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IT기업, 이른바 ‘빅테크’의 금융시장 참여가 증가할수록 지방은행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이 심화해 지역 금융서비스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공공기관의 주거래은행 입찰시 지방은행에 기회를 제공해 지역 자금중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융노조(위원장 박홍배)와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경실련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논의에 따른 지방은행 활성화 방안 마련 토론회를 열었다.

지방은행 총자산 207조, 시중은행 8분의 1

지방은행은 시중은행과 비교해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6월 기준 시중은행 총자산은 1천630조원인 데 반해 지방은행 총자산은 207조원에 불과하다. 수신(예·적금 등) 규모도 적다. 은행 전체 수신에서 지방은행이 점유하는 비율은 지난해 기준 9.3%다. 여신(대출 등) 비율은 7.75%다. 여신 중 주택담보대출 비율은 20% 수준으로 시중은행 30~40%에 비해 낮다. 중소기업대출은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시중은행 38%보다 높다. 강다연 금융노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지역경기 변동에 따른 직접적 타격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이후 150개 공공기관이 이전을 완료했지만 이전한 기관이 여전히 기존 시중은행과 거래를 이어 가고 있어 지방은행은 수혜를 보지 못 했다.

이런 가운데 IT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늘면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우려는 커졌다. 강 연구원은 “빅테크는 네트워크 효과에 기반을 둔 데이터 분석기술, 빅데이터를 활용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기존 금융기관에게 적용된 엄격한 금융규제나 감독에서 벗어나 지급결제와 대출·투자·보험서비스까지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지방은행 위협 고조

사실상 금융위원회안으로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지방은행에 큰 위협이라는 평가다. 개정안은 종합지급결제사업자와 지급지시전달업자 같은 신규 라이선스를 도입하고 대금결제업자 후불결제를 허용하는 게 뼈대다.

강 연구원은 “IT기업 금융서비스는 초기 사용자 확보를 위해 저비용,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 과정에서 초기 이용 플랫폼에 이용자가 머물러 소수 지배적 플랫폼만 생존할 전망”이라며 “이후 플랫폼의 유료화가 용이해져 승자독식 수익구조 고착화가 이뤄진다”고 분석했다. 이용자를 모집해 규모를 키운 뒤 수수료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IT기업을 금융기관으로 보지 않아 금융소비자 보호나 진입규제, 건전성 규제를 면하고 있다 보니 금융사고 발생 위험이 크고 수수료 부담이 소비자에게 과도하게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지방은행은 더욱 경쟁열위에 처한다. 지방은행이 중소기업대출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방은행으로 유입되는 돈이 적을수록 중소기업 대출 여력이 줄어 지역자금 순환이 악화하는 현상이 발생할 염려가 크다. 게다가 점포가 아예 없고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IT기업 금융서비스 관행을 고려하면 지방은행 주요 고객층인 50~60대 고객과 금융소외계층의 금융서비스 접근권이 침해받을 우려도 있다.

공공기관 지정은행 기회 제공 필요

공공기관 지정은행 기회를 지방은행에 제공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지역 내 공공기관 주거래은행 입찰 경쟁시 지방은행에 기회를 제공해 지역자금 중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항목에 소재지 지방은행 관련 가산점을 부여하자고 제안했다. 또 지방은행이 지역 내 시·도금고를 유치할 수 있도록 금융위의 지역재투자 제도를 개선하자고 했다.

이 밖에 지방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의무비율을 60%에서 축소하고 의무비율을 충족하면 반드시 인센티브를 부여하도록 하는 대안도 제시했다. 현재 시중은행 중소기업대출 의무비율은 45%다.

박홍배 위원장은 “비대면 디지털 시대에 발맞춘다는 허울 좋은 이름뿐인 탈을 벗기고 빅테크·핀테크 등장이 지방은행과 지역자금에 미치는 영향에 사전적이고 합리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지방은행 경쟁력 제고를 위한 조치는 노사정이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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