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윤석열 정부의 노동공약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것은 노동시간 유연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노동시간의 유연성을 확대하고 노동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겠다”고 공약했다. 노동시간의 총량 규제를 연간 단위로 확대하고 근로기준법의 노동시간 규제를 받지 않는 예외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선택근로시간제 1년 확대+포괄임금제
‘인간 자유이용권’

윤 당선자는 1~3개월로 제한된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1년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업무의 시작이나 종료시간을 정하지 않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가장 큰 특징은 노동시간의 규제가 없어 무한대로 노동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제 초과를 용인하더라도 주 64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한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다른 점이다.

신상품 또는 신기술 연구개발 업무의 경우 정산기간을 3개월로 확대하면서 근로일 사이에 11시간 이상 연속 휴식시간을 부여하고 1개월 단위로 가산임금을 정산하도록 하는 장치를 만들었지만 일간·주간 노동시간 상한에 대한 규제는 없다. 정산기간이 1년일 경우 1년 평균 근무시간이 주당 52시간을 넘지 않는다면 이틀간 48시간 쉬지 않고 일해도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선택근로제는 탄력근로제와 달리 임신 중인 여성에 대한 제한 규정마저 없어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선택근로제를 ‘인간 자유이용권’으로 부른다.

현행 선택근로제는 취업규칙과 근로자대표 서면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윤 당선자는 사업장 차원의 노사합의가 아니라 직무나 부서별 노사합의로 선택근로제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IT노동계는 “노조가 없는 회사는 물론 노조가 있는 회사도 노조를 배제한 채 팀이나 프로젝트별로 노동시간을 무제한으로 늘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국회에서 포괄임금제 폐지부터 논의해야”

선택근로시간제가 노동자의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라는 윤 당선자의 공약대로 운영되려면 포괄임금제가 먼저 폐지돼야 한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확대하면서 연장근로 가산수당을 미리 월급액에 포함하는 ‘포괄임금제’로 임금을 계산할 경우 실제 연장근로에 대한 가산임금 지급 기준이 불분명해져 ‘공짜노동’이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윤 당선자의 노동공약을 설계한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 명예교수는 <매일노동뉴스> 인터뷰에서 “(선택근로제 확대와 관련해) 포괄임금제는 폐지하는 게 맞다”고 밝힌 바 있다. 공약 설계단계에서는 선택근로제 확대와 포괄임금제 폐지가 ‘패키지’로 묶여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선거운동 기간 윤 당선자 진영에서 포괄임금제에 대한 언급은 한 번도 없었다. 포괄임금제 폐지를 국정과제로 내건 문재인 정부가 임기가 끝난 지금까지도 폐지 지침을 내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하면, 윤석열 정부에서도 포괄임금제는 지금처럼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더 늦기 전에 국회에서 포괄임금제 폐지를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2020년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기본급을 미리 산정하지 않고 연장·야간·휴일근로를 할 경우 지급해야 하는 수당을 미리 포함해 임금으로 주는 근로계약을 금지하고 있다. 기본급을 미리 산정했더라도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따른 수당을 구분하지 않고 일정 금액으로 주거나, 연차 미사용수당이 포함된 금액을 임금으로 주는 근로계약도 금지한다.

박성우 공인노무사(직장갑질119)는 “포괄임금제는 법정 제도가 아니어서 지금도 해석을 통해 각종 시간외근로수당에 대한 포괄지급 약정을 무효로 하면 해결되는 문제지만, 포괄임금제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이를 금지하는 제도를 입법하는 방식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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