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시대 노사관계 전망에서 빠지지 않는 키워드는 ‘노조배제 전략’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조직된 노동자를 ‘강성노조’로 몰아붙이며 ‘불법을 일삼는 집단’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노조의 대체제로 노사협의회가 전면에 등장하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윤 당선자는 후보 시절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강성노조의 법 위에 군림하는 행위, 윤석열 정부는 엄정 대처하겠다”며 “노동조합이 노동자의 권익향상이라는 원래 목적에 충실할 수 있도록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선거운동 기간 유세에서는 연달아 ‘강성노조’를 때렸다. 지난달 6일 거리유세에서 “전체 근로자의 4%를 대변하는 강성노조는 완전히 치외법권”이라고 주장했고, 마지막 유세에서는 “강성노조가 왜 강성노조인 줄 아느냐. 세고 열심히 해서만 강성이 아니다. 불법을 일삼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당선자의 공약집에서는 “대화와 타협으로 상생의 노사관계”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사회적 대화와 관련한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노조배제’ 전략 위에 ‘참여협력적 노사관계 기반 구축’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노동위 조정 기능 강화,
쟁의행위 규제로 이어져선 안 돼”

윤 당선자는 ‘노동위원회 조정기능 강화’를 공약했다. ‘장기 노사분쟁 전담 조정위원회’를 설치해 갈등이 장기화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노사관계 전문가를 조정담당 상임위원으로 임명하겠다는 내용이다.

노동계는 노동위원회 조정 기능 강화가 자칫 쟁의행위에 대한 노동위와 정부의 중립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박은정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노동위원회의 사전조정 기능이 남용되면서 분쟁 사업장의 쟁의권 행사를 규제하는 역할을 했다”며 “노동위의 조정 기능 강화 공약은 노사갈등을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조정서비스가 아니라, 쟁의행위를 규제 대상으로 보고 이를 막기 위해 조정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동위원회법 시행규칙에서는 노사 당사자 동의를 전제로, 노동위가 교섭 주선이나 권고안 등 대안 제시, 기타 분쟁해결에 필요한 사항에만 ‘조정 전 지원’ 기능을 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노사갈등 장기화를 예방한다는 이유로 정부가 노동위의 조정 기능 강화를 우선적으로 요구할 경우 준사법행정심판기구로서 노동위 독립성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원·하청 공동노사협의회 활성화?
‘원청 사용자 단체교섭의무’ 무력화할 수도

윤석열 당선자는 공약집에서 “참여 협력적인 노사관계 기반을 구축하겠다”며 노사협의회 카드를 꺼내 들었다.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을 직접투표로 선출하고 원·하청 공동노사협의회 운영을 활성화한다는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노조보다는 노사협의회 중심으로 집단적 노사관계를 관리하려는 취지로 해석한다. 현행법에서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을 선출할 때 과반수노조가 있는 경우는 노조 대표자나 노조가 위촉한 사람이 근로자대표 지위를 갖는다. 윤 당선자의 ‘근로자대표 직접투표’ 공약은 노조의 위촉 권한을 빼앗으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조돈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는 지난달 30일 민주노총과 지식인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윤석열 정부 출범 정책진단 토론회’에서 “과반수노조로 대변되지 않는 미조직 노동자 이해대변을 위한 취지라면 직접투표로 보완하면서 초기업교섭도 강화해야 하는데 윤 당선자는 초기업교섭 강화나 단체협약 효력 확장 모두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윤 당선자측은 선거 당시 센터가 보낸 정책질의에 답변하며 “교섭방식과 형태는 노사 당사자가 자율적으로 정할 문제”라고 초기업 수준 단체교섭 확대를 위한 정부 정책에 반대했다.

윤석열 당선자의 원·하청 공동노사협의회 활성화 공약이 최근 주목받는 ‘원청 사용자의 단체교섭 의무’를 무마시키는 용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홍영 성균관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노동 3학회 ‘새 정부 노동정책 방향’ 공동정책토론회에서 “대기업집단, 원·하청 노사에서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지 문제가 되자 정부가 단체교섭을 공동노사협의회로 대체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며 “노사협의회 제도가 기업별 단체교섭을 무력화해 대체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비판을 받아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던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대화는 침묵, 경사노위 미래는?

윤석열 정부에서 ‘사회적 대화’의 앞날은 안갯속이다. 공약 어디에도 사회적 대화를 언급한 대목이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사회적 대화를 정부의 ‘반노동 정책’을 입법하는 수단으로 활용해 비판을 받았다.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담은 ‘2009년 12·4 노사정 합의’와 악명 높은 2대 지침으로 이어진 2016년 ‘9·15 노동시장 구조개선 노사정 합의’ 과정이 그랬다.

윤석열 정부가 선택근로제 확대를 비롯한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노동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대화가 주요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부가 노동개혁 드라이브를 걸려면 ‘노사정 합의’라는 명분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사회적 대화 무용론이 있었지만 사회적 대화 테이블은 열렸다”며 “정부 초기에 탐색기는 있겠지만 노동정책 설계와 제도개선, 안착을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대화 활성화 여부는 결국 윤석열 정부에서 ‘노동개혁 의지’에 달렸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혁의 의지가 강하면 사회적 대화에서 가능성을 모색하겠지만 반대로 개혁 자체를 안 하거나 못할 경우라면 사회적 대화 역시 부각되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회적 대화기구 수장이 누가 되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쌍용자동차·대우조선 등 대규모 실직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 대형사업장의 명운이 갈리는 시점에서 새 정부가 어떤 시그널을 주느냐가 중요하다”며 “이런 문제들을 염두에 둔다면 중앙 사회적 대화기구에 능동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앉혀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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