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화재노조

정부가 보험업계의 우려에도 이른바 ‘빅테크’(거대 IT기업)의 온라인 보험대리점(GA) 진출을 허용했다. 보험설계사의 소득감소뿐 아니라 고용위기 우려를 외면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3일 금융위원회는 2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온라인 플랫폼의 보험상품 비교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혁신금융서비스는 금융혁신지원 특별법(금융혁신법)에 따라 여러 가지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샌드박스 사업이다.

금융위는 “금융상품 비교·추천서비스는 중개에 해당해 등록을 하거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대출상품 외에는 온라인 플랫폼 특성을 고려한 등록제도가 없어 서비스가 곤란하다”며 “예금과 보험, P2P 상품에 대한 온라인 판매중개업을 시범 허용한다”고 밝혔다.

가입자 3천600만명 카카오, 플랫폼 보험상품 비교 허용

보험상품을 온라인으로 비교하는 건 지금도 가능하다. 다만 보험업 라이선스가 있어야 한다. 지난해 카카오페이가 보험상품 비교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광고가 아니라 중개에 해당한다는 금융당국 해석에 따라 중단됐다. 그러나 이제 해당 규제를 합법적으로 회피할 수 있게 돼 보험업 진출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가입자 3천600만명을 확보한 카카오가 카카오페이 플랫폼을 활용한 보험상품 비교를 할 수 있게 된다.

보험업계는 빅테크의 보험업 지출에 우려가 크다. 현재 보험업계는 보험상품을 만드는 원수사보다 보험상품 중개만 담당하는 GA의 규모가 더 크다. 자사 상품만 판매할 수 있는 원수사보다 다양한 보험상품을 비교해 판매하는 GA에 대한 고객 수요가 높은 까닭이다.

보험설계사도 원수사보다 GA에서 더 많이 일한다. 보험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손해·생명보험 원수사 전속 보험설계사는 17만8천649명이지만 GA 보험설계사는 61만5천69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빅테크의 플랫폼을 활용한 온라인 GA 영업은 보험설계사 고용에 직격탄이다. 대면 영업으로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판매 수수료를 받아야 하는데 상품 판매가 온라인에서 이뤄지면 수수료 수입이 아예 끊기기 때문이다.

“불완전 판매 책임 고객에 떠넘기고 수익만 챙겨”

오상훈 삼성화재노조 위원장은 “(보험설계사들은) 이미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면 영업이 어려워 소득이 줄었고, 최근 일부 보험사가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깎아 더욱 생계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 허가의 본질은 보험설계사 생계 위협을 대가로 IT기업에 추가 수익을 보장해 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 없는 빅테크의 보험상품 판매가 고객에 불리하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오상훈 위원장은 “보험은 복잡한 무형의 상품으로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보장하는 상품이라 단순 비교분석 제안만으로 소비자가 올바른 판단을 하기 쉽지 않다”며 “전문가가 판매해도 불완전 판매가 속출하는 게 보험상품인데 모든 책임을 고객에 떠넘기고 수익만 관심 있는 IT기업에 전문적 서비스와 사후관리 책임을 기대하는 것은 산에서 물고기를 구하려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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