와의 연대, 공감과 지지를 끌어올리는 충분한 노력이 부족했다면 깊이 반성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되자마자 그 성과를 노동자들과 공유하기도 전에 당에서 큰 사고가 생겼고, 당내 부침을 잘 정리하지 못했다.

- 하지만 (비정규직 문제 전담창구인) ‘비상구’가 사라지는 등 노동사업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그것은 당 시스템이 완전히 흔들렸기 때문이다. 이번에 출마하면서 우리 당이 너무 ‘캠프정당’이 됐다고 했다. 선거 때만 열심히 뛰고, 일상이 다 무너졌다. 일상에서 숙제 준비를 열심히 해야 시험을 잘 보는데 이것이 다 무너졌다. 혁신의 시작은 그것을 다시 회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노동사업뿐 아니라 여타 사업 분야도 처참한 수준으로 붕괴돼 있고, 그 속에서 각자 어떻게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더라. 지난 50여일은 이를 정상화하고 회복하는 데 주력한 시간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시간단축의 역사를 되돌리는 노동시간·임금제도 개선을 필두로 ‘노동개혁’ 깃발을 올렸다. 화물연대에 이어 건설노조, 노조 회계공개 등 사실상 민주노총을 타깃으로 한 총공세를 하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노사 법치주의’에 이어 ‘노조부패’라는 신개념 용어를 계속 내놓고 있다. 그는 최근 “노조부패도 공직부패, 기업부패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 할 3대 부패의 하나”라고 규정했다.

-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 성격을 어떻게 보나.
“80년대 초반 정권의 반대세력을 전부 범죄집단으로 몰았는데 그것의 버전업이다. 극악한 포퓰리즘이다. 이 포퓰리즘은 성공하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가 자기 적을, 너무 많이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노동시간 연장은 중소기업이 어렵다며 추진한다. 제가 IT기업 최초의 과로사 판정을 이끌어 낸 의원 아닌가. 그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다시 크런치 모드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형성되고 있다. 지금은 생산현장 투쟁, 하청노조 투쟁이 주가 되고 있지만, 정규직노조 역시 제도가 흔들리면 기업 안에서 협상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노조 회계부정 언급은 노조가 언제든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행위를 했을 때 저런 식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협을 한 거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뿐 아니라 한국노총도 이제는 윤석열 정부가 하라는 대로 다 하란 이야기인지, 자기 존재에 대한 부정이나 위협을 느끼게 된다. 이런 기조로 계속 가면 대한민국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하는 사람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다. 정의당은 모든 걸 던져 이 문제에 대응할 채비를 갖출 것이다.”

국민의힘·민주당 머릿속 지우고 ‘선명한 제3정당’

- 정의당은 비대위를 거쳐 재창당을 결의했다. 대표께서는 7대 계획에서 “선명한 제3정당” “혁신재창당 추진”을 제시했다. 선명한 제3정당이 무엇인지 모호하다.
“일상적 정치에서 선명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재창당을 향한 국가비전, 우리 사회 전략을 선명히 잘 세우는 것을 한 축으로 하면서도 거대 양당이 하지 않은 일, 주목하지 않는 것에서 정의당 목소리를 더 세게 하는 것, 그것을 위해 정치행위를 더 강력히 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은 어떻게 할까 이런 식으로 판단하는 것은 내 머릿속에서 지우겠다. 이럴 때 국민은 뭘 필요로 할까(를 생각하고) 그 길대로 가면 된다. 이것이 정의당이 가야 할 길이다.”

- 혁신재창당은 현재 어떻게 추진하고 있나.
“내년 2월에 전국위원회를 열고 재창당 추진위를 구성할 것이다. 아직 전국위원들께는 말씀드리지 않았지만 추진위원장을 제가 직접 맡고, 노동세력과 시민사회세력을 직접 만나 대한민국이 이렇게 험악한 상황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가 뿔뿔이 흩어진 채 각자 대응해서는 견뎌 내지 못한다, 힘을 합치자고 제안할 생각이다.”

- 그렇게 재창당에 참여할 세력이 남아 있을까.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노동진영 안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주춤해 있다. 진보정치 바깥에서 지켜보고 있는 노동진영 이들을 정성스럽게 만날 생각이다. 또한 기후시민이나 민생사업을 통해 만나게 될, 그 규모와 단위가 크든 작든 마음을 모으고 함께할 단위들을 제가 계속 만나 갈 것이다.”

- 결국 재창당 성공 여부는 차기 총선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다. 대표께서는 7대 계획에서 창원성산 등 올해 말까지 전략지역구 10곳을 선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의당의 가장 큰 취약점은 지역의 뿌리가 흔들렸다는 것이다. 적어도 정의당이 총선에서 의지를 갖고 대응할 후보가 있고, 후보 중심의 지역 정치활동을 복원하고 지방선거까지 활동기반을 연결할 지역을 일차적으로 선정하고 당의 지원을 강화하는 것, 그리고 점차 그 숫자를 늘리는 것을 말한다.”

내년 2월 재창당 추진위 구성, 노동·시민세력 만날 것

- 지금 같은 양당체제에서 현실적으로 전략지역구 당선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동시에 비례전략은 어떻게 세우고 있나.
“대표 경선부터 지금까지 비례전략을 본격적으로 이야기 안 한 이유가 있다. 우리 당 총선전략은 항상 비례전략이었다. 2020년 총선에서 제가 가장 뼈아팠던 것은 우리 당의 가장 중요한 전략자산들이 선거제도 개혁, 비례대표제로 의석수를 늘린다는 전략에 올인했다가 그 전략자산들을 다 상실한 일이다. 그들 중간 기둥이 허물어져 당 기반도 취약해진 상황이 된 것이다. 지금은 우리가 지역에서 다시 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하기 위해 비례전략을 (대표 선거에서) 일부러 이야기 안 했다. 이제는 총선에 대한 구체적인 상을 만들어야 하니까. 비례전략은 재창당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전략적 도구가 될 것이다. 그 정도까지만 말씀드리겠다.”

- 구체적 일정은.
“내년 10월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내년 2월 전국위가 끝나고 난 직후 일차적으로 우리가 집중할 지역구를 컨설팅하고, 그 뒤 추가적인 지역구 발굴을 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은 세력확장 과정과 또 맞물린다. 단선적으로 말할 수 없는 복잡한 프로세스를 가져갈 것이다.”

- “총선 무지개연대 추진”도 제시했다. 대표께서는 지난 14일 진보당 예방을 통해 이태원 참사·노동자 투쟁 연대에 공감대를 확인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노총과 진보정당들이 함께해 후보단일화에 성공했다. 후보단일화를 넘어 진보정치 통합에 대한 의견은.
“모든 진보정당 예방을 다 마쳤다. 이분들과 내년에 닥쳐올 경제위기 안에서 민생공동대응을 어떻게 해나갈지 같이 짜 보자, 노동계 등과 전체 전선을 같이 논의해야 할 텐데 그런 걸 잘 짜 보자고 했다. 여러 개 정당이 단일한 정당으로 통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각자가 전략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지역구 전략이나 이런 것을 공동 공천방안이나 좀 더 창의적으로 생각을 열어 놓고 고민해 보려고 한다.”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경제위기에 노동개악, 국민 역동적 에너지 분출할 것

- 2023년은 1997년 외환위기에 버금갈 정도의 경제위기가 올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우리 사회 불평등·양극화 문제는 심화하고 있는데 경제위기까지 오면 노동자·서민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 우리 사회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고전적 표현인데 ‘새벽이 밝을수록 어둠은 깊고, 밤이 깊어야 새벽이 온다’는 이런 말이 요새 떠오른다. 신자유주의 자본질서 위기의 최고점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윤석열 정권도 그런 위기 속 탄생 아닌가. 정책적·정치적 방향이 그런 위기의 방증 아닌가 싶다. 1920년대 케인스주의가 탄생할 수밖에 없었던 자본질서 위기만큼 이제는 이 질서를 극복할 근본적 새로운 논의가 터져 나올 시점이 됐다. 이미 많은 사회·경제학자들이, 보수진영 학자들조차 불평등 이슈를 중요하게 다룬다. 이런 상황 판단을 가지고 진보진영에서도 좀 더 공세적으로 이 질서 자체를 극복할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 윤석열 정부의 경제위기에 대한 자세를 어떻게 보나.
“내년에 몰아닥칠 경제위기는 결국 정부 책임이다. 노동개악은 대다수 사람들의 실질적인 삶에 영향 미치는 결과를 내놓을 것이다. 국민의 역동적 에너지가 윤 정부를 강제해 낼 것이다. 어떤 한 국면에서 정부의 방향성을 다시 수정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고비가 총선이다. 총선에서 윤 정부 엔진을 일정하게 꺼뜨려야 정부의 방향 전환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다.”

- 윤석열 정부는 더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약자복지’를 말한다.
“불평등을 해결하려면 근본적으로 안전한 일자리, 건전한 일자리로 중산층을 두텁게 만들어야 한다. 위에서 내리고 아래에서 올려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산층을 모두 붕괴시키면서 약자를 구한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것은 정책이 아니다.”

글=연윤정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