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JTI코리아노조

일본 담배회사 JTI코리아의 태업 임금삭감 사건에 대해 검찰이 또다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서울고검의 ‘무혐의’ 처분에 대검찰청이 재수사 명령을 내렸는데도 서울중앙지검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이다. 검찰이 오락가락하는 사이 2017년부터 본격화한 JTI코리아 노사갈등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노조는 재정신청을 할 계획이다.

회사 “태업으로 경제적 피해” vs 노조 “평소처럼 일했다”

25일 JTI코리아노조(위원장 창종화)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JTI코리아의 근로기준법 위반 피의사실에 대해 지난 18일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노조는 2017년 6월부터 같은해 9월까지 태업을 한 노동자 114명에게 회사가 2억2천900여만원의 임금을 삭감해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며 같은해 10월 고용노동부에 진정했다. 노동부는 2018년 이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서울고검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다 지난해 5월 대검에서 서울고검의 판단을 뒤집고 재기수사를 명령했는데, 서울중앙지검이 또다시 해당 사건을 불기소 결정한 것이다.

사건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업사원들로 구성한 노조는 회사에 본사 사무직과의 임금격차 해소를 요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당시 영업사원 연봉은 사무직원 평균 연봉의 3분의 2수준에 그쳤다. 협상은 결렬됐다. 노조는 그해 4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부분파업과 준법투쟁을 포함한 쟁의행위를 했다. 이 중 2017년 6월부터 9월까지는 태업도 집중적으로 했다. 영업사원은 판매사원(SR)과 점포관리사원(TMR)으로 구분된다. 판매사원은 JTI 물건을 판매하는 일에 종사하는 직원들이다. 점포관리사원들은 편의점·소매점 등을 순회하며 업무를 감사하고, 물건이 제대로 적재돼 있는지 확인하는 업무를 한다.

문제는 회사가 태업을 이유로 노조 조합원 중 점포관리사원들의 임금을 삭감하면서 발생했다. 노조에 따르면 당시 점포관리사원들은 평소와 같이 편의점·소매점을 방문해 업무를 하면서도 회사의 태블릿PC에 이행 사항 특정 부분을 입력하지 않는 방식으로 태업을 했다. 점포관리사원들은 업무를 할 때 태블릿PC에 ‘방문 시작, 업체별 이행 사항 파악, 미준수 사항 시정요청, 방문 종료’ 같은 사항을 입력해야 한다. 회사는 “노조가 장기간 지속되는 태업을 비롯한 쟁의행위를 해 경제적 피해가 회복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부득이 2017년 6월 임금부터 태업 형태의 쟁의행위에 참가한 점포관리사원 직원에 대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 임금을 감액했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노동자들이 태업을 끝내고 태블릿PC 입력까지 재개한 뒤에도 같은 이유로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했다.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노조 조합원 114명(퇴사자 포함)에게 삭감돼 지급한 임금이 6억원가량이다. 노사는 2019년 12월 교섭을 타결했다. 노조는 태업 뒤 임금체불건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노동부에 진정서를 냈다.

“외국계기업, 한국서는 노조 무시해도 되는 줄 알아”

노조는 회사의 임금삭감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쟁의행위 기간 동안 사측에 혼선을 주기 위해 몇 가지 사항을 태블릿PC에 미입력하긴 했지만, 노동자들이 쟁의행위 기간 제공한 노동의 양과 시간은 평상시와 같았고 그 결과 태업 기간에도 점포 방문율·판매량에도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노조는 “파업 기간에도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했다는 입증자료로 각 점주들의 사실확인서를 제출하기도 했다”며 “반면 회사가 적용한 태업률에는 ‘점주와의 유대관계’처럼 계량화하기 어려운 정성적 요인까지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노조가 제출한 사실확인서는 구체적인 업무수행 여부에 관한 정량적 평가를 담지 못하고 있고, 과거시점에 대한 업주들의 주관적이고 단편적인 답변에 근거해 작성됐다”며 “그것을 입증 자료로 인정하기에는 증명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점포관리사원들이 정해진 제반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지위에 있었던 점까지 종합해 보면 회사가 임금체불 고의를 비롯한 피의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창종화 위원장은 “노조가 노동부에 진정을 넣었을 때가 2017년인데 이번 처분 결과가 3년4개월 만에 나왔다”며 “그사이에 사측 법률 대리인으로 대형 로펌이 들어왔고 검찰 담당자는 바뀌는 등 검찰의 전관예우 관행을 의심할 만한 정황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외국계기업이 한국에서 노조를 무시하는 한 사례”라는 지적도 제기했다. 창 위원장은 “외국계기업은 대표이사 임기가 평균 3년 정도여서 노사관계를 연속성 있게 쌓아 나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이런 갈등이 생기는 듯하다”며 “외국계기업 대표이사들이 한국에서는 노조 의견을 무시해도 되고, 노동자들을 부릴 만큼 부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