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19일 오후 서울 중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한-독 좌담회를 개최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018년 ‘탈석탄위원회’를 만들어 2038년까지 탈석탄 로드맵을 짰던 독일 노사정이 올해 하반기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새로운 논의기구를 만든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전환은 에너지뿐만 아니라 삶의 전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환에 대한 동맹’으로 불리는 새 논의기구에서는 사회혁신 전반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지만 독일은 이보다 5년 빠른 2045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 속도도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독일 사례를 듣는 자리가 지난 18일과 19일 한국노동연구원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주최로 잇따라 개최됐다. 독일 프리드리히 에베르트재단이 주선해 페어 크롭 독일 노동시장 및 직업연구소(IAB) 연구위원과 프레데릭 모흐 독일노총(DGB) 구조·산업·서비스 정책국장, 말테 하렌도르프 독일 광산화학에너지노조(IGBCE) 노동과환경재단 에너지전환·산업연계 국장이 한국을 찾았다.

“탈석탄, 에너지 전환의 엔진”
재생에너지로 전환 가속도, 25만 노동자 사회보장 합의 이뤄

2018년 6월 구성한 탈석탄위원회(성장·구조변화·고용위원회)에 참여한 모흐 정책국장은 “2015년부터 탄소중립에 대한 의지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조치가 부족한 상황에서 노동계의 적극적 지지로 탈석탄위원회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독일 노동계는 탈석탄 경로야말로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 핵심으로 판단했다. 석탄이라는 에너지원에서 벗어나야 새로운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에 가속도가 붙고 구체적인 이행방안들이 제시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노사정과 지역 이해당사자 28명으로 구성한 탈석탄위원회는 6개월간의 논의를 거쳐 300쪽 넘는 방대한 내용의 최종 권고보고서를 채택했다. 2038년까지 탄광과 석탄발전소를 폐지하기로 하고 이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25만명의 노동자에 대해 사회보장을 약속했다. 또 탄광과 화력발전소가 있는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20년간 재정을 투자하기로 했다. 모흐 정책국장은 “독일에서는 잘 작동하는 공동결정제도가 있기 때문에 사회적 대화가 잘 이뤄지는 편”이라며 “올해 여름부터는 지난해 12월 취임한 올라프 슐츠 총리 주재로 노사정, 시민사회 등 여러 분야 대표들이 모여 전환에 대한 논의를 개시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전환은 에너지 전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삶의 전환으로 이어진다”며 “이번 논의기구에서는 사회 전반의 혁신으로 다룰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동결정·단체협약으로 완성하는 정의로운 전환

독일의 전환 과정에서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탈석탄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페어 크롭 연구위원은 “독일에서 탈석탄을 위해 탄소세를 도입해 에너지 전환으로 인한 가격상승을 보조하려고 계획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해 주춤했다”고 설명했다. 독일에서 석탄을 대체하는 천연가스 55%가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독일은 최근 폴란드와 네덜란드 등으로 수입국가를 다변화하고 최근 35%까지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춰 가격 안정화를 시도하고 있다.

독일 노동계는 “단체협약과 공동결정을 통한 전환 설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모흐 정책국장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공동결정을 도입한 기업에서 더 혁신적이고, 탄소배출 방지에 더 기여하며 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고 있다”며 “공동결정제도와 단체협약은 기업 문화 혁신을 촉진하고 사업장 내 공정성을 강화하며 경제·사회적 참여를 보장해 변화의 시대에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환 과정에서 중요한 다섯 가지 요소로 △참여 △공동결정 △재교육 △단체협약 △강력한 사회안전망를 꼽았다. 노동자는 전환 과정에서 중요한 행위자이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동력이자, 미래의 전문인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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