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연재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

노무사들이 모여 각자 겪었던 황당무계한 사건 얘기를 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종교단체 사건 이야기가 나온다. 근로감독관이 임금체불 사건과 관련해 이름을 물으니 “저는 속세를 버려 이름이 없습니다”라고 한 불교단체 사용자 스님의 이야기,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연장수당을 달라고 했더니 “믿음이 부족하니 기도 시간을 늘려라”고 한 기독교 단체 사용자의 이야기 등 일반적인 회사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실제 상담을 하다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종교단체에서는 쉽게 행해지는 상황을 접한다. 한 노동자는 부당한 지시를 거부했더니 사용자가 “당신 안에 하느님이 보이지 않는다”며 자기 앞에서 기도를 해 보라고 강요당했고, 어떤 노동자는 종교단체 내에서 종파가 다르다는 이유로 승진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이는 비단 작은 종교시설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한국 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은 25년 근무한 행정노동자를 지난 2월 해고했다. 그 이유는 해당 노동자가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조계종 행정총괄자 스님의 부당한 단체 운영을 비판했다는 것이었다. 비판 과정에서 욕설이나 사생활 관련 얘기는 없었다. 단체 운영에 대해 단 1회, 10분도 안 되게 발언했음에도 조계종은 곧바로 징계 해고를 통보했다. 더욱 황당한 일은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에서 벌어졌는데, 조계종은 노동자의 모든 주장에 대해 조계종은 불교단체라는 논리로 반박했다. 조계종의 스님을 비판하는 것은 반종교 행위로 종교단체의 특수성에 따라 정당한 징계 사유고, 종교단체에서 그런 행위는 용납될 수 없으므로 해고는 정당한 양정이라는 논리였다. 한참을 고민해서 준비했던 근로기준법상 징계 사유와 양정의 정당성에 대한 각 판례·법리와 복잡한 사실관계는 불교단체라는 반박으로 귀결됐다.

그러나 어떤 종교도 근로기준법을 형해화할 수 없다. 그 어떤 종교단체든 노동자를 사용할 때에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해야 한다. 다만 일부 징계 사유와 관련해 법원이 인정하는 종교사업체의 특수성도 있다. 종교사업체에서 신앙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가 신앙 자체를 잃으면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포교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종무원이 방송에 나와서 찬송가를 부르며 기독교 포교 활동을 했다면 징계 사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종교단체의 특수성을 무분별하게 적용한다면 해고와 징계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근로기준법 취지를 형해화시키게 된다. 그러므로 종교단체의 특수성은 엄격하게 제한적인 상황에서 적용된다.

결국 노동자의 단체 운영 비판은 신앙을 잃은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위 사건은 종교단체의 특수성으로 접근해야 하는 해고가 아니다. 초심 노동위원회 또한 위 사건에 대해 노동자 스스로 종교적 성향을 부정한 적 없으므로 신앙을 잃은 것으로 볼 수 없고, 종교단체의 특수성은 완화된 해고 법리를 적용하는 논거로 작용할 수는 없다고 명확히 판정했다.

그러나 충격적인 사건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초심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지만 조계종이 재심을 신청하며 재심 심문회의 날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조계종 사찰 앞에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던 노동자에게 스님들이 인분을 붓고 집단폭행한 것이다. 처음 사실을 접하고 너무 놀라 할 말을 잃을 정도로 믿기지가 않는 사건이었다. 노동자는 부당하게 해고당한 것으로 모자라 피켓을 들고 서 있었던 것뿐이었는데 인분을 맞고 집단폭행을 당해 입원을 해야 했다. 그러면서 조계종은 노동위원회 답변서로 또다시 불교단체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단체 운영을 비판하는 행위는 신앙심을 잃어버린 반종교행위고, 25년간 불심으로 노동한 불자를 비판 몇 마디 했다는 것을 이유로 하루아침에 해고하고 인분을 붓고 집단폭행하는 것은 부처의 가르침이던가. 불심으로 바라봤을 때 진정 신앙심을 잃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 우리 노동자일까.

이달 2일 조계종의 새로운 행정총괄자로 당선된 스님은 “알고 보면 모두가 소통의 대상이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사회에 풀어내고자 하는 소중한 공동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노동자의 부당해고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조차 없다. 소통의 대상인 ‘모두’에 노동자와 노동조합은 없고 ‘부처의 가르침을 풀어내고자 하는 사회’에도 노동자·노동조합은 없는 것일까.

다음 심문회의에서는 부당한 해고를 불교의 이름으로 정당화하려는 모습이 아닌, 진정 사부대중과 함께하고자 하는 조계종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나아가 종교의 이름으로 부당한 것을 정당화하려는 행위를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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