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2017년 임금·단체교섭 결렬로 949일간의 장기간 쟁의행위가 이어졌던 일본계 담배회사 제이티아이인터내셔널(JTI)코리아에 다시 노사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쟁의행위 참가 조합원의 임금을 삭감했던 3년 전 사태가 해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근 회사가 구조조정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무노동 무임금 적용’ 임금손실로
노조 6억원 규모 임금 소송

10일 제이티아이코리아노조(위원장 창종화)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조가 회사 대표를 상대로 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혐의 고소사건에 대해 노동부가 보완수사를 하고 있다. 쟁의행위 기간 중 조합원의 임금을 삭감하고, 노조를 탈퇴하면 삭감 조치를 중단하는 회사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노조가 지난해 4월 고소한 사건이다.

갈등의 발단은 영업직원과 사무직원에게 달리 적용하는 임금체계였다. 노조는 영업직원 평균연봉이 본사 사무직 평균의 67.5%에 불과하다며 임금격차 해소를 2017년 임단협에서 요구했다. 교섭이 결렬되자 노조는 2017년 4월 파업에 들어갔다. 쟁의행위 기간에도 갈등을 키우는 사건이 연속해 발생했다. 회사는 쟁의행위 기간 중 ‘무노동 무임금 적용분’이라는 임금항목을 만들고, 회사 밖에서 이뤄지는 영업활동을 근로시간으로 보지 않으면서 조합원 임금을 이중으로 깎았다. 노조는 회사 조치로 임금이 삭감됐다며 6억원 규모의 임금 소송을 하고 있다.

부당노동행위로 보이는 사건은 2019년 1월께 호세 루이스 아마도르 페르난데스 신임사장이 부임한 뒤 발생했다. 파업 중이던 같은해 2월부터 12월까지 조합원에 대한 임금삭감이 이뤄졌다. 노조 고소장에 따르면 회사는 영업직원의 영업활동 노동시간을 계산하면서 조합원과 비조합원에게 기준을 달리 적용했다. 조합원 공제시간은 0.64시간, 비조합원은 0.60시간으로 산정했다. 같은 시간 일을 하더라도 조합원의 노동시간을 덜 쳐줬다는 의미다. 노조를 탈퇴할 경우 탈퇴하기 전날까지만 공제시간을 적용하고, 노조에 재가입하면 당일부터 임금을 공제한다는 회사 문건을 확보해 증거로 제출했다.

노사는 2019년 12월2일 949일간의 파업을 마무리하던 임단협을 타결할 당시 이 같은 부당노동행위 혐의 사건 등에 대한 갈등을 해소하지 못했다. 당시 노조가 교섭을 타결한 배경에는 고용불안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불거진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2019년 9월 JTI 글로벌 본사는 전 세계 인력 6%가량인 3천700여명을 구조조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JTI코리아 노사는 구조조정을 2021년까지 하지 않기로 하면서 갈등을 봉합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108억원인데 구조조정 압박

이후에도 노사갈등은 지속했다. 2020년 3월 페르난데스 대표는 코로나19 방역 관련 조치를 위한 노사협의회 자리에서 “(노조활동이) 직원 전체가 아니라 일부 몇몇 사람들의 이해에 집중돼 있다”거나 “이런 위협과 협박을 계속하면 (노조를 건너뛰고) 직원들과 직접 소통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노조활동의 자주성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위험이 있는 행위로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같은해 9월 노동부에 페르난데스 대표를 고소했다가 회사측과 합의 뒤 취하했다. 창종화 위원장은 “회사와 평화로운 노사관계를 형성하려는 기대로 고소를 취하했지만 회사의 태도 변화가 없어 지난해 4월 결국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한 것”이라며 “300명이 넘던 조합원이 최근 188명으로 감소하는 등 회사의 지속적인 부당노동행위로 노조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해당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의 지시에 따라 보완수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시작한 올해 임단협도 가시밭길이다. 회사는 최근 ‘물가상승률+1%’를 3년 적용하면 해당 기간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3년간 임금협상을 하지 말고 회사에 위임하라는 뜻이다.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 1천시간 삭감과 교섭 참여자 유급인정 조항 삭제, 노조간부 인사이동시 노조 동의 조항 삭제 등의 단협 제시안도 내놓았다. 노조는 단협 후퇴인 데다가 임금교섭에서 고용보장 문제를 끼워 넣었다며 지난 5일 결렬을 선언하고 6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쟁의조정 과정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5월 조합원 찬반투표 등 쟁의행위 준비에 들어간다.

JTI코리아 관계자는 2019년 부당노동행위 혐의 사건, 올해 임단협 결렬과 관련해 “입장을 정리해 연락을 주겠다”고 밝혔지만 이후에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JTI코리아는 2020년 130억원, 지난해 10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안정적인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