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김동명(55·사진) 한국노총 위원장이 28대 임원선거 출사표를 냈다. 현직 위원장의 연임 도전은 18~19대(2000년 5월~2004년 4월) 위원장이던 이남순 위원장에 이어 근 20년 만이다. 그는 최근 함께 일해 온 동료들에게 “조직적인 측면에서 1노총 지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한국노총 전성시대를 만들어 내는 것, 정책적 측면에서 국회를 중심으로 법·제도 개선의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다음 집행부의 최우선 목표”라며 출마 의사를 밝혔다.

지난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위원장실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지난 3년은 신뢰를 쌓는 기간, 미숙함을 보완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간이었다”며 “앞으로 3년은 진짜 일을 하고 구체적인 성과로 연결시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류기섭 공공연맹 위원장과 손을 잡았다.

“1노총 지위회복 약속 지켜, 한국노총 주체성 높여”
“전환의 시기 노동이 소외되지 않도록 역할해야”

- 최근 사무총국 회의에서 28대 임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위원장이 연임한 사례가 최근에 없어서 당선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있는 것으로 알지만 연연하지 않는다. 지난 3년 동안 현장과 쌓은 신뢰와 그 힘에 기반해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과 폭주를 확실히 막아 내야겠다는 마음으로 출마를 준비했다. 전환의 시기에 노동이 소외되지 않고 정의로운 전환, 일자리를 지켜 내는 과제가 시대과제로 당면해 있다. 노동자들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한국노총이 돼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으로 출마한다.”

- 임기 3년을 어떻게 자평하나.
“저 자신의 평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선거를 통해 조합원들이 확실하게 평가할 것이다. 3년 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1노총 지위회복이었다. 이 약속은 지켰다. 지도부와 현장 간의 신뢰가 많이 무너져 있어 회복하고 싶다고 했다. 지도부가 개인의 문제로 현장을 저버리거나, 현장 의견과 다른 선택을 하는 문제를 해소하고 싶었다. 세간에서 얘기하는 어용노조 이미지, 권력에 기대어 활동한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만큼은 확실하게 털어내고 싶었다. 총선에서는 노동존중실천단을 구성해 정책을 구체화했다. 대선에서는 이기는 후보를 늘 선택해 왔던 관성에서 벗어나 현장 의사에 의해, 공정한 절차를 통해 의사를 묻고 한국노총이 주도적인 선택을 했다. 지지후보가 당선하지 않아 당장의 어려움이 초래될지는 모르겠지만 주체적인 한국노총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걸음을 뗐다고 보고 있다.”

- 공약 중 이행했던 것과 못했던 것은 무엇인가.
“잘됐다고 보는 것은 한국노총의 1노총 지위 회복이다. 기존 조직을 흡수한 것뿐 아니냐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지난해 1노총 지위 회복은 공무원·교사노조와 통합한 인원은 제외한 규모다. 그런데 통합이 폄하될 일은 아니다. 한국노총이 입지가 강화됐고 영향력이 확대했기 때문에 통합이 가능해진 것이다. 우리 조직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과 이미지를 통해 조직 확대가 되는 측면이 있다. 이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금속 등 현장에서 적지 않은 조직화가 이뤄졌다. 한국노총 중앙 차원에서는 한국노총연대노조를 만들어 취약계층 조직화를 했다. 그 성과가 매우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꾸준히 조직화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노총 제 조직 모든 곳에서 조직화 성과가 있었다.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를 한국노총 조합원과 조직의 힘으로 출범시켰다.

지키지 못한 공약도 많다.(웃음) 선거인단을 확대해서 현장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시킬 수 있게 하겠다고 했는데 지키지 못했다. 조직들을 설득해 내지 못했다. 50명 활동가 채용 약속도 지키지 못해 비판받고 있다. 1노총 회복을 위해 활동가 50명을 채용하겠다고 했는데, 그 목적은 달성했지만 구체적인 세부 약속은 이뤄 내지 못한 셈이다. 산별노조·연맹의 예산을 받아 지역에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설득이 더 필요하다. 한국노총 지역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사무총국에 지원본부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당선하면 추진하겠다.”

- 조직 흡수에 따른 부작용이 회자되기도 한다. 대정부 교섭이나 사회적 대화 등에서 한국노총 역량 상당 부분을 통합 당시 약속을 이행하는 데 소진했다는 평가가 있다.
“현상만 보면 그렇게 느낄 수 있다. 다른 산별에서는 약간의 피해의식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공무원·교사노조가 한국노총으로 오면서 서로 약속했던 바가 있다. 그 신뢰를 지켜 나가기 위해 최우선 순위로 노력해 왔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타임오프제 적용을 위한 법률 개정이 가능했다. 이 문제는 다른 조직에도 앞으로 나쁘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노총이 주요 현안을 해결하는 경험을 축적한 것이고, 이 경험을 통해 우리 역량은 더욱 증대했다.”

“대중조직 이끌기 위해서는 통합·소통 능력 필요”

- 3년 전 색이 다른 진영과 손을 잡으면서 한국노총 사업과 내부 운영과정에서 적지 않은 충돌 혹은 혼선이 있었다는 지적이 있다.
“대중조직인 한국노총에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색이 다르다고 단정적으로 표현하며 같은 한국노총이라는 울타리에 있는 이를 공격하면 통합에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의견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힘든 측면이 있었고, 그로 인해 앞으로 나아가는 데 방해 요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생각이 다르다고 배척하지 않고 유연하게 생각하면서 같이 의견을 나누고 설득하는 노력을 하는 기회가 됐다. 빨리빨리 결정할 수 있는 체계가 효율적인 것 같지만 생각이 다르더라도 끊임없이 소통하고 토론하면서 하나의 의견으로 모아가는 과정도 대중조직에는 필요하다. 이런 민주주의를 구현해야지 조직이 더 멀리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이번 선거에서는 다른 분과 후보조를 꾸리려 한다.
“(현 사무총장과) 같이 갈 수 없는 사정이 생겼을 뿐이다. 류기섭 공공연맹 위원장과 함께하려 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공공부문 투쟁이 매우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공부문 투쟁을 선도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사무총국을 투명하게 운영하는 데에서도 공공부문 출신으로서 장점이 있다고 판단한다.”

- 임원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후보가 여럿이다. 그들과 김동명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장점이 많은 분이 출마를 준비하고 계시다. 다른 점을 찾기보다는 무엇이 같은지를 중심에 두고 배우려고 고심하고 있다. 저는 통합이라는 가치를 굉장히 중시한다. 나는 투사고 개혁파고 그 반대편의 사람은 수구 꼴통이고 반부패다, 이렇게 매도하면 한국노총에서 같이할 수 없다. 가슴속에는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있지만, 조직 내에서 일을 도모할 때는 항상 유연하고 균형을 찾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함께하기 위해 나를 낮추고 상대를 존중하면서 설득하려 노력한다는 점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현장 노동자와 조합원을 두려워하고, 권력과 힘 있는 사람 앞에서 위축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도 강점이다.”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사회적 영향력 높이는 한국노총 만들고 파”

- 연임에 성공하면 무엇을 하고 싶나.
“지난 3년은 신뢰를 쌓는 기간, 미숙함을 보완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간이었다. 앞으로 3년은 진짜 일을 하고 구체적인 성과로 연결시키고 싶다. 노동을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사회를 바꾸고 싶다.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노동이 사회 의제를 제시하고 사회적 영향력을 키워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전환의 시대에 소외되지 않고 중심적인 역할을 해 내야 한다.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은 현장에 기반한 힘으로 명확하게 막을 것이다.”

- 정부와 노동의제나 정책을 두고 상당한 대립각을 형성할 것으로 점쳐진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5월 취임 이후부터 이미 불편함을 학습하고 있다. 우리는 늘 어려운 시기를 겪었고, 그때마다 당당하게 견뎌 냈고 돌파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정권의 탄압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노동의 결속이 문제다. 노동을 탄압하기 위해 정권은 끊임없이 조직을 흔들고, 심지어 우리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 정권에 흔들리지 않고 결속한다면 정권에 지지 않는다. 이번 임원선거를 통해 그 힘을 축적해야 한다. 시민·사회단체와 연대가 부족한 면이 있다. 적극적으로 연대의 폭을 넓혀야 한다.”

- 김문수 위원장 체제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활동에 대한 우려가 있다.
“대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은 진실이다. 경사노위 문제는 김문수 위원장 임명 문제 하나로 국한해 볼 문제는 아니다. 윤석열 정권이 사회적 대화를 어떤 관점에서 보고 있고, 이용하려고 하는지를 종합적으로 파악해 면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정권의 의도를 간파하면서 영리하게 대응해야 한다. 물론 결단할 때는 확실히 해야 한다.”

- 덧붙일 말이 있다면.
“선거 과정에서 현장과 차분하게 소통하면서 진심을 전달하려 한다. 현장의 지지를 최대한 끌어내야 앞으로 힘 있게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 기회가 주어지면 사심 없이 노동만을 생각하며 헌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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