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고은 기자

6년차 요양보호사 김후연(51)씨는 민간 요양시설에서 일하다 3년 전 대구시사회서비스원에 입사했다. 민간시설보다는 일자리가 안정되고 처우도 조금이나마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시급제를 적용받아 임금은 거의 달라진 게 없었고, 민간시설에서 기피하는 어르신들의 수요가 높은 탓에 노동강도는 되레 높아졌다. 2020년 3월 코로나 1차 대유행 당시 ‘코로나19 긴급돌봄’을 할 때는 “보호장구 없이 앞치마만 하고” 소독·청소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사회서비스 지원 및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사회서비스원법) 제정으로 노동환경 개선에 대한 희망을 품었던 김씨는 최근 대구시사회서비스원 통폐합 소식을 듣고 다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지자체장이 교체되고 시·도 사회서비스원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면서 사회서비스원에서 일하는 돌봄노동자들 사이에 고용불안과 처우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조는 돌봄 국가책임 확대를 위해서는 사회서비스원 기능을 확대하고 종사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윤석열 정부서 축소되나

전국돌봄서비스노조(위원장 노우정)는 16일 오전 서울 중구 중앙사회서비스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자체장 교체 이후 사회서비스원 폐지·축소 움직임을 보이면서 노동자와 이용자 모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공적 돌봄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는 확인됐다. 사회서비스원 확대를 통해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회서비스원 설립은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로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제고하고 종사자의 전문성 강화와 처우개선을 통한 사회서비스 품질향상을 목적으로 추진됐다. 2019년 서울·대구·경기·경남 네 곳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해 현재 14개 시·도에서 운영되고 있다. 부산·경북·충북의 경우 올해 설립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사회서비스원법 제정으로 설립·운영에 대한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그런데 대구시사회서비스원은 통폐합을 앞두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 취임 이후 18개 대구시 산하 공공기관을 11개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다. 사회서비스원은 대구여성가족재단·대구청소년지원재단·대구평생학습진흥원과 통합돼 다음달 대구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으로 발족할 예정이다. 인천시사회서비스원도 조직 개편이 예고된 상황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6월 인천시사회서비스원 부실 운영과 업무 중복을 이유로 조직의 존립 여부와 역할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조 “사회서비스원 축소, 전국 확산 우려”

노조는 사회서비스원 기능·역할 축소가 전국으로 확산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의 생산성·효율성 제고를 위한 강도 높은 혁신을 주문한 상황에서 대구나 인천의 사례를 일부 지자체의 ‘일탈’로만 해석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전지현 노조 사무처장은 “대구나 인천뿐만 아니라 서울이나 광주에서도 재가방문요양은 하지 않고 민간이 담당하지 않는 긴급돌봄사업만 하려 한다”며 “새 정부 출범 이후 이러한 움직임이 가속화됐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돌봄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는 사회서비스원 대폭 확대와 종사자 처우개선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선 시급제를 적용하는 곳이 대부분이고, 지자체 수탁사업을 사회서비스원에 이관하면서 사업 계약기간에 따라 종사자들도 8개월·1년 단위 계약을 맺는 등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우정 위원장은 “사회서비스원이 설립 취지대로 운영하려면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새로 취임한 조상미 중앙사회서비스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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