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사이 보건의료·돌봄 중요성이 부각하면서 노동자들은 ‘영웅’ 칭호를 얻었다. 노동 현장은 바뀌지 않았다. 보건의료 인력은 태부족이고 돌봄노동자들은 저임금·고용불안이 곁에서 떠나지 않는다. 노동자 불안은 서비스 수혜자인 국민 불안으로 이어진다. 이들이 대선후보에게 묻는다. 국민 모두가 안전한 의료돌봄서비스를 누릴 방안은 없을까.<편집자>
 

홍유정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조직부장
▲ 홍유정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조직부장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많은 산업이 멈춘 상황에도 돌봄노동은 멈출 수 없었다. 감염병 위기 속에서 사회서비스로서 돌봄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돌봄의 국가책임과 돌봄노동자의 처우는 아직 최저수준에 머물러 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에는 가족을 대신해 노인을 돌보는 요양보호사(시설·재가), 장애인을 돌보는 장애인활동지원사, 환자를 돌보는 간병노동자가 있다. 이들은 매년 돌봄노동자 행진을 통해 요구안을 알려 왔고, 돌봄현장에서 코로나19 대응과 돌봄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한 활동을 진행해 왔다.

돌봄노동자의 월평균 임금(2020년 기준)은 약 157만원으로 전체 취업자 대비 57.3% 수준이다. 최저시급으로 고착된 돌봄노동자 임금은 경력과 근속에 따른 숙련노동마저 부정돼 10년을 일해도 언제나 최저임금에 머물러 있다. 또한 돌봄노동자의 임시직 비중은 전체 취업자(17.8%)보다 약 2배 수준 높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필수노동인 돌봄노동은 불안정노동 그 자체다.

현재 돌봄시설 절대 다수가 민간시장에 내맡겨져 공공시설은 10%가 채 안 된다. 이 결과 돌봄노동은 질 낮은 노동으로 치부되고 공공성마저 훼손되고 있다. 이를 개선하고 돌봄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민간위탁 사회서비스 시설을 사회서비스원으로 공영화하고 돌봄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해 불안정노동을 해소해야 한다.

초고속으로 고령화되는 한국 사회에서 노인돌봄은 나의 미래와도 무관하지 않은 큰 중요성을 가진다. 현재 전국 요양시설 2만5천개 중에 공공요양시설은 5%도 되지 않는다. 국공립 요양시설 및 재가요양기관을 각 30%씩 확충해야 한다. 전국 228개 기초자치단체마다 1개 이상 공공 재가요양기관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또한 시립·구립 입소요양시설부터 사회서비스원이 우선 위탁운영하도록 전환해야 한다.

노인요양시설에서 요양보호사 인력 기준은 현행 1 대 2.5명이다. 기준이 처음 만들어진 후 12년 만에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인력 기준을 1 대 2.3에서 2025년까지 1 대 2.1로 개선한다고 발표했지만 시일이 걸리는 데다 획기적인 개선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3교대 근무를 고려하고 휴무인력을 빼면, 실제로는 1명의 요양보호사가 어르신 10명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야간근무를 할 때는 요양보호사 혼자서 20명 이상의 어르신을 보느라 낙상 등 부상이 발생하면 긴급조치가 어려워 어르신과 노동자는 위험에 방치된다. 당장 올해 1 대 2로 인력배치기준을 개선하고 인력충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야간근무에 2인1조를 의무배치해야 한다.

방문요양보호사의 경우 고용안정과 생활임금이 보장돼야 한다. 방문요양보호사의 수가체계를 개선해 상근 월급제로 전환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전체 요양보호사 처우개선을 위해서는 장기요양보험공단에서 지급하는 장기근속장려금 체계를 바꿔야 한다. 동일기관 근속기준이 아닌 실제 일한 경력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지급구간도 현행 3구간에서 7구간으로 확대 시행하고, 지급 금액도 인상해야 한다. 이에 더해 요양보호사가 폭언·폭행·성추행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보호기준과 결핵이나 옴 등 직업성 전염병·근골격계질환에 대한 유급병가 보장, 코로나19 감염 산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장애인 돌봄전달체계도 공공운영 확충이 관건이다. 장애인활동지원사는 현재 대부분 민간업체에 시급제로 고용돼 있다. 장애인활동지원 공공운영 비율을 30%로 확대해야 한다. 특히 노동권 보장의 기초가 되는 월급제 도입을 통해 고용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나아가 전국 모든 사회서비스원에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제공을 의무화해야 한다. 또한 코로나19 등 감염병으로 인해 휴업하는 장애인활동지원사 손실을 보전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간병노동자는 특수고용 노동자로 분류돼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둘 다 적용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근로기준법도 적용받지 못한다. 때문에 간병노동자는 여러 사회보험에서 제외되면서 최소한의 노동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더 높은 돌봄의 질을 위해서는 간병노동자에게 산재보험·고용보험을 올해 안에 적용해야 한다.

대선 때가 되면 대선후보들은 늘 하나같이 사회적 돌봄과 복지공약으로 표심 잡기에 혈안이지만, 그 공약들을 들여다보면 제대로 실현된 것이 거의 없다. 공공성 확충과 처우개선이 담보된 사회서비스만이 지속가능한 돌봄을 만들어 낸다. 110만명 돌봄노동자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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