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교조 서울지부는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규 교원 확충과 조기 취학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정소희 기자>

지난달 29일 교육부가 업무보고를 통해 현행 만 6세인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겠다는 학제개편안을 발표하자 교육노동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경제논리를 앞세운 교육정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같은날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이 내년도 신규 공립교원 정원을 대거 감축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새 정부 교육정책 기조에 대한 우려 목소리는 더욱 높아진 상태다.

“5세 초등 입학” 경제성 따져 설계했나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새 정부 교육부 업무계획를 보고하며 “2025년부터 만 5세(2019년 1~3월생) 어린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책임지는 교육 대상을 확대함으로써 교육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정부의 깜짝 발표에 교육계와 학부모 반발이 거세자 박 장관은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 앞에서 브리핑을 열고 “확정되지 않은 시나리오”라면서도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론 진화에 나서면서도 정책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의 이 같은 정책 기조는 “교육부도 경제부처”라고 발언한 윤석열 대통령의 교육관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7일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아동돌봄 분과위원회는 ‘아동돌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방향 모색 이슈페이퍼’를 발간했는데, 이 이슈페이퍼에는 ‘K-학년제’로 명명된 학제개편안을 검토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K-학년제란 취학 전 3~5세 유아에게 정부가 의무교육(혹은 무상교육)을 제공하는 제도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4월부터 K-학년제 관련 논의를 진행해 왔다. 교육부는 이번 업무보고에서 K-학년제라는 용어를 쓰지는 않았지만, 정책 목표와 기조가 위원회가 기존에 전개한 논의와 상당히 중복된다. 정부로서는 깜짝 발표가 아닌 셈이다.

이슈페이퍼에는 유아 의무교육에 관한 다양한 정책 경로가 제시돼 있는데, 그중 하나가 정부가 발표한 ‘5세 어린이를 초등학교에 편제해 교육받도록 하는’ 방안이다. 연구진은 이 방안의 장점 중 하나로 “초등학교 시설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재정문제를 해결”한다는 점과 “K-학년을 초등학교로 편입할 경우 현재의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의무교육이 되기에 관련 법을 새롭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점을 꼽는다. 유아를 초등학교에 보낼 경우 정서와 지능 발달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 지에 대한 분석은 찾아보기 힘들다.

노현경 전교조 서울지부 유치원지회장은 “만 5세 아이들의 발달 수준은 초등학교 1학년생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며 “연간 4조가 소요되는 누리과정(만 3세~5세를 위한 국가수준의 공통 교육과정) 지원이 아까워 초등학교로 아이들을 취학시키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교원 정원 늘려라”

교육계 우려는 크다. 전교조는 1일 논평을 통해 “조기 취학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며 “토론이나 국민적 합의 없이 내놓은 정책의 피해는 고스란히 유아와 학부모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연구가 미비하다”며 “유아의 발달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해당 정책을 즉각 철회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2일부터 전국 17개 지역 지부가 조기 취학 정책에 반대하며 각 시·도 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는 “유아보육에 대한 국가 책임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운영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문제”라며 “졸속적 정책이 한국 교육을 역행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가 업무보고를 발표한 지난달 29일 2023년도 유·초·중등 신규교사 임용시험 선발 예정 인원이 발표되면서 이에 대한 반발도 이어졌다. 정부가 발표에 따르면 교원 모집 인원은 지난해보다 726명 감축됐다.

전교조 서울지부(지부장 김현석)는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규 교원 정원을 확충해 질 높은 공교육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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