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지역의 위기다. 지난해 보령화력발전소가 1·2호기가 문을 닫은 보령시는 인구 10만명 선이 무너졌다. 석탄화력발전소 59기 중 29기가 충남에 집중돼 있는데 이 중 12기가 보령에 있다. 충남도는 2045년까지 모든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해 2018년 기준 1억250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계획이다.

충청남도-양대 노총 노정협약
“산업전환 과정에서 노동권 보장하자”

전국에서 가장 먼저 충남도와 양대 노총이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머리를 맞댄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3일 충남도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충남도와 한국노총 충남세종본부(의장 고석희)가 노정협약을 맺었다. 이들은 탄소중립과 디지털 경제 발전에 따른 산업구조 전환 대응을 위해 ‘노동전환 지원 및 노사공동 훈련센터’를 설치하고 석탄화력발전소 단계적 폐쇄에 따른 하역노동자 고용불안과 임금손실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충남도는 지난해 11월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본부장 문용민)와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위한 노정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들은 탄소중립을 위해 힘을 모으고,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해 노동권이 보장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데 뜻을 함께했다. 산업전환에 따른 신기술이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고, 산업전환·기후위기 대응에 따른 충남지역 산업·고용실태조사와 연구사업을 하기로 했다. 합의문에는 “정의로운 전환의 방향은 지속가능한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고용을 유지하고 지역공동체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올해는 협약을 이행하기 위한 기구로 (가칭)정의로운 산업전환위원회를 운영한다. 문용민 본부장은 “충남지역은 석탄발전소 폐쇄 문제도 심각하지만 내연기관 자동차 부품사도 밀집해 있어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위기가 다른 지역보다도 크다”며 “충남도의 탄소중립 계획은 2045년으로 중앙정부보다 5년이 더 빠르기 때문에 지금 민주노총이 전환 정책에 적극 개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중앙정부가 산업전환 관련 기금을 조성해 기업에도 지원하지만 지방정부에도 상당 부분 지원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여기에도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내연기관차 퇴출 이후 대비하는 울산 노사정

충남도가 노정 간의 협의라면, 울산은 사용자까지 포함하는 노사정 대화기구로 ‘미래포럼’이 주목받고 있다. 2020년 7월 출범한 자동차산업 미래포럼에는 현대차 노사와 부품사,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금속노조 울산지부, 울산상공회의소 등이 참여한다. 이들은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에 따른 전환지도를 그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1차연도 연구 결과가 공개됐는데, 전기차 생산비중이 높아질수록 고용감소 폭도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2030년 전기차 생산비중이 45%를 차지하면 2019년 기준 고용인원 2만8천254명 중 30%(8천243명)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현대차에 의존하는 전속적 부품공급구조를 최대한 유지하는 방향에서 산업전환이 이뤄지고 있어 거래선 다변화 가능성은 미미하고 이에 따른 고용 양극화는 심각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포함됐다. 산업전환 과정에서 최소한의 핵심 숙련인력만 남기고 대부분 업무가 미숙련 저임금 노동력에 맡겨져, 미래차는 오히려 ‘고한노동’(장시간·저임금에 혹사당하는 노동)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이지훈 민주노총 울산본부 정책기획위원장은 “내연기관차 퇴출과 산업전환에 대한 정보를 기업이 ‘영업기밀’이라며 독점해 노동자와 정부는 속수무책”이라며 “전환지도를 통해 산업전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노사정이 공동결정을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울산본부는 전환지도를 바탕으로 올해는 ‘정의로운 산업전환 협약 체결’을 추진한다. 기후위기와 산업전환 당사자들이 과정을 공유하고 결과도 함께 책임지자는 취지다.

울산의 조선노동자나 자동차 노동자들은 기후위기와 산업전환 대응을 개별 사업장 안에서는 할 수 없다고 인식한다. 기업별 교섭을 산별교섭으로, 지역의 산업전환 거버넌스를 중앙의 거버넌스로 확대하지 않으면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 목소리가 배제될 것이라는 우려다. 이 정책기획위원장은 “울산에 있는 자동차 부품사만을 대상으로 전환지도를 그린다고 해서 내연기관차 퇴출에 따른 대응을 충분히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울산 노사정은 다음달 조선산업 미래포럼도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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